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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45 - 울타리
S#1. 도서관 전경
지나가는 학생들의 꼭 여민 점퍼와 웅크린 어깨에서 추위가 느껴진다.
그렇게 잠시 전경을 비추던 카메라, 서서히 2층 어느 열람실로 다가가는데서.
S#2. 도서관 열람실
바깥과 달리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내부.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대욱과 지민, 들어와 둘러 보지만 언뜻 빈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민 : 오빠, 어떡해? 자리가 없나 봐.
대욱, 어떡하나.. 머리 긁으며 앞을 보는데
저만치에 고등학생들이 몇 명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과자나 음료수 등을 먹으며 킬킬거리고 있다.
대욱 : 가만 있어봐. 쟤들.. 고등학생들 아냐?
지민, 고개를 빼어 그들 자리를 건네다 본다. 그들이 떠들고 있는 책상 앞에는 고등학생용 참고서들이 늘어져있다.
지민 : 문제집을 보니까 고등학생 맞는데?
대욱 : 이 녀석들이 정말 카이스트 도서관을 뭘로 아는거야..
불끈해서 그리로 가려는데 지민이 얼른 대욱의 팔을 잡으며.
지민 : 참어 참어.
대욱 : 뭘 참어. 남의 학교 도서관에 왔으면 조용히 공부를 하든지...
지민 : 글세 오빠가 가서 뭐라고 해봤자 싸움만 나잖아.
대욱 : (어이없어) 내가 얼라냐. 저 얼라들하고 싸움을 하게.
지민 : 그러지 말고 캠폴에 전화해. 응? 전화해서 쟤들 좀 내보내 달라고 그러자구.
대욱 : 어어참.. (내키지 않는데)
지민, 대욱을 억지로 끌고 간다.
그들이 가고 난 자리.
이제까지 그들이 서있던 옆 자리에 앉아있던 상원이 고개를 들더니 가는 그들을 바라본다.
S#3. 이교수 랩
만수가 농구공을 들고 흥분해서 들어온다.
만수 : 농구장에 가면 농구를 할 수 있나? 도서관에 가면 공부를 할 수 있나? 이것들이 이제 식당까지 들락거려요.
고등학생 천지라구요.
정태, 탁자에서 자료 챙겨 자리에 앉는다.
그런 만수를 한심해서 보는 중희.
만수 : 쪽문 밖에 한 번 나가 봐요. 거기도 고등학생들이 아예 점령을 했다 이겁니다. PC방, 노래방, 만화방, 비디오방,
하여간 방방곡곡 사방이 고등학생이예요.
중희 : 왜 그렇게 방방거려?
만수 : 하여간 말입니다. 여기가 카이스튼지 카이스곤지 알 수가 없어요. 알 수가.
명환 : (들고 있던 자료로 만수 뒤통수 한 대 치고 자기 자리로 가며) 앉어. 앉아서 입 닫고 일해. 응?
만수, 입 삐죽 나와서 앉다가 보면 민재와 정태가 신문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만수, 명환의 눈치를 보며 의자를 슬슬 밀어 다가가서는 작은 소리로.
만수 : 뭐야. 뭘 보는거야.
민재 : 신문.
만수 : 신문에 뭐어.. (하고 둘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어 보다가) 어어. 이 사진 이거 박교수님이잖아.
정태 : 박교수님 칼럼이 실렸어. 내용이 아주 재밌는데.
만수 : (아예 신문을 뺏어가 보며)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현실? 어이구 맞는 말씀이지.
멀리 볼 것도 없이 이 정만수를 보면 되잖아. 정만수의 무궁무진 한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우리 랩의 현실.
민재와 정태, 으이그해서 각자 자기의 작업으로 돌아가고. 만수 혼자 넉넉히 앉아 신문을 읽는다.
만수 : 우리나라에서 상급학교에 진학 하려면 십여개의 각기 다른 과목의 점수가 다 좋아야 한다. 아무리 한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어도 이 모든 과목의 평균점수가 낮으면 그는 진학하기가 어렵다. ...아니 이거 계속 정만수 얘기잖아. ...
그리고 진학을 못 했을 경우 그의 뛰어난 재능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현실은 재능보다 학교성적표나 졸업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크아아..
감탄해서 고개를 들다가 보면 명환이 한심해서 보고 있다.
만수 : 이거 아주 무지하게 슬픈 칼럼인데요. 먼저 읽어보실래요?
S#4. 도서관 로비
백곰이 고등학생 몇 명을 몰고 나오고 있다. 거의 쫓아내는 분위기.
고등학생들 기분나빠하며 쫓겨나고 있다.
백곰 : 자아 이해하세요. 여기 학기말고사 때라서 모두 처절합니다. 불쌍한 형님누나들 괴롭히지 말고 집에 가서 공부하세요.
진짜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헤메구 다니지 않는 법입니다. 그럼 얼른얼른 집으로들 가요오..
그들이 지나간 자리, 이만치에 신문을 읽던 상원이 신문 너머로 그들을 보고 있다.
상원 읽던 신문을 구겨쥔 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근처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가능하면 이때 던진 신문에 박교수의 사진이 실리고 위의 제목이 적힌 부분이 보였으면..)
S#5. 대강당 옆 수영장 앞
경진, 층계에 앉아 어딘가를 보고 있다.
그 시선 따라가 보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몇몇을 백곰이 설득하며 돌려 보내려 하고 있다.
수영복이 들었음직한 작은 가방을 든 초등학생들, 쉬 물러나지 않는 듯 백곰, 진땀을 흘린다.
턱을 고고 보고 앉은 경진의 어깨를 툭 치는 손.
경진 : 옴마야. (보면 자현이다) 야, 깜짝 놀랬잖어.
자현 : (보면서) 저거 뭐냐? 오늘 수영장 문 닫았어? 간만에 몸 좀 풀라 고 왔드니.. (수영가방을 들고 있다)
경진 : 너한테는 열려있는 문일거야. 왜? 카이스트 학생이니까.
그러나 저 아이들에게는 닫혀 있는 문이지. 왜? 카이스트 학생이 아니니까.
자현 : 넌 어째 똑같은 말을 언제나 그렇게 어렵게 하냐.
경진 : 누가 울타리라는 걸 만들었을까.
자현 : 갑자기 얘기가 왜 울타리로 넘어가?
경진 : 울타리. 그냥 놔 두면 똑같지만 (허공에 손으로 원을 그린다) 이렇게 울타리를 치면 안하고 밖으로 나뉜단 말이지.
