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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청명합니다. 이렇게 청명한 가을하늘을 방안에서 창문 너머로 보노라면 몸이 근질거려서 들판으로 나가지 않으면 가을하늘에 대한 결례를 범하는 것만 같습니다. 가을 하늘 아래서 만난 꽃무릇(석산, 피안화)이 태풍복구를 하느라 지쳐 있던 심신을 맑게 만들어 줍니다. 수선화와 원추리뿌리를 닮은 꽃무릇의 뿌리는 무릇처럼 물에 담가 독성을 빼내어 식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릇의 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꽃과 화려한 꽃술을 자랑하는 꽃이 가을하늘을 바치고 가득 담고 있는 듯 합니다.
'石蒜(석산)'이라는 이름은 돌틈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한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彼岸花(피안화)'라는 이름은 불교와 관계가 있는데 극락세계, 서방정토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꽃을 피운 후에 이파리를 내고 추운 겨울을 보내다가 5월쯤에 이파리가 다 마르고 이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그 무렵에 다시금 꽃대를 올리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모양이 고행속에서 득도한 부처와도 같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라산 어리목에서 만난 단풍취는 이파리는 어디로 가고 꽃대만 남아 꽃 이름을 찾는데 애를 먹게 한 꽃입니다. 수풀이 우거져 가을 하늘을 함께 담지는 못했지만 작은 꽃에는 꽃술이 세 개가 나와 있더군요. 그러니 이 꽃은 기독교적인 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삼위일체의 형상을 보여주는 꽃술의 모양, 이파리며 뿌리까지 모두 사람들에게 유용한 꽃,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모습이 기독교의 정신과도 닮았죠. 단풍취는 이파리의 모양새가 단풍잎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취나물의 꽃들은 다 예쁜 것 같습니다. 참취의 꽃도 예쁘고, 미역취, 개미취, 벌개미취, 좀개미취 등등은 모두 이파리의 향기도 뛰어난 꽃들입니다.
덩굴용담의 꽃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것이 바로 덩굴용담의 열매라고 합니다. 보호식물이라고 하는데 보랏빛 열매가 참으로 앙증맞습니다. 열매에는 아직도 꽃술의 흔적같은 것이 남아 마치 벌의 침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보호식물이라고 하니 이 작은 씨앗 속에 더 많은 생명들이 들어있길 바라게 되고, 씨앗들마다 퍼져서 한라산 구석구석에 퍼지길 바라게 됩니다. 꽃도 예쁘지만 가을이 되면서 열매의 모양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기기묘묘한 모양들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도 있고, 꽃의 모양과는 전혀 다른 꽃을 피우는 것도 있답니다. 꽃도 열매도 모두가 아름다운 자태로 자연의 세계로 자꾸만 흠뻑 빠져들게 만듭니다.
뚱딴지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꽃, 누가 이렇게 예쁜 꽃에 뚱딴지같은 이름을 붙여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바라기와 비슷한 꽃, 해바라기는 씨앗을 먹지만 뚱딴지는 뿌리를 식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먹을 것이 풍부하니 뚱딴지뿌리까지 채취해서 먹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돼지감자라하여 뿌리를 캐서 먹으면 사각거리는 맛이 좋아서 뒷뜰에 많이 심기도 했던 것이 바로 이 뚱딴지같습니다.
늘 지나다니던 길이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다니는 길이었는데 눈에 띄지 않았죠. 꽃이 작은 것도 아니었는데 왜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태풍이 지난 후 꽃들도 아픔으로 시들시들 신음하고 있을 때 노란꽃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그게 바로 이 뚱딴지꽃이었지요. 이름과는 달리 아주 예쁘고 화사한 꽃, 돼지들도 뚱단지의 뿌리를 좋아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야생의 뚱딴지꽃의 뿌리는 멧돼지의 훌륭한 먹을거리일 것이겠죠.
오늘은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억새의 모양새를 아주 조금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요즘 한창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본격적인 억새를 사진으로 담지 않는 이유는 한창일 때 가장 예쁜 장소에서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때문입니다. 동쪽에서는 일출을 배경으로 종달리 바다근처에서 찍는 것이 가장 예쁘고, 서쪽에서는 일몰을 배경으로 애월 쪽에서 찍는 것이 가장 좋은 연출이라는 말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일출을 찍을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렸다 가장 예쁘게 담아서 여러분들께 선물을 하렵니다. 일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우리 집과는 반대방향인 애월쪽이라고 하니 언제 한번 식구들과 가장 예쁜 억새의 어루러진 풍경을 보기 위해 조금 먼길을 가야겠습니다.
층꽃풀은 층층이 피어나는 꽃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이전에 소개해 드렸던 층층이풀과는 다른 꽃입니다. 송알송알 맺혀 있는 작은 꽃망울에서 꽃들이 폭죽 터지듯 화들짝 피어났습니다. 어느 순간에 터졌나 싶을 정도로 피어난 꽃, 밤하늘의 폭죽은 순간이지만 가을하늘 아래에서 대낮에 불꽃놀이를 하는 층꽃풀의 불꽃놀이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름이 참으로 좋은 날이었습니다. 태풍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꽃이라는 증거로 꽃대가 휘었지만 너무도 청명한 가을 하늘, 뭉게구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가을, 하늘이 높은 계절입니다. 독서지절이라고 하지만 가만히 방에 앉아 있는 것이 결례가 될 것만 같은 청명한 가을날에는 텃밭에라도 나가 몸을 움직이며 흙도 만지고, 풀도 만지고 해야 마음이 안정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봄바람을 탄다고 하는데 저는 가을바람을 타는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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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石蒜(석산)'이라는 이름은 돌틈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한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彼岸花(피안화)'라는 이름은 불교와 관계가 있는데 극락세계, 서방정토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피안화라고 부르기도 하는군요 저도 석산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