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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사진전 '즐거운 유배지' 2007년 5월 8일~ 5월 22일 갤러리 온 |
“사진과 글이 만나는 접점에서 이야기는 기묘하게 증폭되고 혹은 가지치기를 잘라버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실험 이었다. 사진을 먼저 찍어두고 그 밑에 주석을 다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것은 애당초 초등학교 시절 숙제로 제출하던 그림일기처럼 기획된 것이었다. 그날 그날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 라기 보다는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사진 이미지와 만나 끌어오는 일종의 사건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지난날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밀려오는 우울한 피로감이 요 몇 일 나를 힘들게 했다. 나의 ‘즐거운 유배지’ 정말 즐겁기만 했겠는가?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 있어 지워지지 않는 삶의 채취를 진하게 남긴 곳이다.“ |
● 작업 노트 사진 일기 <즐거운 유배지>는 내가 중국 연변대학에 초빙교수로 가면서부터 최근까지 사진일기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에 2001년부터 2005년 까지 약 4년 반 동안 사진 전문포탈 웹사이트 zoomin.co.kr에 연재 되었고, 이후 최근까지 약간의 형식을 달리하여 본인의 블로그에 이어서 연재 하고 있다. 하지만 연재된 형태 그대로 이 번 전시회에 보여주지는 않는다. 웹 사이트에 연재하는 방식과 전시장 벽면에 전시하는 방식은 다르다. 이전에는 그 때 그 때 시간의 연속적인 연결과 이야기 구성 방식을 서술적으로 나아가거나 이미지와 텍스트의 연관성을 밀착시켰지만, 전시되는 작품들은 사진과 텍스트의 만남이 반드시 시간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의 출처가 반드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사진과 텍스트의 결합이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들 작업은 과거 한 때를 사실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된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으로 구성된 또 다른 나의 말하기 방식이다. 하지만 소설처럼 전적으로 허구적인 것만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 찍힌 사진 이미지들은 과거 나의 연변 생활 일 부분이고, 6년 동안의 사유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작업은 일기라고 꼭 말 할 수 없겠다. 사진이미지아래 주석처럼 말을 다는 형식으로 이것은 마치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 숙제로 제출하던 그림일기처럼 꾸며진 사진일기다. 사적인 비밀스러운 일기를 공개한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해진다는 거 그것참 어렵다. 그것은 일종의 고통이고,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
사진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사진은 과거 한 때 분명히 존재했던 사실을 존재론적인 흔적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존재론적인 흔적인 사진은 의미론 적으로는 텅 비워 있다는 점이다. 여기 <즐거운 유배지> 또한 나의 과거 한 때를 흔적으로 남겼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억이 과거를 온전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아니 기억은 사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재구성 하는 불확실한 것인데. 이런 점에서 사진은 기억과 많이 닮아 있다. 사진이 의미론적으로 ‘텅 비워’ 있기 때문에 그것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독자가 나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의미를 고정시킨다면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관람자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나의 사진들은 공통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확정적인 이야기는 없다. 사진이 현실의 단면을 파편적으로 기록하듯 나의 기억도 파편적으로 각인 되어 있다. 전시 디스플레이 방식을 가지런하게 배열하지 않고, 순서 없이 흩트려 놓은 것은 의미의 해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함 이 아니라, 무의식의 질서 속에서 자유롭게 의미가 생성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마치 일기장에서 찢겨진 낱장의 흐트러진 일기들을 바람에 날라 가지 않도록 액자 속에 박제시킨 꼴이다. |
이영욱 (Lee Young Wook)
한국에서 주로 작품활동과 전시회 기획, 강의 등으로 활동, 6년 전 한국에서 중국 연변(나의 즐거운 유배지)으로 들어와 현재 연변대학교 예술학원 미술계에서 촬영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일기 <즐거운 유배지>는 처음 연변에 들어오던 2001년 9월부터 약 5년간 사진전문 웹사이트인zoomin.co.kr 에 연재한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첨삭해서 만든 것이다. 처음 발표된 사진일기 형식과는 전혀 다른 사진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으로 사진 에세이 혹은 일기형식을 빌려 쓴 자전적 글쓰기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건도 없고 그 때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이 책은 존재론적인 사진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흔적이다. |
갤러리 온 : 02)733-8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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