그 다음에 울타리 안에선 규칙이란 걸 정해요. 여기여긴 절대로 들어오지 마세요. 근데 그 규칙이란 게 참 묘해요,. 왜냐?
공간만 나누는 게 아니라 사람들까지 나눠놓거든. 처음엔 규칙때문에 밖에 사람들을 거부했는데 나중엔 감정만 남아요.
아니, 저 놈이 우리 땅에 들어 와?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자현 : (물끄러미 보다가) 숨 안 쉬냐?
경진 : 걱정 마. 중간중간 숨 셨어. (자현 얼굴 보곤) 너 시간 있지? 설마 돈도 있겠지? 가자. 밥 먹는 거 보여 줄게.
경진, 자현을 끌고 가는.
S#6. 석학의 집
경진, 밥을 우걱우걱 먹고 있고, 옆에 앉은 자현, 대욱, 지민.
대욱 : 뭐? 수영장을 개방하자구요?
경진 : 응. 어때? 좋은 생각이지?
대욱 : 그럼 우린 언제 수영합니까?
경진 : (본다) 어이, 후배, 자네 학교 들어와서 수영장 몇 번이나 가 봤나?
대욱 : 그..그게 문제가 아니잖어요.
경진 : 그럼 뭐가 문제야?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주말만 외부 사람들 들어와서 수영도 하고 물장구도 치고 얼마나 좋아?
대욱 : 선배. 우리 학교가 무슨 유원진 줄 압니까? 우리 학굔 연구 기관 이라구요. 연구 기관.
외부 사람들은 원래 못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지민 : 맞어. 안 그래두 고등학생들 때문에 골치 아픈데. 수영장까지 개방하자구? 으으..
경진 : (숟가락 내리고 자세 바로 하곤) 강대욱군. 내 질문에 솔직하게 말해 줬음 좋겠어. 자넨 지금 외부 사람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게 싫다고 했네. 그게 정말 우리 학교가 연구기관이기 때문인가?
대욱 : 그야 뭐 원칙이...
경진 : (말 자르며) 원칙을 묻는게 아냐. 난 지금 자네 생각을 묻고 있는거야. 혹시 자네한테 방해가 되니까 거슬리니까
원칙과 규칙을 갖다 붙이고 있는 건 아닌가?
대욱 : 내..내가 그렇게 쫀쫀한 놈으로 보입니까?
경진 : 뭐..아님 다행이구. 이참에 수영장개방 서명운동이나 한판 벌여 보까? 우리 학교 학생이 6000명이니까 1000명
아니 10프로면 600명만 서명해도 학교에 건의할 수 있겠는데.
대욱 : 선배, 꿈 깨십시오. 아라에 한 번 들어가 보세요.
지민 : 맞어. 고등학생 들락거리는 거. 외부 사람들 돌아 다니는 거. 얼마나 불만이 많은데. 언니가 몰라서 그래? 그치?
경진 : 자현아, 니 생각은 어때?
자현 : 생각 할 게 뭐 있냐? 오면 오는거고 가면 가는거고.
경진 : 그러니까 넌 아무 생각도 없다 이거냐?
자현 : 난 밥먹을 땐 밥밖엔 생각안해. 느넨 어떻게 밥 먹으면서 그렇게 복잡한 얘기를 할 수 있냐?
S#7.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노래를 부르며 커피를 타는 중이다.
이만치 테이블에서는 남희가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남희 : 포항의 오교수님이 아직 자료 안 보내주셨어요?
박교수 : 포항의 오교수? 아아 맞다 참. 확인 안해봤는데.
커피를 들고 마셔가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컴퓨터 쪽으로 간다. 메일을 열며.
박교수 : 나는 말이지 이메일을 열때마다 어쩐지 쓸쓸해. 남희양 그 기분 알어?
남희 : 쓸쓸해요?
박교수 : 메일을 열어봐야 죄다 냄새나는 자료들만 주루루 들어있고 보내온 사람도 죄다 오교수 이교수 김박사 최박사.. 으이그..
나도 러브레터같은 거 좀 받아보고 싶은데..
남희 : (웃으며) 받을 생각만 하지 마시고 먼저 보내보시면 어때요.
박교수 : (E) 이게 뭐야.
남희 : (돌아보는) 뭐가요?
박교수 : (모니터를 보고 있다) 여기 내가 있습니다.
남희 : 예에?
박교수 : 편지가 하나 와있는데 이 편지의 제목이 그거야. 여기 내가 있습니다.
남희 : 내가 누군데요.
박교수 : 그러게.. (읽는) 박교수님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재능을 인정하지도 키워주지도 못하는 우리 사회.
제가 박교수님의 칼럼을 증명해드릴까요? (황당해서 남희를 본다)
남희 : 팬레터인가본데요. (웃음기로) 러브레터는 아니지만.
박교수 : (계속 읽는) 나는 카이스트도 어느 대학도 갈 수 없었습니다. 점수가 형편없었기 때문이죠.
S#8. 도서관 컴퓨터 앞
화면을 검색해가고 있다. 모니터에는 몇 개의 페이지를 거쳐서 하나의 페이지가 뜬다.
[1999년 카이스트 해킹대회 우승 전기전자공학과 96 김정태 2등 전산과 96 구지원 3등 화학공학과 97 구준모]
그 화면 위로 계속...
상원 : (E) 이런 내가 교수님의 훌륭한 제자들을 이기면 교수님의 말이 증명이 되겠지요.
제자들에게 경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오후 다섯시. 내가 방문하겠다고. 문단속을 잘하라고.
S#9. 박교수 랩
지원과 진수, 마이클 등이 듣고 있고. 남희가 설명중.
남희 : 문단속을 잘해라.. 편지는 이렇게 끝나고 있어.
마이클 : 그럼 그 사람 도둑이야? 우리 기숙사 방문 잘 잠궈야 돼?
진수 : 해킹 얘기 같은데요. 박교수님은 전산과고. 그 제자들이면 우리들 얘긴가요?
마이클 : 해킹? (신나서) 오우 해킹 게임. 예에쓰.
남희 : 아무튼 혹시 모르니까 해킹 방지프로그램을 작동시켜 놓는 게 좋을 거야.
장난일수도 있지만.. 만약.. 우리 랩의 컴퓨터에 바이러스라도 넣으면 곤란하니까.
지원 : 곤란한 거보다 망신이겠죠. 알았어요. (컴퓨터로 돌아앉는)
진수 : 교수님은 뭐하고 계신데요?
남희 : 몰라서 묻니? 아주 신나셨지뭐. 제발 이게 장난 편지가 아니고 진짜여야 된다고 기도하고 계시다.
