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내에서도 숱한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인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 열심히 포즈를 취하면서도 그는“자연 스럽게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네요”라고 농담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옛 애인과 함께 들었던 이 음악, 대체 누구 곡인지…'
음반사가 찾아내 앨범 발매… 대히트
日피아니스트·작곡가 이사오 사사키
일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사오 사사키(Isao Sasaki)의 음악은 눈보단 귀가 먼저 알아채는 음악이다. 그의 음악은 라디오 방송 시그널, 광고, 영화음악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스카이워커(Sky Walker)' '프린세스 오브 플라워(Princess of Flower)', '러빙유(Loving You)' 같은 노래 제목은 몰라도 좋다. 한 번이라도 들어보면 "아, 이 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테니까.
이사오 사사키가 2일 내한했다. 8일 조선일보와 함께 여는 '찾아가는 무료 콘서트―문화나눔프로젝트'와 5일 구혜선과 함께 여는 작은 음악회 '오버 더 레인보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0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를 도는 투어콘서트 '위드 유(With You)'도 준비 중이다. 이사오 사사키는 "벌써 10년째 한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내게 한국은 어느덧 두번째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비행기를 타면 승무원조차 나한테 한국말로 말을 걸 때가 있어요. 한국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워 보이나 봐요."(웃음)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건 1999년. 그 시작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한 여성이 음반사 스톰프뮤직에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지고 가슴앓이를 하던 끝에 쓴 편지였다.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날 때도, 사랑을 키워갈 때도 종종 이 노래를 우연히 함께 들었다. 누가 만든 곡인지 어느 음반에 실린 노래인지는 알 수가 없다. 좀 찾아봐 달라'고 했다. 편지봉투엔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가 들어 있었다. 스톰프뮤직측은 "테이프를 틀어봤더니 말할 수 없이 달콤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연주자를 찾아 헤맨 지 7개월 만에 이사오 사사키씨의 노래 '스카이워커'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발매된 첫 음반이 '미싱 유(Missing You)'. 국내에선 5만여 장가량 팔려나갔다.
이사오 사사키가 피아니스트로 처음 데뷔한 건 19살 때다. 그는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이사오 사사키는 "세 살 때 형님이 바이올린을 하는 걸 보고 나도 연주해보겠다고 졸라서 배웠고, 중학교 땐 플루트를 익혔다. 고등학교 땐 학원 다니기 민망해 혼자 피아노 책을 보면서 바이엘부터 익혔다"고 말했다. "그렇게 익혀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가능하냐"고 묻자 이사오는 소년처럼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건 잘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이것밖엔…."
이사오 사사키가 숱한 뉴에이지 음악 작곡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건 특유의 낙천적인 힘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감상적이지만 뻔하지 않고, 잔잔하지만 때론 유머 감각이 넘친다. 이사오 사사키 자신도 "나는 꽤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빡빡한 사람보단 빈틈 많고 허술한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는 편이죠. 저도 엉망진창이지만 가족도 심지어 매니저도 허술하고 엉망진창이에요. 그래서 만나면 우스운 일투성이지요."(웃음)
이사오는 "한국 팬은 내게 언제나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오면 잊었던 열정을 새삼 느껴요. 날 반기는 팬들을 봐도 그렇지만 거리를 지나다가 싸우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감정을 느끼죠. 화내다가도 이내 하하 웃으며 화해하는 걸 종종 보거든요. 제 안에도 분명히 그런 성격이 숨겨져 있으니 한국과 잘 맞는 것 같고요. 올 때마다 두근두근하는…, 그런 느낌."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03/20090903021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