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풍미한, 영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초콜릿!
단일 식품으로 경제적 가치가 뛰어난 것을 전세계적으로 찾아 본다면 단연 초콜릿일 게다. 더 나아가 그 식품이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철저한 계급사회의 상징물이었고, 그 엄격함을 뛰어넘어 종교적 내분으로까지 확산시킨 장본인이라고 한다면 그 놀라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흔히들 초콜릿의 맛을 가리켜 달콤쌉싸름한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카카오99%, 카카오 79%로인 다크초콜릿을 맛 본 이들이라면 달콤쌉싸름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질 좋은 커피원두의 맛과 흡사한 쓴맛과 신맛, 그리고 아주 미세한 단맛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초콜릿으로 입이 즐거워하고 있을 때 초콜릿은 누군가에 의해 계속 진화해 가고 있음을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느끼기 시작한다. 맛으로, 형태로, 경제적 가치로의 진화 등등으로 말이다. 창해에서 나온 이 책 <초콜릿>이 상품으로서의 초콜릿에서 역사로서 초콜릿으로의 생각의 진화를 갖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생명의 유무와 움직임의 유무, 그리고 형체의 유무를 떠나 거의 모든 것에 역사가 있듯이 초콜릿 또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초콜릿은 섬세하고 연구자적 자세를 갖춘 장인들의 손길에 의해 제조와 맛의 진화를 반복적으로 거쳐 갔다.
서구 문명이 발생하기 전부터 초콜릿은 멕시코의 아스텍 족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의 고체와 분말 형태의 초콜릿이 되기까지 초콜릿은 오랜 세월을 액체 상태에서 즐겨 애용되었다. 요즘처럼 입속의 즐거움보다는 치료재로, 원기 회복용으로, 최음제, 소비재 교환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초콜릿의 형태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년 수를 보면 과히 놀라울 정도다. 액상 초콜릿에서 고체 초콜릿의 형태 변화가 되기까지 1274년이 걸렸다. 요즘 상식으로 생각한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추운 날 밖에다 내 놓아도 굳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고체 초콜릿에서 분말 초콜릿으로의 형태 변화가 되기까지는 154년이 걸렸고, 고체 초콜릿에 아몬드가 들어간(이해를 돕기 위해 아몬드라고 표현했다. 그 당시는 아몬드가 아닌 개암을 처음 혼합시켰다고 한다.) 초콜릿을 만들기까지는 156년이 걸렸다. 그러니까 액상 초콜릿에서 고체형 아몬드 초콜릿이 되기까지 1430년이 걸린 것이다. 세월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단순하게 형태 변화만 생각한다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아몬드 초콜릿과 가나크런키에 익숙한 우리들은 초콜릿 속에 아몬드를 넣는 데 뭐 그리 오랜 세월이 걸렸나 싶을 것이다. 그냥 빠치면 되는 것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놓기는 쉬운 법이다. 그 밥상을 차리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을 생각한다면 그 밥상의 숟가락을 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복잡한 음식 조리과정과 상차림 과정의 마지막 순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발상의 전환을 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 귀족이 있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있다면 그 문제는 더더욱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초콜릿은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형태 변화가 온 것일까?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코코아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400년경부터란다. 원숭이와 다람쥐가 카카오 열매를 모아 두고 빨아 먹는 것을 발견한 뒤 인간들은 그 맛을 처음 경험해 보았다고 한다. 그 뒤부터 카카오 나무는 조직적으로 재배되고 관리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멕시코 아즈텍 족은 카카오를 신의 열매라 여기며 신성하게 다룬다. 하지만 스페인의 정복이 이루어지면서 이들은 노동자로 전락을 하게 되고 그 카카오 열매는 스페인으로 가져 가기에 이른다. 스페인으로 가져간 카카오 열매가 점차적으로 유럽으로 퍼지게 되고,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는 초콜릿 산업의 붐을 일으킨다. 초콜릿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데는 각 나라 왕가들의 결혼과 수도사들의 선교를 위한 이동의 영향이 컸다. 마지막 안착지인 스위스는 이탈리아의 한 상인에 의해 초콜릿이 소개가 되지만 지금까지 초콜릿 강국을 이어올 정도로 초콜릿 산업의 조직적 성장을 하게 된다.
초콜릿이 전유럽의 귀족에게서 대중의 음식으로 넘어오면서 기술의 진화도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이때 초콜릿 산업은 확실하게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다. 초콜릿이라는 공통의 분모에 놓인 유럽 국가들이 발전적 경쟁을 하기 시작해서 앞다퉈 소비자 유혹을 위한 광고를 하기에 이르는 시기도 이때부터다.
초콜릿 원료의 주공급원인 카카오나무를 거론하자면, 카카오 나무는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는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바나나 나무처럼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줘야 잘 자랄 수 있단다. 게다가 거둬들인 카카오 열매에서 과즙을 버리고 얻은 카카오 씨는 태양 아래서 수십 번을 뒤집어 주는 수고를 해 주어야 좋은 초콜릿 원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카카오 씨는 금방 썩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카카오는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로 분리시키는 공정과정에 들어간다.
복잡한 공정과정을 거쳐 얻어 낸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는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만드는 주요한 원료가 된다. 카카오 매스의 함량에 따라 다크 초콜릿이 되고 밀크 초콜릿이 된다. 화이트 초콜릿은 카카오 버터의 함량으로 좌우된다. 당연히 질 좋은 초콜릿을 먹고자 한다면 카카오 매스의 함량이 높을 것을 확인하면 된단다.
이 책 <초콜릿>은 초콜릿의 전설에서부터 초콜릿의 역사, 새로운 맛의 비밀을 찾아가는 발견과 초콜릿을 통한 경제, 초콜릿의 형태와 조리법, 이를 생산하는 국가 등등 총망라한 내용이 얇은 분량임에도 다 들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읽기가 복잡하다. 과거에서 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가 아닌 특징별 나라별 성격별 형태별 분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대가 수시로 뒤섞여 혼란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독서를 함에 있어 가독성을 방해하고 머리로의 정리를 방해하는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창해 ABC시리즈의 애석한 부분인 것이다. 다만 풍부한 시청각적 자료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찌되었든 초콜릿을 단순한 간식거리에서 벗어나 문화와 역사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점에서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