S#10.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책상 앞에서 오락가락하며 열심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아아.. 생각이 났는지 얼른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며.
박교수 : 오후 다섯시. 기쁘게 그대를 기다리겠음. (마우스를 집다가 뭘 생각했는지 좀 더 쳐넣는다)
도전을 했으면 실행을 할 것. 장난으로 끝날 때는 끝까지 메일 주소를 추적, 꿀밤을 먹이겠음.
만족해서 메일을 보낸다.
S#11. 복도
언제나처럼 즐거워서 오는 만수, 멋있게 랩실 문을 연다.
그 아래 자막 [제 1일 오후 05시 10분]
S#12. 이교수 랩
만수 : 하이! 에브리바디!
하며 들어오는데 아무도 없다.
만수 : (명환의 어조로) 아니 랩을 비워놓고 뭣들 하는거야. 아니 어떻게 내가 잠깐 자릴 비우면 랩이 개판 오분전이냐.
정명환 너 랩장이면 똑바로 해! 그리고 김정태. 잠시 메일 검문이 있겠다. 너 요즘 러브레터 주고 받는 거 없냐?
있을텐데... 있을걸..
정태의 컴퓨터를 부팅하고 두 다리를 터억 책상 위에 걸치고,
느닷없이 그 자세로 테크노 댄스 같은 것의 동작을 해보면서 그 동작의 연결로 마우스를 집고 모니터를 보다가 굳는다.
명환과 중희, 민재, 정태 들어온다.
명환 : 정만수, 다리 안 내려?
만수 : (그대로)
명환 : 다리!
만수, 멍한 눈으로 명환 한 번 보곤.
만수 : 있잖아요. 내가 들어오자마자 작업을 할려고 컴퓨터를 켰거든요.
명환 : 그래 지금 니가 하고 있는 꼴이 작업하겠다는 폼이냐?
정태 : 작업을 왜 내 컴퓨터에서 해.
만수 : 근데요. 부팅이 되자마자 얘가 이러고 있는 거에요.
명환 : 뭐가아.
명환, 보는데 모니터에는 해킹 화면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어어해서 정태가 재빨리 달려들더니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중희 : 뭐야 이거 해킹당하고 있는 거잖아.
S#13. 복도
박교수가 급하게 달려가고 있는데 그 얼굴은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S#14. 박교수 랩
지원의 컴퓨터에 남희와 마이클, 진수 등이 모여들어 보고 있는데 박교수가 튀어든다.
박교수 : 어디야. 어느 컴퓨터로 들어온거야 어?
마이클 : 싸부님. 이거에요. 이거. 지원이 누나꺼.
박교수 달려들어 모니터를 보는데 화면은 이미 검게 변하고 메시지가 뜬다. 그 메시지를 읽는.
남희 : 1대 0, 전자과 김정태. 전산과 구지원의 성을 점령. 제자들의 실력이 이 정도였나요? ...
박교수 : 아니 이 친구 진짜로 들어왔잖아. 아이구 기특하기도 하지. 근데 김정태하고 구지원? 왜 하필 두사람이 타겟이 됐지?
하여간에 구지원. 축하해. 나의 가장 훌륭한 제자로 뽑힌거야. 아하하. 이거 진짜 재미있는 친구구만 그래.
어떻게 생겼을까.
진수 : 잠깐만요. 메시지가 바뀌는데요.
모두 보면, 화면에는 새로운 글자들이 올라온다. [ 내일 오후 5시. 모든 길목에 서서 나를 기다릴 것.....기는 자 위의 걷는 자.... ]
박교수 : 그렇지 그렇지. 여기서 끝내지 않을줄 알았어. 이왕 시작했으면 갈데까지 가봐야지 그러엄.
모두 어이없어 박교수를 보는데 지원은 화난듯한 얼굴로 재빨리 키보드를 쳐나가고 있다.
S#15. 동아리방
경진이 아주 재미있다는 듯 보고 있는데. 정태와 지원. 민재. 진수.
정태 : 로그인 로그 아웃 기록은 확인해 본거지?
지원 : 물론이지. 깨끗해. 완벽하게 지우고 나갔어.
정태 : 패스워드는? 그건 바꿔놓았던 거야?
지원 : (끄덕이는)
민재 : 백도어를 만들어뒀던 건 아닌가?
지원 : 없어. 프로그램 버그를 통해 들어온 거 같애.
경진 : 잠깐만.. 그러니까 지원이네 랩에서는 미리 방어를 해놨었는데도 깨끗하게 당했다는 거야?
지원 : 맞어. 깨끗하게 당했어.
경진 :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 왜 하필 느네 둘이야? 느들 어디서 둘이 손잡고 누구 패준 적 있니?
민재 : 아무래도 그건 거 같은데.
경진 : 뭐.
민재 : 정태하고 지원이는 지난번 해킹대회때 우승하고 준우승을 했었잖아.
정태 : 아아. 맞다. 그건가부다. 그럼 그 때 우리한테 졌던 누군가가 이제 와서 복수를 한다는 거야?
민재 : 그건 좀 이상하지?
경진 : 그리고 또 이상한 거. 메시지에 이런 말이 있대매. 제자들의 실력이 이 정도였나요? 그건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민재 : (한숨을 쉬더니 지원에게) 지원아 니가 설명해줘라.
지원 : ...우리 박교수님.
경진 : 박교수님? 왜? 뭐가 어떻게 된건데.
S#16.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 박교수가 도전을 받아줬다구요?
박교수 : 뭐 도전이라고 하니까 좀 살벌해지는데 하여간 용하잖아요. 구지원양과 김정태군은 지난번 해킹대회의 우승자들이에요.
그애들이 엄청난 디텍션 프로그램을 깔아놨는데 아주 사뿐하게 들어와서 메시지를 남기고 갔단 말입니다.
이교수 : 내가 듣기로 정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당했다든데요.
박교수 : 아.. 그랬나. 어쨌든 이번에는 언제 들어온다는 걸 알았으니까 해볼만 할걸요.
이교수 : 글세 뭘 해볼만해요. 학교 서버가 무슨 장난감이에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메시지만 남기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라도
깔아서 자료들이 손상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박교수 : 바이러스를 들고 들어오면 이번엔 그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가리는..
이교수 : 박교수.
박교수 : 아.. 그럼 안되죠. 특히 이교수님 랩에는 대단히 중요한 자료들이 많을테니까. 하하.
이교수 : 그래서 그 해커 목적이 뭐에요?
박교수 :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거죠.
이교수 : 그딴 해킹 실력을 보여줘서 뭘 어떻게 하자구요.
