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나이트 샤말란이 디즈니와 결별을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식스 센스 Sixth Sense>부터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사인 Signs> <빌리지 The Village>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샤말란과 디즈니가 왜 갑자기 갈라섰을까? 디즈니는 신인 샤말란을 스타 감독으로 만들어 준 인큐베이터 같은 스튜디오였고, 샤말란 역시 디즈니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네 편의 작품을 만들지 않았던가. 디즈니의 강압적인 태도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한편, 샤말란의 오만함이 결별의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도 회자되었다. <레이디 인 더 워터 Lady in the Water>가 개봉되기 직전 대강의 의구심은 해소될 수 있었다. 샤말란이 디즈니와 갈라서게 된 1년의 과정을 담은 책 [목소리를 들은 남자 The Man Who Heard the Voices]을 내놓은 것이다.
마이클 뱀버거라는 작가가 감독의 입장을 대변해 쓴 이 책은 부제(Or, How M. Night Shaymalan Risked His Career on a Fairy Tale)처럼 샤말란이 경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동화에 매달린 과정을 소개한다. 대략의 갈등 내용은 이렇다. 디즈니의 고위층 인사들은 <레이디 인 더 워터>의 스토리에 불만을 표시했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샤말란 감독의 출연 비중과 극중 평론가를 공격하는 부분을 줄이거나 삭제하기를 원했으나, 샤말란은 자신의 생각대로 진행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결국 디즈니 측은 샤말란의 뜻을 따르기로 했지만, 마음이 변한 샤말란은 자신의 작가적 욕심을 충족시켜 줄 워너 브러더스에 새로운 둥지를 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산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 <레이디 인 더 워터>다.
[티켓링크=고경석 기자]<레이디 인 더 워터>는 감독의 동화적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두 딸이 잠들기 전 침대 옆에서 들려줄 이야기를 떠올리던 감독은 수영장에 요정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해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전직 의사이자 아파트 관리인인 '클리브랜드 힙'이다.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아파트 수영장에 숨어 있는 신비스런 여자를 발견한다. 요정 ‘스토리’는 자신이 원래 속해 있는 세계인 블루월드로 돌아가지 못하면 아파트 주민들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에 클리브랜드와 아파트 주민들은 괴물의 공격에 맞서 스토리를 블루월드로 보내기 위해 고된 투쟁에 빠져든다.
M. 나이트 샤말란의 첫 번째 ‘반전 없는 영화’로 기록될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스튜디오와 감독의 불화가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박스오피스에서 참패했다. 개봉 첫 주에는 3위에 오르는 데 그쳤고, 극장에서 내릴 때까지 제작비의 절반을 약간 넘기는 수입(미국 내 기준)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미국 평론가들의 리뷰는 대체로 악평 일색이었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는 평가가 공통분모다. 샤말란이 자아도취에 빠진 영화라는 비판이나 감독의 출연 분량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지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왕가위 감독의 단짝인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유려한 촬영도 평단의 융단폭격 아래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영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관객이 10명 중 6명 꼴이었던 것에 반해 평론가는 10명 중 8명 꼴로 영화에 악평을 가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봉일까지 판단을 보류해야 할 듯하다. 배급사가 영화를 아직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탓에 <레이디 인 더 워터>가 어떤 영화인지는 아직까지 해외 리뷰를 보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HOT <식스 센스>부터 <빌리지>까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다면 그의 동화적 상상력에 기대를 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