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하는 골프회원권 / 10억원대 초고가 ◆
골프장 회원권 값이 내년 말까지 30% 이상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10억원대 이상 '황제 회원권'들이 반 토막 나면서 하락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지방에서부터 불거지고 있는 '회원권 입회금 반환' 사태가 본격화하면 최악의 상황에는 1990년대 초 일본 식 '버블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골프회원권 전망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175개인 전국 회원제 골프장 수가 내년 말을 기점으로 228개까지 늘면서 내년 말 기준 골프장 회원권 값은 평균 30% 이상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번 침체가 심각한 것은 그동한 회원권 시장을 떠받쳐온 황제 회원권들이 낙폭을 주도하기 때문.
실제로 지난 3월 중순 고점을 찍고 내리 5개월째 미끄럼을 타고 있는 골프회원권 중 가장 낙폭이 심한 회원권이 대부분 고가대다.
이 기간 안성베네트스(옛 세븐힐스)는 45% 이상 급락해 반 토막이 났고, 20억원 시대를 열었던 가평베네스트가 2억7000만원 빠진 16억원대 초반, 남부가 19억원대 초반으로 각각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말 25조3000억원에 달했던 회원권 시장 시가총액은 8월 말 기준 22조6000억원으로 급락했다. 불과 반년 만에 2조70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법인 위주로 운영되는 황제 회원권들에 대한 대기 매수세도 자취를 감췄다. 미래에셋 등 일부 기관은 아예 초고가대에서 고가대로 등급을 낮춰 교체 매매를 하고 있다. 가격은 황제 회원권 3분의 1 수준인데 부킹률은 비슷한 뉴스프링(우대) 스카이밸리(VIP) 등 '우대'나 'VIP' 회원권에 법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골프장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황제 회원권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박경효
동아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도 "2003년 이후 단 한번도 연간 기준으로 약세를 보인 적이 없는 황제 회원권들 거품이 빠지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지방발 입회금 반환 사태'가 서서히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충청북도 T골프장이 회원들 입회금 반환 요구가 집중되면서 은행에 긴급 자금 융자를 요청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수도권과 제주에 계열사를 둔 L골프장은 반환 기일이 된 입회금을 저가 회원권 여러 개로 나누는 '돌려막기'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2003년 즈음 분양해 입회금 5년 만기가 도래한 골프장은 라온, 로드랜드, 오션뷰, 전주 샹그릴라 등 수십 곳에 달한다. 회원들은 5년이 지난 뒤 시중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으면 골프장 운영회사에 입회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2003년 분양가보다 현재 시세가 낮게 형성된 지역은 호남(-13.9%) 영남(-7.9%) 제주(-33.9%) 등 3곳이다.
레저산업연구소는 골프장이 이를 반환하지 못하면 단기적인 자금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입회금 반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품이 빠진 90년대 초 일본 식 불황이 한국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91년 회원권 시장 거품 붕괴와 함께 골프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일부 골프장이 입회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줄도산 사태로 이어졌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최근 중저가대 회원권을 중심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공급이 30% 이상 늘어나는 내년 말까지 시장 전체적으로는 30% 이상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신익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