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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음력 2월 22일, 나의 생일입니다. 얼마 전 남편이 생일선물을 무엇으로 해줄까라고 하기에 그날 하루 시간을 내어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친정 부모님을 위해 하루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신 두 분을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하였더니 남편이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기꺼이 응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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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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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 퇴계원인지라 두 분께 전화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조개구이를 드시고 싶다고 하신 것을 들은 적인 있어서 섬 구경도 하고 조개구이도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인천공항. 공항버스에서 내리신 친정아버지와 엄마를 뵙는데 아버지께서 지난번보다 더 연로해지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지병인 당뇨병으로 늘 집에만 계시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으시는데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힘이 없으십니다.
계획대로라면 삼목 선착장에 즐비하게 있던 조개구이집에서 조개구이를 먹고난 뒤 배를 타고 장봉도라는 섬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선착장에 가보니 조개구이집들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환경문제 때문에 무허가 조개구이집들이 다 없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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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봉도와 신도를 오가는 세종 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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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장봉도 행 배를 탔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배의 3층으로 올라가 넓은 서해바다와 배를 쫓아오는 갈매기를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맘껏 쐬었습니다. 날씨는 따사로운 봄날이었는데 배에서 맞는 바람은 추울 정도였습니다. 추위를 피해 객실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장봉도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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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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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그런데 섬이 작아서 그런지 구경할 만한 게 없더군요. 아직 봄꽃도 없다보니 그냥 조그만 시골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차로 섬 한바퀴를 도는데 안개 때문에 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섬 구석구석을 다 뒤지고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흙냄새 나는 시골길도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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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안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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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이제 밥집을 찾았습니다.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음식점이 있기에 들어가 보니 고풍스럽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벽에 붙여놓은 글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늙은이가 되면’. 누구나 이 다음에 늙은이가 될 테니 기억해둘만 합니다. 글을 읽고 계시던 친정엄마께서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라 하시면 아버지께도 읽어보시라고 권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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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이가 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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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음식점은 깔끔하고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했습니다. 물론 음식도 정갈하고 맛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마당으로 나오는데 음식점 할아버지께서 휠체어에 앉아계신 할머니를 위해 휠체어를 끌고 바람을 쐬러 나가시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친정 부모님도 가만히 그분들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두 분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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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까는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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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영종도로 나와 을왕리 해수욕장을 거쳐서 무의도행 선착장 부근으로 갔습니다. 선착장 부근에 할머니 두 분이 직접 캐온 굴을 까서 팔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 드리려고 굴을 샀는데 할머니들이 굴을 까는 모습을 직접 보니 값을 깎는다는 게 말이 안 되더군요. 오히려 보태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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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구이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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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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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구이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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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저녁으로는 결국 조개구이를 먹었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을 보니 앞으로는 더 자주 부모님을 모시고 바람을 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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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아버지와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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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며칠동안 장사하면서 모아두었던 30만원은 이번 여행경비와 부모님 용돈으로 그렇게 쓰여졌습니다. 지갑은 비었지만 마음은 행복했습니다. 부모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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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부모님은 우리의 곁에 계셔주시지 않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또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부모님들께 효도하세요! 자주 안부전화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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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1 오후 5:07 |
ⓒ 2005 OhmyNews | |
첫댓글 참 좋습니다. 우리가 늘 하는 이야기이지요. "있을 때 잘해~"
당장 우리엄마집에 전화 라도 해야겠어요. 부럽네요.~~~
낼 친정 엄마 한ㅇ테 가거든요 울엄마가 좋아하는건 날거 갱개미라고 하죠 그걸 사드려야 겠네요 엄마가 좋아 하니까 저도 잘 먹어 지더라구요...
우리가 마음은 있되 행동에 옮기기가 잘 않되는데 좋은실천 하셨습니다. 부모님께 대한효도 아쉬운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일찍 고인이 되신 바람에 이렇게라도 사는 모습 못보여 드린게 젤로 아쉽습니다. 이사빛님 " 언제까지나 부모님은 우리의 곁에 계셔주시지 않습니다." 를 저가 10살 때만 가르켜주셔도... 아버지껜
2년 효도 했습이고 어머니껜 9년 효도 했을탠데 -,- 하긴 그때는 효도할 근덕지도 없었네요!!!
