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파트투자는 매력이 없나요?” “지금 집을 못 사면 영영 내집 마련 기회를 잃을 것 같은데….” 요즘 부동산컨설팅 업체에서 흔히 오가는 상담 내용이다.
각종 세금과 금융규제까지 더해져 부동산시장은 완연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규제가 완화돼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한 상황. 언젠가 또다시 집값 급등의 시나리오를 연출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 고종완 RE멤버스 대표와 함께 부동산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봤다.
A> 검단신도시를 비롯한 그동안의 신도시 지정 과정부터 짚어봤습니다. 수도권에는 이미 가용택지가 한정돼 있어요. 국토종합계획이나 광역교통망계획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죠. 이번 신도시는 1983만㎡(600만평) 이상 대규모인 데다 자족 기능을 갖췄고 강남권 대체 기능도 어느 정도 담고 있었죠. 후보지를 좁혀보면 수도권 남부에다 그린벨트, 군사시설, 상수도 보전지역이 아닌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후보지 중 하남, 광주, 과천, 의왕 지역은 제외시켰습니다. 결국 기존 교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동탄2지구, 용인 남사 지역만을 추려냈는데 동탄신도시와 함께 개발하기 쉬운 곳이 동탄2지구라고 생각했습니다.
Q> 현 정부에서는 이제 대규모 신도시를 더 이상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신도시 개발 정책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A> 신도시 개발 계획만 본다면 수도권에만 연간 37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죠. 공급량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은 다릅니다. 현재 주택보급률을 보면 전국은 107%이지만 수도권은 97%, 서울은 91%에 불과합니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봐도 보통 선진국은 400가구를 넘는데 우리는 280가구에 불과해요. 주택보급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도시는 계속 개발되는 게 맞습니다.
주택 수를 늘리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죠.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인데 후자는 이미 정부가 규제로 확 틀어막은 상황이고 단기간에 주택을 늘리려면 신도시 개발이 꼭 필요합니다.
경기도에서 명품 신도시를 계속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정부와 경기도가 신도시 개발을 따로 하고 있어서 집값 상승 불씨가 되고 있죠. 결국 경기도는 단순 신도시보다는 ‘명품 임대도시’를 개발하는 게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무주택자와 서민들을 위한 신도시를 만들어 정부와 역할 분담을 하는 거죠.
Q> 그렇다면 이제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을 해보죠.
A> 오른다, 내린다 등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선 변수가 역시 가장 큰 관심이죠. 먼저 7월까지는 안정세를 보이다가 8~9월부터 가격이 반짝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요. 비수기를 지나고 거래가 거의 없었던 강남, 목동 등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대선 기대감이 작용해 다소 거래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고 규제 효과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10~11월쯤 다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 가격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받거나 급매물을 잡는 방법이 좋죠. 요즘 뜨고 있는 경·공매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지금 같은 하락기가 상승기보다 내집 마련을 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재건축 물건은 자녀 증여나 상속용으로 장기투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앞으로 실버 독립세대, 골드미스들이 늘고 이혼율까지 상승하면서 중소형 평형 인기가 두드러지고 임대주택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도시 개발 정책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던 고종완 대표는 반대로 9월부터 실시될 청약가점제에 대해서는 직언을 쏟아냈다. 그는 “청약가점제 점수가 높은 40~50대는 그동안 내집 마련을 미뤄온 게 아니라 자금이 부족해 주택 구입을 못한 것”이라며 “이들이 지금 주택을 구입하려 해도 정작 금융규제 때문에 또다시 자금 마련이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주택 구입 여력이 왕성하고 미래소득이 높은 30대들은 정작 가점이 모자라면서 주택 구입이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정부가 결국 주택 구입 수요를 원천 봉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놓았다.
Q> 장기적인 주택시장 흐름도 궁금한데요.
A>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장기 상승세를 탔습니다. 지역별로 봤을 때는 철저히 강남과 ‘제2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해왔고요. 여기서 제2강남권은 목동, 분당, 과천, 용산 등을 가리키죠. 수도권에서는 용인, 판교, 수원, 화성 등 ‘신강남권’ 역시 상승세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지역은 물론이고 상승세를 이끄는 상품도 달라졌습니다. 강남 대신 강북이 뜨고 중대형 대신 소형, 아파트 대신 연립·다세대주택이 상승세를 이끌었죠. 한마디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 규제 때문에 ‘역차별화’가 진행된 겁니다.
이런 양상을 봤을 때 지금이 조정기라고 본다면 그 다음은 하락기가 나타나는 게 맞습니다. 2008~2010년까지 본격 하락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부동산의 특성상 하방경직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하락폭은 크지 않겠지만 지역에 따라 10~20%까지 떨어질 수 있죠. 결국 향후 2년간이 내집 마련 고비입니다. 10% 정도 하락하면 ‘내집 마련 적기’라고 판단해 매수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양상이 달라질 겁니다. 주택 공급 상황을 보면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부족 상황이 앞으로 4년 정도 지속될 거예요. 적어도 2011년까지는 주택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집값은 크게 내려가지 않고 상승세를 탈 수 있습니다. 다만 2012년부터는 신도시 입주 물량이 많이 늘기 때문에 집값이 다시 안정될 수 있죠.
Q> 투자 유망지역을 짚어준다면.
A> 지역별로 봤을 때 강남은 더 이상 크게 오르기는 어렵죠. 대신 강북 지역 뉴타운이나 도심재정비촉진지구를 노려보는 게 좋습니다. 지역별로 봤을 때는 용산, 뚝섬, 상암, 마곡 지구가 가장 유망하죠. 도심재정비촉진지구 중에서는 은평구 수색·증산, 동대문구 전농·답십리·이문·휘경, 영등포구 영등포·신길, 구로, 금천 지구가 좋습니다. 굳이 강남권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개포·일원, 강동권에서는 천호·성내 지구가 좋습니다. 향후 강남 대신 ‘강동권’이 뜰 가능성이 높죠.
수도권에서는 강남과 분당을 주축으로 하는 경부고속도로 축 대신 강남에서 판교·광교·죽전·수지로 이어지는 ‘제2경부고속도로 축’을 주목해야 합니다. 중심축에서는 다소 소외돼 있지만 송도를 중심으로 한 서부 축도 좋습니다. 영종·검단·청라·김포·파주 라인으로 이어지는 축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죠.
Q> 상업용지나 공장용지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은데요. 그리고 지방도시 중에서도 괜찮은 곳이 있을까요.
A> 투자 상품별로 봤을 때 상업 지역은 동대문운동장 주변이 디자인 패션도시로 도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구로·금천 지구는 벤처기업들 유망지로 주목을 받고 논현역 주변도 신분당선 개통 호재로 급부상할 수 있죠. 건대입구역을 비롯한 왕십리 일대도 아직 땅값이 저렴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공장용지에서는 경기 이천·안성·여주와 충북 음성·진천 지역이 좋죠. 전원주택으로는 인천 강화·옹진군, 충남 서산·당진군 지역이 좋습니다.
지방도시에 투자하려면 인구나 기업 수가 모두 증가하는 지역을 노려야 합니다. 부산, 대구, 광주는 더 이상 도약하기 어렵고 창원, 울산, 포항, 거제 지역이 생산도시 위주로 개발되기 때문에 투자하기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