박교수 : 말씀드렸잖아요. 나의 칼럼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겠다.
이교수 : 우리 5분만 진지하게 얘기할 수 없을까요.
박교수 : (진지하게) 알겠습니다. 진지하게 말씀드려서 사람은 이따금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겁니다.
그 친구는 아마 지금이 그때인 모양이죠. 그리고 진지하게 말씀드려서 걱정마세요. 이건 그냥 땅뺏기놀이같은 거에요.
서로 들어온다 막는다. 역추적해서 쫓아간다. 그런 놀이를 하는 거니까 별로 걱정 안하셔도 될겁니다. (자신있게 웃는데)
이교수 : 어째 박교수 얘기를 들으니까 더 걱정이 되는데요.
박교수 : 아하하. 사실은 저에게도 뭔가 대책이 있습니다. 제 1방어선이 무너지면 제2방어선이란 게 있어야 되니까. 하하.
이교수 : (영 불안해서 보고 있는)
S#17. 석학의 집
마이클 : (신나서) 그럼 우리도 해커 잡는거에요? 지원이 누나도 모르게 몰래 우리가 잡아요?
박교수 : 아니지. 우리가 아니고. 니가.
마이클 : 나 혼자?
박교수 : 난 교수니까 내가 끼면 불공평하잖냐. 마이클 넌 내 제자니까 자격이 있지.
마이클 : 오케이 오케이. 마이클 자신있어요. 할 수 있어요.
박교수 : 내가 뒤에서 쪼오끔 코치를 할 수는 있겠지. 에에 또 그럼.. (미순에게 소리쳐서) 고여사님. 앞으로 며칠동안 마이클은
여기 못 나옵니다. 월급에서 잘 계산해서 깍으세요. 자 가자. (마이클의 손을 잡고 다짜고짜 나간다)
미순 : (벙해서 보고 있다가 옆의 진영에게) 방금 날 뭐라고 불렀지?
진영 : 고여사님이라고 들었는데요.
미순 : 여사라... 그건 좋은 말이지?
진영 : 그렇죠. 아주 높은 여성을 부르는 말이죠.
미순 : 음.. 그런데 그거 혹시 나이 많은 여자를 부르는 말 아니냐?
진영 : 뭐.. 대단한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여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미순 : ...음.. 그런가. 근데 지금 몇시냐?
진영 : (시계보며) 세신데요.
미순 : 만수한테 전화해서 이따 일루 놀러오라 그래. 콜라 서비스 준다구.
진영 : 왜요.
미순 : 왜는 왜야. 그 해컨지 크래컨지 잡는 거 어떻게 됐는지 얘기 들어야지.
진영 : 아유참. 그럴 거 없이 아라 비비에스 보면 되잖아요. 분명히 거기다 중계방송을 하고 있을텐데..
S#18. 복도 어디쯤(시계가 걸려 있는 곳)
지나가던 학생들, 문득 시계를 쳐다 본다. 4시 30분이다. 자막-[제2일 4시 50분]
만수 : (소리)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이름모를 해커가 짓밟아 오던 날을. 마우스 키보드로 적들을 막아 내어
S#19. 이교수 랩
만수, 컴 앞에 앉아 보드에 글을 올리는 중이다. 방안에는 명환과 중희와 정태.
만수 : 지키자 자존심! 이룩하자! 통신정의. 현재 이름모를 해커의 도전장을 받은 카이스트 해킹대회의 우승자 두 사람은
오늘 저녁 다섯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치열한 전투 상황을 매순간 밀착 취재해드릴 예정입니다.
이상 반해킹 전선에 우뚝 선 전령사 정만수였습니다. 오랜만에 한 번 해 볼까? 흠흠....올라가거라이. (엔터 치는)
컴 앞에 묵묵히 앉아 기다리는 정태에게.
만수 : 정태야, 뭐 도와 주까? 막히는 거 있음 말해라. 나의 해킹 실력이 필요하냐?
중희 : (끌고 가며) 절로 가.
만수 : 아야야..왜 그래요?
중희 : 도와 주고 싶대매? 니가 정태를 도와 줄 방법은 이거 밖에 없어.
S#20. 박교수 랩
진수와 지원, 자기 컴퓨터에 앉아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진수 : 인트루전 디텍션 시스템, 믿어도 될까요?
(자막 : 인트루전 디텍션 시스템-침입 감지 시스템)
지원 : 감지력이 뛰어나.....잡을 수 있을거야.
여전히 모니터만 보고 있는.
S#21.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가 오락가락하고 있고 마이클이 컴 앞에서 하품을 하며.
마이클 : 정말로 다섯시에 들어와요? 딱 다섯시요? 그럼 지금 잠깐 화장실 좀..
박교수 : 어허.. 좀 참어. 넌 지금 최후의 방어선이잖아. 준비는 제대로 되 있는 거 맞지?
마이클 : 센드 메일, 핑거, FTP, 네스테이트 최신 버전들 다 깔았어요. 그리고...
박교수 : 아아. 더 말하지 마. 이건 어디까지나 내 제자와 그 친구의 대결이니까 난 절대 간섭하지 않을거에요.
마이클 : 그래서 싸부님..
박교수 : 말하지 말라니까.
마이클 : 잠깐 화장실에 좀..
S#22. 캠퍼스
민재가 시계를 보며 급히 가는데.. 그 앞을 막아서는 경진.
경진 : 민재야 너 1등이 좋니. 2등이 좋니.
민재 : 3등이 좋아. (비켜 갈려는데)
경진 : (막아서며) 그래? 그럼 여기 세 번째에 서명하면 되겠다. (하며 용지를 들이댄다)
민재 : 이게 뭐야.
경진 : 주말 수영장 개방을 위한 서명운동?
민재 : 너 설마..진짜로 서명운동을 시작한거야?
경진 : 사람이 생각을 했으면 실천을 해야지. 그래서 여기..여기다 니 이름만 쓰면 돼. 여기가 세 번째 칸이다. 하하.
민재 들여다보면 서명용지에는 아직 아무 이름도 적혀있지 않다.
민재 : 아직 한사람도 서명을 받지 못한거냐?
경진 : 그렇지. 그러니까 니가 원하기만 한다면 1등 자리도 내줄 수 있어. 어때 솔깃하지.
민재 : 너 졸업논문은 끝냈냐?
경진 : 설계는 끝났는데 시공이 아직 안됐다고 봐야겠지.
민재 : (용지를 도로 경진에게 주며) 충고하는데 가서 논문 써. 그리고 난 정태한테 가봐야돼. (시계보며) 시간 다 됐다구.