호랑이아찌님..미안해요!! 10년전에 DAUM이 없는 바람에....^^;;그런데 근덕지가 뭐죠? 저는 제가 매일 부모님한데 전화드린다고 자주 말하는 것은 님들도 그렇게 하시라고 은연중에 말하는거예요!! 저야말로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답니다..그런데 매일 전화통화 하면 엄마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세요! 그게 좋아서~~
근덕지란 형편이란 말로 대신 할 수 있나요?? 형편이 없었다,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런 뜻의 경상도 방언이지요. 부모님 생각 많이 납니다.....
나는 아주 가끔 좋아하실 만한 반찬 만들어 부모님께 전해 드리는것으로 내 마음을 전합니다. 아마도 이사빛님의 이야기로 인해 생일 행사를 부모님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날것 같아 기분 아주 좋습니다. 빛님아~~화이팅!!!
ㅋㅋ 이사빛님 근덕지에 관한 설명은 보라미맘님의 설명으로 대신합니다.ㅎㅎㅎ
건더기랑 같은 말이기도 하나요?
보람잇는 한때 ! 부러워요
자주 얼굴을 볼수잇으면 좋은거죠..좋은시간을 가졌네요..저도 아버님이 작년11월에 돌아가셨는데..추석에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해서..혼자집에 두고 가족끼리 바닷가엘 갔는데..돌아가시고 보니..그때 같이 못갔던게..가장 후회스럽고..생각이 많이 듭니다..작은것이라도..실천하는게.. 그게 효가 아닐까 하네요..
저도..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자주 전화는 올리는데..그래도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생각만 간절하지..말처럼 잘 안돼네요..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지보고 효자라네요..슬프죠..그런 소릴 들으면 가슴이 메어 가끔 하늘을 봅니다..그게 부모에 대한..내효도인가 합니다. 미안하고,죄스럽고,항상.부족합니다.
자알 하셧습니다..무엇보다도 값진 여행입니다. 우리는 더많이 살날이 있으니 우선은 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하례하는것도 좋은 생각이죠..저두 매년 여름휴가는 고향에가서 엄니모시고 엄니 칭구분들 모시고 해서 서해바다에 여행을 합니다.요즘은 관광지에도 경로우대를 해주기때문에 경비도 많이 안들더라구여..
노인들 모시고 가면 입장료 주차비 모두 무료로 해주더라구요..다른곳은 모르지만 우리 고향에 부안,변산 쪽은 그렇습니다.대둔산에도 그렇구요..노인들은 다리에 힘이 없어, 차가 아니면 인근 관광지라도 그림의 떡 이랍니다.어쩌다 자식들이나 와야 구경이랍시고 하는데..해 마다 가는곳 또 가도 마냥 좋아들 하시더군여
이것도 몇년후면 하고 싶어도 못할것 같아요..버얼써 연세가 팔순이 다 되셔서...매년 동네 할머님들 한분씩 줄어드는걸 보면, 머지않아 나에게도 노인시절이 다가올거라는생각이 들곤 하죠...살아 계신동안이라도 힘 닿는대로 부모님께 잘 하고싶어요..
이은화 기자님 역시 기자다운 필치로 써내려간 부모님에대한 효심에 감동안받을수가없네요...요즈음같이 인정이마르고 부모에대한 효심 또한 매마른시기에 자기생일날 부모를 생각하는 이사빛이라는 이름에게 감사와고마움을 느끼면서 뜨거운박수를보냅니다.이뿐마음을가진 이사빛님 사랑해요~~~
친정 어머님과 같이 사는데 늘 곁에 계셔 주시니 너무 소홀했나봐요. 여행은 못가지만 오늘은 어머니 모시고 맛있는 저녁이라도 먹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