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하는 ‘술도녀’…여자가 술 당기는 이유 따로 있다
여성, 똑같은 스트레스에도 남성보다 더 많이 스트레스 받고 술도 더 땡겨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속 밤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술도녀’ 정은지, 한선화, 이선빈(왼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최근 여성 음주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여성의 뇌 반응이 남성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드라마’술꾼도시여자들’ 장면 캡처]
여성 폭음이 최근 20년 동안 미국 한국 등에서 크게 늘고 있다. 국내서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듯 웹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이 드라마 제목을 줄인 ‘술도녀’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술 마시는 여성이 최근 급증 추세를 보이는 것은 알코올에 대한 갈망 및 과음·폭음과 관련된 뇌 활동이 남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똑같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한 반응을 보이며, 이는 알코올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알코올 사용장애로 치료를 원하는 성인 77명(남성 46명, 여성 31명)을 모집했다. 참가자에게 스트레스 관련 이미지(사람이 총상을 입는 장면 등), 술 관련 이미지(사람이 술집에 있는 장면 등), 중립적인 이미지(폭포나 산이 나오는 장면 등) 등을 보게 했다. 그런 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해 참가자의 뇌가 남녀 별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단서(실마리)에 대한 남녀의 뇌 반응이 각기 다르며 이 때문에 남녀의 알코올에 대한 갈망의 수준, 향후 알코올 사용이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치료적 접근(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이 성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는 사람 중 알코올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과음, 폭음을 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일을 겪거나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는 등 알코올 관련 단서를 경험하면 알코올 갈망이 되살아날 수 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라지타 신하 교수(정신과)는 “최근 20년 동안 미국 여성의 폭음 사례는 남성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늘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물론 간 질환, 심혈관병, 암 등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스트레스 단서를 본 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여성은 스트레스 단서를 접촉하는 동안 뇌 기능 가운데 감정, 보상, 스트레스, 감정 조절, 충동 조절 등과 관련된 뇌 회로가 남성과 사뭇 다르게 반응한다. 연구 참가자 대부분(72명)은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 프로그램(8주)을 이수하고 매일 알코올 섭취 여부와 섭취량을 보고했다. 과음을 하는 횟수는 남녀 간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과음과 관련된 뇌 영역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불안’과 관련된 뇌 영역의 장애, 남성의 높은 ‘스트레스 각성(Stress arousal) ’과 관련된 뇌 영역의 장애가 향후 과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Neural Correlates of Stress and Alcohol Cue-Induced Alcohol Craving and of Future Heavy Drinking: Evidence of Sex Differences)는 ≪미국 정신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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