경진 : 이상하네. 사람들은 논문이라든가. 얼굴도 모르는 누구하고 자존심 싸움하는 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바로 내 이웃에 사는 아이들과 수영을 함께 한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단 말야. 왜 그런지 알어?
민재 : (가려다 할수없이 보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일분 삼십초 내로 끝내라.
경진 : 울타리 때문이야.
민재 : 울타리?
경진 : 그렇지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인지는 일분 30초 내로 다 설명할 수 없으니까 혼자 가서 생각해봐. (하다가 지나가는 학생을
보더니 쫓아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일년에 수영장에 몇번 가십니까? 제가 한가지 제안할 게 있습니다.
민재 떠들고 있는 경진을 본다.
S#23. 박교수 랩
여전히 꼿꼿하게 앉은 지원 힐끔 시계를 본다. 4시 59분 정도를 가리키는. 피곤한지 목을 돌려 본다.
저쪽 컴퓨터에서는 진수가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그때 화면에 보이는 침입 신호.
지원, 옆의 전화기를 들어 버튼을 찍는다.
지원 : 여보세요. 정태니?
S#24. 이교수 랩
정태, 전화 받고 있다.
정태 : 그래. 보고 있어....아니. 막지 마. 막진 말고 쫓아가 보자구....그래.
정태, 컴으로 달려 간다. 컴 앞에서는 의자를 붙여놓고 민재가 지켜보고 있다.
작업하던 명환과 중희가 옆에 와 선다. 만수,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깨서 뭐야뭐야 하며 다가오고.
만수 : (중희 비키며) 좀 비켜 봐요. 나도 좀 보게.
중희 : (막으며) 니가 본다고 아냐?
만수 : 우씨...
정태, IP를 역추적하고 있다. 그 화면.
S#25. 박교수 연구실
마이클은 아예 일어서서 키보드를 두드려 대며 ip 추적 중.
박교수는 그 뒤에 서서 손에 땀을 쥔다.
박교수 : 마이클, 어디까지 갔어?
마이클 : 다 왔어요. 좀만 기다려요. 싸부님.
박교수 : 히야...이 스릴. 이 감동.. 이거 몇 년 만이야? 으으..손 떨려. (자기 컴퓨터 보다가)
에이, 교수는 이래서 안 좋아. 학생들 노는데 끼지도 못하고.
S#26. 이교수 랩
명환 : 그렇지!
만수 : 뭐..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명환 : 얌마. 넌 보고도 모르냐? 거의 다 잡았잖아? 다 왔어. 다 왔다구.
정태, 마지막 IP 확인 작업을 한다. 긴장된 잠시........
이윽고 화면에 나타나는 IP 어드레스.
중희 : 잡았다. (정태 등 두드려 주는데) 짜식, 이렇게 간단히 잡힐 걸 가지고. 야야 수고했다. (전화기로 가는)
정태 : (긴장이 풀리는지 한숨 크게 한 번 쉬고 일어나 몸을 푼다)
만수 :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누가 나 좀 알아 듣게 설명 좀 해 줘 봐요.
명환 : (돌아보며) 넌 대체 아는 게 뭐냐? 정태가 역해킹을 해서 그 해커가 어디서 접속했는지 알아 냈다 이 말이다. 이제 알겠냐?
그러니까 저 IP가 해커의 IP다 이 말이지.
중희 : (수화기 들고) 형, IP 불러줘요.
만수 : 에이, 나도 해킹은 좀 압니다. 날 아주 무시하는 모양인데요.
명환 : 마. 자꾸 헛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만수 : 이거 우리 랩 IP잖아요?
명환 : 뭐?
정태 : (일어서 몸 풀다가 돌아보는)
만수 : 봐요. (모니터 가리키며) ***,****,****,***** (하드 툭툭 치며) 이 컴퓨터 IP 아닙니까?
민재, 모니터의 IP와 하드 옆에 붙어 있는 IP를 확인해 본다. 같다.
중희 : 이..이게 어떻게 된거야? 정말 우리 랩 IP잖아?
만수 : (기가 살았다) 명환 선배 말대로라면 정태가 바로 그 해커다 이 말인데 그게 말이 됩니까? 예?
명환 : 좀 조용해 봐. 정태야, 이거 어떻게 된거냐?
순간 울리는 전화벨. 민재가 받는다.
민재 : 어, 지원아. 넌 어떻게 됐어?
S#27. 박교수 랩
지원, 전화 하고 있다.
지원 : 모르겠어. 로즈 서버까진 따라갔는데 갑자기 우리 호스트로 돌아 왔어. 제자리 걸음한 셈이라구.
진수 : 대단한데요. 그러니까 이 사람, 자기를 추적하는 이들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는거잖아요.
(하며 모니터를 보다가) 어.. 이거 좀 봐요.
지원 : 민재야. 잠깐만.
전화기 놓고 다가와 모니터 보는 지원.
화면에 한자씩 또각또각 새겨지는 글자. [누구나 때로는 밖에 서 보아야 한다]
지원, 입을 앙다무는.
진수 : 누구나 때로는 밖에 서보아야 한다?
S#28. 캠퍼스
학생 둘이 전자동으로 가고 있다. 문으로 다가선 학생 하나가 카드키를 꽂는다.
오류 시그널과 함께 입력기 창에 새겨지는 메세지. [I don't know who are you]
상원 : (E) 문 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S#29. 다른 건물 앞
학생 몇 명이 웅성거리며 문 앞에 서 있다. 카드키를 넣어도 보고 버튼을 눌러도 보지만 요지부동 열리지 않는 문. 그 위로.
상원 : (E) 열려야 할 것이 닫혀 있는..그 기분을 느껴보아야 한다.
S#30. 체육관 앞
상원, 친구 둘과 함께 농구공을 들고 들어가려다가 저만치서 오는 백곰을 본다.
상원, 주위를 둘러 보다가 근처에 주차해 둔 승합차 뒤로 숨고 그 앞을 지나가는 백곰.
상원, 그런 백곰의 뒷모습을 본다. 그 위로.
상원 : (E) 그것이 얼마나 더러운 기분인지를 알아야 한다.
S#31. 이교수 랩
다들 모니터 보고 있는데 타닥타닥 찍히는 글자.
상원 : (E) 그대들은 언제나 담 안에서 밖을 기웃거릴 뿐이다. 그래서 그대들이 아는 세상은 가짜다.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걷는 자 위에 뛰는 자가..
모니터를 보고 있는 정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S#32.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멍하니 앉아 있는데 급하게 들어오는 처장.
