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듄>
1. <반지의 제왕> 이후, 오랜 만에 엄청난 스케일을 가진 SF 영화를 만났다. 10191년의 우주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듄>은 전 세계에 알려진 최고의 SF소설이다. 소설 속 내용의 복잡함과 방대함 때문에 영화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드디어 이번에 본격적인 작품 제작을 시작한 것이다. 어떤 사전의 정보 없이 영화를 시청했다. 대부분 이런 영화는 사전 지식을 갖추어야 이해가 효과적이지만,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2. 우주는 마치 중세의 유럽을 연상시킨다. 우주를 지배하는 황제가 있으며, 각 행성마다 그 곳을 통치하는 가문들이 존재한다. 황제와 귀족들은 봉건제적 질서와 같이 복종과 의무의 관계 속에 있지만, 또한 각자의 독립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우주 최고의 물질인 특별한 환각 물질 ‘스파이스’가 묻혀있는 행성 아라카스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듄’이라는 사막으로 덮힌 아라카스는 녹지 사업을 통해 변모를 시도했지만, 스파이스의 발견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고, 그 곳은 오직 약탈의 대상이 되고 만다. 스파이스의 원주민들은 사막의 숨겨진 있는 동굴에서 기거하면서 행성을 약탈하는 외부 세력과 투쟁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 특별한 능력을 지닌 신비로운 여성 집단이 ‘베네 게세리트’도 등장한다. 이들은 정치적 세력과의 협력과 결탁을 통해 우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이다.
3. 황제는 스파이스의 채굴권을 갖고 있던 한 가문(하코겐 가문)의 권한을 빼앗고, 다른 가문(아트레이데스)에게 아라카스의 관리를 명령한다. 이것은 정치적 음모였다. 채굴권을 가졌던 하코겐은 아라카스를 비밀스럽게 공격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멸망시키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 음모에는 황제 세력도 참여한다. 하코겐 가문은 탐욕스런 돈을 위해, 황제는 대가문들의 경쟁을 통한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공격하여 영주인 공작을 살해하고 아라카스를 파괴한다. 갑작스런 기습에 아라카스는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대부분의 용사들은 죽음을 맞는다. 다행스런 것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손인 폴과 어머니가 기적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폴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었다. 베네 게세리트 출신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폴에게 특별한 능력을 훈련시키며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4. <듄> 1편은 하코겐 가문의 공격으로 파괴당하고 쫓기게 된 폴과 어머니가 아라카스 행성 사막의 원주민들과 합류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후에 전개되는 장면은 예측 가능하다. 폴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폴의 복수는 단순히 가문 간의 경쟁이 아니다. 그는 원주민들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오래 전부터 아라카스 원주민 사이에는 특별한 메시아의 도래가 예언되어 있었다. 폴은 과연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폴은 야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황제의 탐욕에 의해 우주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착취의 끝을 위해서는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5.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새롭고 경이로운 과학 기술이 등장하지만, 전투 장면은 전형적인 중세의 싸움같이 칼을 사용한다. 미래와 과거가 신비스런 방식으로 결합되어 영화 속 장면이 전개된다. 영화를 지배하는 정치적 질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중세적 통치 구조이며, 그것이 새로운 우주 배경에서 벌어질 뿐이다. 또한 과거의 신비스런 집단처럼 정치적 통치에 관여하면서 인류의 개량을 추진하는 비밀 조직의 모습도 결코 낯설지 않다. 최종적으로 ‘메시아’적 인물에 대한 기대와 등장은, 영화 <메트릭스>의 세계관과도 연결된다. ‘메시아’에 대한 설정은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희망의 상징일지 모른다. 혼돈과 전쟁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끝낼 특별한 존재에 대한 기대는 살육과 투쟁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의미였던 것이다.
6.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시간의 런닝타임이었지만, 영화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 속 장면의 스케일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의 간결함과 집중도가 충분하게 압축적이었으며, 영화 속 인물들의 매력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주인공인 폴을 맡은 배우 티모시 살라메는 지난 번 보았던 <헨리 5세>에서 표현되었던 개성이 이 영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약하고 의존적이었던 한 청년이 왕이 되면서 돌변하는 강렬한 카리스마는 살라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갖게 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통해 한 인간의 성장과 인류의 구원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 영화는 본격적인 투쟁과 변화의 과정을 예고한다. 영화 <듄>은 인간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혼돈과 경쟁, 약자 및 자연에 대한 착취와 그것에 맞선 투쟁, 권력의 대립 속에서 이익을 추진하는 특별한 집단, 고통받는 민중들의 메시아에 대한 희망, 한 인간의 성장 과정, 가족과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갈등 등 다양한 삶의 단면들이 충돌하고 부딪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주적 ‘선’과 ‘옳음’ 그리고 존재라는 거대한 담론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고, 더 나은 판단이 무엇인가에 대한 선택에 관하여 결정하는 훈련에 돌입할 수 있다. 그것도 거대한 우주적 모험의 세계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첫댓글 상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