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뜻하는 단어가 된 지명, 게헨나(Gehenna)
“손이 죄짓게 하거든 잘라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마태 5,30)
죽어서 하나님의 세계로 들어가길 바라는 기독교에서는 그 반면교사로 삼을 지옥에 대한 언급이 잦다. 성경에서도 이러한 지옥은 많이 언급되는데. 신약 성경에서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총 12번 등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경 희랍어 원문에서는 지옥을 뭐라고 할까?
바로 '게헨나(Gehenna)'다.
<게헨나에서 이름을 따온 와우 몬스터 게헨나스. 라그나로스에게 가기까지 거치는 중간보스 중 하나다.>
영화나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쓰이는 단어인 게헨나. 이 게헨나의 어원은 무엇일까?


<힌놈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본래 게헨나는 이스라엘 남서쪽에 존재하는 계곡의 이름으로, '힌놈 아들의 계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계곡이 왜 지옥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기독교에서는 솔로몬이 봉인한 72악마 중 하나로 여겨지는 몰렉.>
본래 이 지역에 살던 페니키아 인들은 몰렉이라는 신을 숭배하였다.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있는 몰렉은 불을 섬기는 것과 관련된 신이었고, 그에 따른 인신공양을 신도들은 주기적으로 벌였다.

<놋쇠나 동으로 만들어진 우상, 이 안에 불을 지피고 어린 아이를 집어넣었다.>
카르타고 시내엔 크로노스의 청동상이 있었고 이는 손바닥을 바깥으로 내민 형태로 두 팔을 벌리고 있었고 이 팔은 아래로 떨어지는 경사가 나 있었다. 따라서 살아있는 아이를 이 빨갛게 달구어진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그 아이는 이 팔을 따라 가운데로 굴러 떨어지며 곧 석상 중앙의 활활 타오르는 불속으로 떨어져 재가 된다. - 디오도루스 시쿨루스
그 청동상이 있는 장소에선 어마어마한 소리의 플룻과 북이 울려 펴졌는데 그 이유는 울음과 비명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 플루타르코스
그들은 인신공양의 제물로 정해진 아이를 소머리의 우상에게 바쳤는데, 이 우상의 가슴은 아궁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아궁이에 불을 지핀 뒤, 우상이 새빨개질 정도로 뜨거워지면 우상의 팔에 아이를 안기는 방식이었다.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운 놋쇠 팔에 안긴 아이는 몸부림을 치다가 아궁이 속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고, 아이의 울음과 부모의 절규를 듣지 못하게 인신공양 의식 내내 우렁차고 시끄러운 북을 쳐댔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인신공양이 이뤄지는 몰록 신의 신전이 게헨나 계곡에 있었고, 게헨나는 불지옥을 뜻하는 단어가 된 것이다.
<페니키아와 함께 퍼진 몰록 신앙.>
한편 페니키아는 세계 최초로 갤리선을 만들어 식민지를 펼친 국가였고, 그들이 지중해 곳곳에 식민지를 세웠다. 당연히 몰록 신앙도 지중해 곳곳에 퍼지게 되었다. 그러한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카르타고였다. 로마가 카르타고를 정벌할 때 '어린아이를 인신공양 제물로 바치는 그런 야만인들은 망해도 싸다'라고 전쟁을 정당화 하였다.
실제로 페니키아가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자 그들은 패배의 이유가 '하층민의 아이를 바쳐서 몰록신이 노했다'라고 생각했고, 귀족들이 열성적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바쳐 300명의 귀족 아이들이 인신공양 되었다고 한다.
<인신공양에 쓰인 아이들의 유해가 묻힌 곳, 토펫.>
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러라. '이스라엘 가문에 속한 사람은 물론이요 이스라엘에 몸 붙여 사는 사람들까지도 자기 자식을 몰록에게 바친 자는 반드시 사형시켜야 한다. 그 지방 백성이 그를 돌로 쳐죽여야 한다. 나도 그를 언짢게 여겨 겨레로부터 추방하리라. 그가 제 자식을 몰록에게 바쳐, 나의 성소를 더럽히고 나의 거룩한 이름을 욕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 지방 백성이 몰록에게 제 자식을 바치는 사람을 눈감아주고 죽이지 않는다면, 나는 그 사람과 그 집안도 언짢게 여겨 그 사람뿐 아니라 그 뒤를 따라 몰록을 섬기며 음행하는 음탕한 자들을 모두 겨레로부터 추방하리라. - 레위기 20장 2~5절
임금은 ‘벤 힌놈 골짜기’에 있는 토펫을 부정한 곳으로 만들어, 아무도 제 아들딸을 불속으로 걸어가게 하여 몰록에게 바치지 못하도록 하였다. - 열왕기하 23:10
당연히 이는 고대인들이 보기에도 끔찍한 풍습이었기 때문에 유대교, 기독교 왕국에서도 금지되었다.
■ 몰록 신과의 영적 전쟁
▪ 이방신 몰록
구약성경에 보면 이스라엘이 우상에 빠진 많은 기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가증한 것은 몰록(혹은 몰렉)신에게 아이들을 제물로 바친 일이다. 그러나 몰록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일에 모든 이스라엘이 항상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달이 반달에서 만월로 오르내리듯이 여호와에 대한 신앙의 변화에 따라 변했다. 이스라엘은 이방인들이 귀신들에게 드리는 제사도 하나님께 드리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오해한 경우도 있었다.
▪ 사도 바울
그래서 고린도전서 10장 20절에서 바울은 이방인들이 드리는 제사의 성격을 구분하고 있다.
“대저 이방인의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 되기를 원치 아니하노라”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가 가나안 사람들에게는 물론 다른 많은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배교행위를 할 때마다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는 일을 행해 왔다.
▪ 현재 악마숭배
심지어 오늘에도 미국이나 서방의 일부에서 악마숭배를 할 때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제3세계에서도 그런 일이 행해지고 있다.
▪ 구약성경
구약성경에서는 이런 사건이 10여 곳에 기록돼 있으나 신약성경에는 없다. 그것은 신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로마시대에는 이런 것을 법적으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구약시대에는 아이들을 제물로 바쳐서는 안 된다는 법이 없었다.
① 구약의 경우 예레미야 32장 35절에 보면 “힌놈의 아들의 골짜기에 바알의 산당을 건축하였으며 자기들의 자녀를 몰렉의 불에 지나가게 하였느니라”고 했다.
② 열왕기하 16장 3절에 보면 “이방사람의 가증한 일을 본받아 자기 아들을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며”라고 했다.
③ 에스겔 16장 21절에는 “나의 자녀들을 죽여 우상에게 붙여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였다”고 기록했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을 번제로 드렸다는 말이다.
④ 열왕기하 3장 27절에도 모압 왕이 전세가 불리하자 자기의 후계자인 아들을 번제로 드리는 내용도 바로 그런 악습을 반영한 것이다.
어두운 영적 전쟁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