처장 : (앉으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키서버가 해킹을 당했다든데요. 그래서 학내의 모든 출입구가 어떤 카드키로도
열리지 않았다구요.
박교수 : (탁자로 와서 앉는) 그래도 뭐 그게..아주 짧게 10분 동안이었으니까...
처장 : (앉으며)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1분이든 2분이든 학교 출입 관리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거. 이거 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박교수 : 별 거 아닌 거 같은데요. 아주 짧게 10분 동안 카드문을 열 수 없게 만들고 그리고 자기가 할 말을 하고 사라진 해커.
크하! 낭만적이잖아요?
처장 : 어허..박교수. 안되겠습니다. 박교수가 나서 주세요.
박교수 : 예?
처장 : 학생들만 믿고 있어선 안 되겠다 이겁니다. 박교수가 직접 그 해커를 잡아 보세요. 학교의 보안 서버를 들락거린다는 거
이건 그냥 장난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박교수 : 저...그게... 실은 제가 나서도 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처장 :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박교수 : 저도 당했거든요. 오늘.
처장 : 뭐라구요?
박교수 : 그러니까 역추적을 아주 아주 잘했는데...그게 저....막판에 제 호스트로 돌아오는 바람에..물론 제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처장 :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박교수 : 글쎄..그걸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결론이 뭐냐? 상대는 아주 대단한 해커다. 이겁니다.
아아.. 정말 얼굴 한번만 봤음 좋겠는데....처장님도 그러시죠?
처장 : (어이없어 보는)
S#33. 학생 식당(저녁)
자현, 대욱, 지민, 밥 먹고 있는.
자현 :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정태에 지원이. 민재에 진수까지 떼로 덤볐는데 한 놈을 못 잡았다 이거야?
지민 : 그렇다니까. 그 네 명, 우리 학교에서 해킹하면 알아 주는 사람들이잖아.
대욱 : 진짜 자존심 팍팍 구겨지네. 이거.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설치질 않나. 카이스트 해킹실력자들이 죄다 나가떨어지질 않나.
자현 : 어이, 강대욱, 그런다고 니 자존심이 왜 구겨지냐?
대욱 : 선배, 나도 카이스트 학생이야. (밥 퍽퍽 퍼 넣으며) 진수 이녀석도 그렇고 민재 선배도 그래.
아, 그거 하날 못 잡아서 학교 망신을 시킨다 이거야?
지민, 대욱의 어깨를 툭툭 친다.
대욱 : 왜?
대욱, 보면 식판 들고 옆에 서 있는 민재와 정태.
대욱 : (뜨끔하지만) 선...배. 어.. 저녁이 늦었네요.
민재 : 자리 있냐?
대욱 : (얼른 자리 옆으로 옮기며) 여기 앉으세요.
민재, 정태 앉아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꾸역꾸역 밥 먹고 아이들은 밥알이 모래알 씹는 듯 눈치가 보인다.
S#34. 민재/ 정태의 방
민재, 자기 책상 앞에서 책들을 챙기다가 돌아보는 곳.
정태가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민재 : 어이.
정태 : ....
민재 : 너무 마음쓰지마. 그 해커. 어떤 친군지는 몰라도 밤낮으로 해킹만 잡고 있던 사람이라면 우리가 못 당하는 게 당연하지 뭐.
우린 하는 게 오죽 많냐. 넌 몇 달동안 해킹쪽은 들여다보지도 못했잖아.
정태 : ...
민재 : 야. 폼 잡고 누워있지 말고 일어나서 논문이나 빨리 마무리져. 어떻게 내 주위엔 논문을 우습게 아는 놈들만 있냐.
너도 그렇고, 경진이도 그렇고.
정태 : ...
민재 : 김정태. 빨랑 안 일어나.
정태 : (할수없이 일어나 앉는데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는)
민재 : 일어났음 책상 앞으로 가.
정태 : (그저 앉아있다)
민재 : 끌고 가 앉혀주랴.
정태 : 그대들은 언제나 담 안에서 밖을 기웃거릴 뿐이다.. 그렇게 말했지? 여기서 담이라는 게 뭐지?
민재 : 박교수님께 온 메일에는 자기가 대학에 떨어진 애라고 그랬대잖아. 그렇다면 걔가 말하는 담이라는 건 제도권 교육..
뭐 그런 거 아닐까?
정태 : 그렇겠지? 그 놈의 의도를 알 수 있음 좋겠는데.
민재 : 알아서 뭐하게.
정태 : 그걸 알아야 그놈을 잡았을 때 뭐라고 한마디 해줄 수 있잖아. 그냥 잡기만 하면 아무 소용도 없는 거 아니냐.
민재 : 어이구. 일단 들어오는 놈 막기나 해보시지.
정태 : 그냥 해킹 실력을 겨뤄보자는 게 아닐거야. 뭔가 할말이 있는거라구. 아니면 뭔가 대답을 듣고 싶거나.
민재 : (컴퓨터를 부팅하며) 난 좀 알 거 같기도 해.
정태 : 뭘.
민재 : (모니터를 보며) 나도 시험에 한번 떨어져 본 놈이잖아. 그 담이라는 거. 어째 좀 알 거 같다구.
정태, 민재를 보는데 민재는 화면만 보고 있다.
S#35. 학교 전경
아침 풍경으로, 자막 : 제 3일
S#36. 복도
정태와 지원 걸어간다. 정태 걸어가며 지원을 힐끗 보고.
정태 : 너 아주 피곤해보인다. 어제 밤샜냐?
지원 : (끄덕이는)
정태 : 해킹 막을 방법 생각하느라구?
지원 : ....응.
정태 : 너 논문은 다 썼어?
지원 : 아직...
정태 : 민재가 걱정할 친구가 하나 더 있군. 민재 그 녀석. 요즘 우리 논문땜에 지가 더 걱정이 태산이다.
지원 : 민재가?
정태 : 그래. 어제밤에도 그 놈 땜에 꼼짝없이 앉아서 논문 썼다. 지금 해커하고 자존심 싸움하는 게 문제냐. 니 논문심사가
더 큰일이다..이러면서..
지원 : (멈춰서더니) 이건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야.
정태 : 그럼.. 오기의 문젠가?
지원 : 난 기분이 나빠.
정태 : 기분이 나쁘다..
지원 : 해킹 실력이라는 거 이렇게 장난 치라고 있는 거 아냐. 난 이런 식으로 자기의 실력을 과시하자고 컴퓨터를 가지고
장난치는 거 정말 불쾌해.
