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수필/남도 무박 미니여행 鞍山백원기(2005年)
여러 해 벼르기만 했던 남도 땅 여수! 흙 위를 걸어 보고 싱그런 해풍을 호흡하며 남쪽나라 봄볕을 받기 위해 드디어 출발 한다. 나에게 4월은 기념할 내용이 많아 무엇인가 기념 할 일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5일은 식목일이자 결혼기념일이고 7일은 진해 해병 하사관학교 입교 기념일, 22일은 광주 상무대 보병학교 육군 소위 임관 기념일이기 때문이다.(나는 군대를 두군데 갔으니까) 2년전에 무박으로 광주 무등산에 다녀온 경험으로 이번엔 여수시에서 조금 떨어진 여천 공단옆" 영취산"에 오르기로 한것이다. 진달래 명산은 여럿 있지만 남도 인심에 이끌리어 그런지 내 머릿속엔 온통 붉게 물든 영취산 진달래 생각에 주간예보를 계속 확인하는데 용케도 4월 6일 맑고 4월 7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그 반대로 뒤집혀 7일이 맑다 했다. 철도회원 번호를 입력해 인터넷 예매를 하고 4월 6일 밤 22:50분 용산 발 무궁화 2호차 일반실에 올라 집사람이 창쪽으로,내가 통로쪽으로 앉았다. 그러나 자꾸자꾸 가면서 하차 인원이 발생 하니까 좌석이 여유로워 넓게 차지 했다. 늘상 누워 자던 사람들이 등을 기대고 앉아 잠을 청한다는것은 쉬운 일은 아니며 결국 새우잠을 자게 마련이다.
졸면서 어렴풋이 귓전에 울리는 기차바퀴와 레일 부딪는 소리가 도그닥도그닥 들려왔다. 캄캄한 밖을 볼 수는 없고 해서 자꾸만 잠을 청하기만 했다. 더구나 거의 불면 상태에서 돌아다닐것을 생각하면 미리미리 눈을 붙여 놓아야 한다. 손목시계를 볼 때마다 조금씩 종착역이 가까움을 느꼈다.
해가 뜨려면 아직도 먼 새벽 4시 18분,여수역에 도착 했다. 역사 내 화장실에서 가그린 양치(칫솔을 쓰면 거품이 많이 난다)와 세면을 한 후건너편에 보이는 교회로 향했다. 여수 동광교회였고 이제 막 신축을 끝낸 제법 규모가 큰 교회였다. 6-70명가량 새벽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여행은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떠나 잠시 동안이지만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장면에 부딪혀 보며 되돌아보는 값진 시간이라 생각한다.
새벽 5시 40분쯤 큰길로 나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가며 상암리 가는 버스 정류장을 알아내고 조금 기다리다가 쌍봉이라는곳을 지나 상암리 가는 버스를 타고 4-50분 만에 목적지인 상암리,상암초교 앞에 하차하였다. 구멍가게에 들러 필요 한 것을 사고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 아침 7시경 부터 산행에 들어 갔다. 길거리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마을이었다. 이곳 주민께 구체적인 산행 입구를 여쭤 본 후 한 걸음씩 오르기 시작하였다. 영취산 5부 능선 까지는 빛 고운 진달래가 화려하게 피여 있었다. 아침 이슬에 햇빛을 받아 더 아름다웠다.
510메타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능선길은 정상까지 2시간가량 걸렸고 키큰 나무가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는 산길이었다. 아름답게 펼쳐있는 진달래 무리와 함께 사진을 여러번 찍었다.
우리가 오르던 능선 반대쪽 아래는 여천공단이 흰 수증기를 뿜으며 웅장한 모습으로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오가는 자동차는 꼭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산의 정상부 두 곳에 지금은 철수한 군 초소의 흔적이 있다. 강화 고려산 진달래색 보다 더 곱게 보였고 7부 능선 이상 고지대에 있는 진달래는 아직도 꽃망울이 다닥다닥 수없이 붙어 있어 앞으로 2-3일 후에야 만개하지 않을까 본다. 건너편 흥국사 쪽으로 하산해야 하나 왠지 다시 오던 길로 원점회귀하고 싶어 진달래 길따라 내려서다 보니 한 시간 가까이 걸렸고 총 산행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집사람이 주차중인 어떤 화물차 주인을 만나 그분께 인사드렸더니 마침 시내로 가는길이라 고맙게 태워주셔서 여수 수산시장까지 왔는데 그분 말씀이 이왕이면 먼 곳 까지 왔으니 한군데 구경을 하고 가라 하셔서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에 들려 이곳 주민들도 가기 어려운 용월사 전망대로 안내해 주셨다. 수십길 밑에는 남해의 푸른 물이 철썩거리며 바위에 부딪혀 일어나는 포말이 장관이였다. 향일암도 관광 명소이지만 상당히 먼 거리라서 이곳으로 안내해 주신것 같았다.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날고 있는 흰갈매기의 끼룩거리는 소리가 인삿말처럼 정답게 들려왔다. 저 멀리 수평선 쪽에 정박중인 대형 선박들이 성냥갑 같이 작고 예쁘게 보였다. 진심으로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수산시장에서 2만 원짜리 광어회 한 마리를 잡았는데 양이 많아 큰 주먹으로 하나가 남았다. 가지고 갈 횟감과 생선을 샀더니 작은 스티로폼 box에 얼음과 같이 넣고 밀봉 후 상호와 전화번호가 찍힌 스티커 하나를 "턱"하고 붙여 주신다. 짐이 생기다 보니 손양원 목사 기념관에 들리지 못하고 그냥 여수역으로 향 했는데 다음 기회에 손목사 생전에 쓰시던 물건과 삼부자 묘가 있는 그곳에 꼭 들려 보기로 한다. 시간을 앞당겨 오후 2시 20분 서울행 열차를 탔다. 여천,순천을 지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섬진강가 "구례구" "압록"역을 뒤로하고 호남 들녘의 봄을 만끽 하면서 여수 인심을 그려보는데, 벌써 "곡성"역에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