오현식의 산나물 이야기 (6)씀바귀 비타민C 등 영양소 풍부 인삼과 비슷한 향과 맛 봄이 오기 전 요즘이 제철
씀바귀는 잎과 줄기가 갈색을 띨 때 뿌리가 연하고 맛있다(강원 춘천).
씀바귀는 잎과 뿌리 모두 식용 가치가 있다. 뿌리는 우리 몸을 만들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뿌리 생것 100g당 함유한 주요 영양소는 식이섬유 4g, 단백질 2.54g, 비타민C 4.3㎎ 등이다. 특히 비타민C는 사과 부사의 1.41㎎보다 네배가량 많다. 그밖에 칼륨 192㎎, 인 66㎎, 마그네슘 34㎎, 칼슘 33㎎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씀바귀 잎은 봄이 되면 차츰 녹색으로 변하면서 자란다(강원 평창).
씀바귀는 예부터 가정상비약으로 쓰였다. 설사를 멎게 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한방에선 열을 내리거나 위를 튼튼하게 하는 약재로 이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먹으면 심신이 편안해진다’고 약성을 전한다.
뿌리는 깊이 50㎝ 이상 내리는 심근성(深根性)이다. 또 실 같은 수십가닥이 땅속 깊이 자라는 직근성(直根性)이 강하다. 씀바귀 재배농가들은 “뿌리가 지구 반대편으로 뚫고 나온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씀바귀는 가을에 새싹이 나고 찬바람이 불 때까지 생육을 멈추지 않는다(경북 청송).
뿌리는 인삼과 비슷한 향과 쓴맛이 난다. 쓴맛은 처음엔 거북살스럽지만 맛을 들이면 잃었던 입맛을 찾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쓴맛이 싫으면 살짝 데쳐 찬물에 우려내 요리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
생뿌리는 초고추장을 넣고 무쳐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또 고추장 항아리 속에 박아 여름 내내 꺼내 먹어도 좋다. 고추장의 매운맛과 짭짤한 맛이 배어 깊은 맛이 난다. 뚝뚝 잘라 이밥에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억센 것은 10일 정도 소금물에 삭히고 액젓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맛이 그만이다.
씀바귀 뿌리는 땅속 깊이 내리는 심근성과 직근성 특성이 있다(강원 춘천).
예전엔 논두렁이나 밭둑에 씀바귀를 심었다. 뿌리가 깊이 내려 토양이 유실되거나 사태가 나는 것을 예방하는 데 그만이다. 겨울엔 뿌리를 캐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충청도 지방에선 사태를 막아준다고 해서 씀바귀를 ‘사태월싹’이라고 불렀다.
특히 봄가을에 왕성하게 자란다. 가을 추수 무렵 새싹이 올라와 찬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이 생장한다. 겨울엔 잎은 말라 죽지만 뿌리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봄이 되면 새싹이 다시 자라고 3~4월 흰색 또는 노란색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씀바귀는 3~4월 노란색 꽃이 피고 5~7월 열매를 맺는다(경북 영양).
우리 산야에서 나는 것은 씀바귀를 비롯해 선씀바귀·벋음씀바귀·좀씀바귀 등 여러 종이다. 이중 식용 가치가 높은 것은 씀바귀다. 해가 온종일 들고 물 빠짐이 잘되는 데서 높이 20~30㎝로 자란다. 뿌리잎은 뭉쳐나고 거꾸로 세운 주걱 모양이다. 줄기는 끝에서 잔가지를 많이 치고 그 끝마다 꽃이 핀다.
씀바귀는 요즘이 제철이다. 봄이 되면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은 온데간데없고 나무뿌리처럼 딱딱하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영양생장을 위해 저장하고 있던 양분을 모두 새잎과 줄기로 보내서다. 늦기 전 추위를 무릅쓰고 씀바귀를 찾아 산야로 나가보면 어떨까.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