정태 : 음.. 그 메시지들을 보면 단순히 자기 실력을 과시하자고 그러는 건 아닌거 같은데.
지원 : 마찬가지야. 할말이 있으면 운동장에서 마이크 대고 큰소리를 치든지 뭐니 이거. 난 컴퓨터를 한답시고 골방에 앉아서
이런 짓 하는 거 정말 싫어. 그 인간을 잡아내면 한마디 해주고 싶어.
정태 : 뭐라고.
지원 : 넌 컴퓨터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구.
지원이 먼저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정태, 긁적긁적...
S#37. 이교수 랩
지원. 진수. 남희.
지원 : (진수에게) 일단 모든 패치를 수행해서 홀을 막을거야. 그 다음에 서버 관리자의 협조를 얻어서 필요없는 서비스는
다 중지시킬거구. 그 다음에.. 모든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는거지.
진수 : 기다리기만 해요? 어제처럼 잡는 게 아니구?
지원 : 오늘은 막기만 해보자구. 어제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또 따라가 봤자 같은 꼴만 당할거 같구.
일단 오늘은 최선을 다해서 막아볼 생각이야.
S#38.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막기만 하겠다구? 오호 그것도 방법이네.
남희 : 지원이가 단단히 화난 거 같애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애긴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악을 먹은 것 같든데요.
박교수 : 그럼 안되지. 인생은 짧아요. 인생의 목표는 즐기는 거야. 그게 무엇이든 그 순간을 즐겨라. 그나저나 마이클.
마이클 : (컴 화면을 보고 있다가) 옛써.
박교수 : 들었지? 오늘은 우리도 방어작전으로 나가자. 최선의 공격은 방어. 아니 거꾸로인가.
하여간 길목마다 죄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그리고.. 아 아니지. 내가 자꾸 얘길하면 안되지. 아무튼 수고해.
혼자 즐거워서 가만 서있질 못한다. 남희 어이없어 보고 있는.
S#39. 그의 공간
모니터 가득이 나타나있는 해킹용 화면..키보드를 톡톡톡 두들기고 있는 손.
이윽고 뭔가 글자를 쳐넣기 시작한다.
S#40. 박교수 랩
지원과 진수가 각자의 컴 앞에 앉아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지원 : 진수야 필요없는 서버는 다 정지시켰지.
진수 : FINGER, TALK, 데몬 다 정지했어요.
지원, 시계를 본다. 4시 55분 정도.
진수 : 들어올 데가 없을 겁니다.
지원 : 그래.. 그래야지. (초조한 듯 화면을 노려보고 있다)
S#41. 이교수 랩
민재와 정태가 정태의 컴 앞에 나란히 붙어있고 명환과 중희는 각자 작업중.
만수는 초조한 듯 정태네의 뒤에서 기웃거리며 연방 뭔가를 씹어먹고 있는데.
민재 : 어..
모니터에 나타나는 침입 신호.
정태, 급하게 키보드를 쳐 내려간다. 그 소리에 다들 돌아보는.
명환 : (일어나 오며) 왔어?
민재 : 80번 포트로 들어온 거 같습니다.
중희 : (다가오며) 그 포트 어떤 프로그램이랑 연결된거야?
정태 : 알로그인 데몬이요.
명환 : 막을 수 있겠어?
민재 : 패치 수행했으니까 들어올 데가 없을 걸요.
화면에는 계속되는 '그'의 시도가 뜨고 모두 긴장해서 화면을 응시하는.
S#42. '그'의 공간
키보드를 쳐 내려가던 '그'의 손. 문득 멈춘다. 잠시 후.....다시 키보드를 쳐 내려가는 그.
S#43. 이교수 랩
화면에 나타나는 침입 신호.
지원 : (소리) 이쪽으로 왔어.
진수 : (자신의 컴 앞에 있다가) 어디로 온거에요? (지원 쪽으로 오려는데)
지원 : 자리 지켜. 이 사람. 여기저기 쑤셔보고 다니는 거 같애.
키보드를 두드려 가던 지원의 손이 멈춘다.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화면과 교차 편집)
진수 : 왜요?
지원 : 나갔어. 그냥 순순이 나가버리는데?
S#44.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그냥 나가?
마이클 : (컴 앞에서) 들어오다가 나갔어요. 그리고 인제 안 들어와요.
남희 : 그럼 막아낸거야? 다시 한번 확인해봐.
마이클 : 나갔다니까. 봐봐. 다 조용하잖아. 없어. 그러니까 내가 막은거야. 잘했지?
박교수 : 막았다고? (턱을 어루만지며)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너무 쉽잖아. 그럼 재미없잖아.
S#45. '그'의 공간
'그' 말없이 화면을 보고 있다가 비뚤어진 키보드를 바로 하고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려 가는.
S#46. 이교수 랩
모두 정태의 컴퓨터 옆에 웅성거리며 모여있다.
만수 : 뭐야. 이걸로 상황끝이야? 그럼 그 놈은 포기하고 간거야?
민재 : (정태에게) 지금 몇시지?
정태 : (시계보며) 다섯시 32분.
민재 : 30분만에 손을 들 리가 없을텐데.
명환 : 이렇게 쉬울줄 알았으면 막기만 할 게 아니라 추적을 해볼걸 그랬다야.
중희 : 아이구 제발 이걸로 끝나거면 좋겠습니다.. (하며 돌아서다가 한 곳을 본다) 선배.
명환 : 어? 왜.
중희 : PC 연결 끊었어요?
명환 : 아니 작업중이었는데. 왜.
모두 명환의 컴퓨터를 돌아보면 터미널 화면에 CONNECTION FAILED 라고 떠 있다.
명환 이상해서 돌아가 다시 접속을 시도해 보는데 다들 불길한 느낌에 그런 명환을 보고 있다.
순간....정태의 컴퓨터에 따닥..따닥...한 자씩 올라오는 메세지.
만수, 보았다.
만수 : 아니 이게 뭐야.
모두 돌아본다. 거기 떠오르는 메시지. [ 3 : 0 오늘도 카이스트 순찰에 성공. ]
달려와 뒤에 서서 메세지를 보던 명환, 자신의 컴퓨터를 한 번 돌아보곤.
명환 : 그럼...내 PC로 들어왔단 말야?
정태 : 그런 모양인데요.
민재 : 선배의 pc라인을 타고 서버에 접속한 거 같아요.
만수 : 가만있어봐. 계속 떠들고 있잖아.
모니터에 새겨지는 글자 [ 여러분은 오늘도 울타리 넘어 들어온 나를 허용했음. ]
상원 : (E) 여러분은 오늘도 울타리 넘어 들어온 나를 허용했음.
