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람들이 '꼼장어'라고 부르며 특히 즐겨 먹는 먹장어는 몸이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 빛깔은 다갈색을 띠는 뱀장어 비슷한 바닷물고기다.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 등은 모두 뱀장어목에 속하지만 먹장어는 칠성장어, 다묵장어와 함께 입이 동그랗다 해서 원구류(圓口類)로 분류되는 원시어류이다. 먹장어는 턱이 없는 대신 입술이 빨판 모양을 하고 있어 다른 물고기에 달라붙어 살과 내장을 파먹는 기생어류이다.
먹장어라는 이름은 깊고 어두운 바다에 살다 보니 눈이 멀었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해그피시(hagfish)'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hag'가 '보기 흉한 노파'를 뜻하므로 턱이 없고 쭈글쭈글한 먹장어 형태가 흉한 노파의 모습으로 비춰진 듯하다.
먹장어는 남·북극 지방을 빼고는 전 세계 어느 바다에나 사는 물고기로 언제나 바다 밑바닥에 살면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주로 죽어 떠내러온 물고기 사체를 뜯어먹고 살기 때문에 '바다의 청소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먹장어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껍질을 벗긴 상태에서 10시간이나 꿈틀거릴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다 수놈 1마리가 암놈 100마리 정도를 거느리고 살기 때문에 예로부터 보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먹장어는 몸의 양쪽에 점액공이 줄지어 나 있는데 여기에서 끈끈한 점액을 분비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많이 분비하는데 큰놈의 경우 무려 7L나 쏟아 붓는다고 한다. 이 점액질은 뮤신이란 물질로 단백질의 흡수를 촉진시키고 위벽을 보호하며 장내 윤활제 역할을 하는 당단백질이다.
꼼장어는 양념구이나 소금구이, 매운탕도 좋지만 짚불구이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꼼장어 짚불구이는 부산 기장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활활 타는 볏짚불속에 산 꼼장어를 던져놓으면 몇 번 꿈틀거리다가 동그랗게 오그라든다. 면장갑을 끼고 검게 탄 껍질을 훑어 내리면 탱탱한 속살이 드러난다. 먹기 좋게 잘라 소금으로 간한 기름장에 듬뿍 찍어 한입에 쏘옥 넣으면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다.
내장과 쓸개를 함께 먹기 때문에 입안에서 터지는 쓸개의 쌉싸래한 뒷맛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먹장어는 여름이 제철이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을 수 있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