S#47. 건물 앞(밤)
민재, 정태 나온다.
민재, 정태야..부르며 뭔가 말을 붙이려는데 정태, 우울하게 생각에 잠겨서 자기 혼자 가고 있다.
그 뒷모습을 보는 민재의 위로.
상원 : (E) 이렇게 허약한 울타리 안에서 그대들은 만족하는가? 빛나는 학생증 하나가 그대들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기억하라. 언제나 뛰는 자 위에는 나는 자가 있다.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S#48. 기숙사 앞(밤)
민재,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저 앞에서 축 처져서 걸어오는 경진. 앞에서 만난다.
경진 : (보곤 힘내는) 어이, 이민재, 이제 오는거야?
민재 : ...저녁은 먹었냐?
경진 : 굶을 리가 있냐?
민재 : 그래. 그럼 잘 가. (가려는데)
경진 : (한쪽 보고) 어, 저기 벤치가 있네. 너 저기 앉아 본 적 있어? 우리 한번 앉아볼까?
//시간 경과
민재와 경진, 벤치에 앉아 있다.
민재 : 서명은 잘 되고 있어?
경진 : 아주 아주 잘 되고 있지. (주머니 막 뒤지며) 어딨더라? ..아, 여깄다. (민재에게 턱 안겨 주는)
민재, 펼쳐 보는데 연한 실소가 터진다.
열장 정도의 서명지를 보면 나머진 다 백지이고 한 장엔 달랑 열 명의 서명만이 있다.
그 1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추자현.
민재 : 이게 다야?
경진 : 너 후회되지? 것봐. 내 말 들었으면 1번 자린 니꺼였다구.
민재 : 이틀 동안 열 명이 다냐구?
경진 : 어때서? 하루에 다섯 명이면 600명이 목표니까 600 나누기 5하면 120일 그러면 넉 달이니까 내년 3월이면 다 되나?
참. 아니다. 나도 주말엔 쉬어야지. 그럼 일주일에 스물 다 섯 명이면 ...
민재 : 24주, 6개월이야.
경진 : (서명지 받으며) 음 역시 산수는 니가 빨라. 수학은 내가 좀 빠르지 아마. (하다가 기운 없는 민재 얼굴 보곤 이리저리 보다)
느네 오늘 당했구나. 그치? 그 해커한테 또 당했지?
민재 : 하나만 묻자.
경진 : 오케이. 준비 됐습니다. 물어 보셔요. (자세 단정히 하는)
민재 : 너 뭐하는 짓이냐?
경진 :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짓중에서 어떤 짓?
민재 : 수영장 개방이 어째서 너한테 그렇게 중요하냐고. 너 하는 짓 보면 사람들이..
경진 : 바보 취급하지. 쟤 뭐하는 애냐? 할 일이 그렇게 없냐? 그럴 시간에 졸업논문이나 한번 더 다듬지.. 등등등.
근데 이렇게 잘 알면서 왜 이러고 다니느냐? 그게 궁금하다 이거지?
민재 : (보다 웃는)
경진 : 이민재군. 지금 나한테 고급스런 답변을 기대하진 말아 줘. 이유는 간단해. 난 갇혀 있는 게 싫어.
민재 : 갇혀있다?
경진 : 그렇지. 난 민씨가문의 딸이다. 난 카이스트 학생이다. 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식으로 담을 쌓기 시작하는 건
결국 갇히는 거잖아. 그래서 뭐든지 닫혀있는 걸 보면 열구 싶어진다 이거지. 수영장이 닫혀있다. 그럼 열자.
민재 : (물끄러미 보다가) 울타리 안에 들어있다는 건 결국 울타리 안에 갇힌거다.. 이런 논리냐?
경진 : 아이구 똑똑하기도 하지. 바로 그거야.
민재 : (흐흥 웃더니) 아무래도 느네 둘이 만나야될 거 같군.
경진 : 느네 둘이라니. 나하고 또 누구.
민재 : 있어. 울타리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괜히 얄미워보이는 어떤 사람. 자기는 그 울타리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경진 : 그게 누군데.
민재 : 글세 그가 누군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아직 모르고 있지.
경진 : 잉?
S#49. 인공위성 전경 / 밤
그 위로 서교수의 목소리.
서교수 : (E) 아이구 정신없어. 좀 앉어봐.
S#50. 서교수 연구실
박교수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서교수 : 할말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퇴근하자고. 언제까지 거기서 먼지 날리고 있을거야?
박교수 : 한가지 방법이 있어. 딱 그렇게 하면 될 거 같은데. 하아참..
서교수 : 글세 뭐가.
박교수 : 그 친구를 잡을 방법 말이야. 내가 그 친구라면 바로 이 방법을 썼을 거 같거든.
서교수 : 그 해커 애기하는 거야?
박교수 : 엉. 나라면 이렇게..저렇게 해서. 그 다음에 이렇게 한 다음에..하아.. 거기만 체크해보면 될 거 같은데..
서교수 : 근데.. 이건 박교수 제자들과 그 해커의 게임이라서 개입은 못하겠다.
박교수 : 그렇지이.
서교수 : 어이구 참. 그 제자들도 불쌍하지 어쩌다 이런 스승을 둬가지구.
박교수 : 아참 한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서교수 : (책들을 챙기며) 제발 상식적인 걸로 물어봐줘.
박교수 : 국어나 영어 점수는 형편없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이 아주 아주 뛰어나다. 그럼 우리 학교에 입학을 못하나?
서교수 : 왜. 그 해커를 제자로 들이고 싶어서?
박교수 : 역시 물리과 교수는 달러. 척하면 척이네. 그 친구 하는 거 보니까 한마디로 해킹의 타이거 우즈야.
이런 재능을 국어 영어 점수 땜에 사장시키는 건 너무 아깝잖아.
서교수 : 단순논리로 보자면 그렇지.
박교수 : 복잡논리로 보면 어떤데?
서교수 : 그런 건 이교수하고 상의해보지 그래. 내가 보기엔 박교수의 좌충우돌 논리를 논리정연하게 꺽어줄 사람은
이교수 뿐인 거 같든데.
박교수 : 그래?
서교수 : 그래.
박교수 뒤도 안보고 급히 나간다.
서교수 : 어이. 박교수 (부르다가 어이없어 보는)
S#51. 이교수 연구실 / 밤
이교수 서류들을 정리해서 가방에 넣으며.
이교수 :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박교수 : 왜요.
이교수 : 지금 박교수는 다른 과목은 다 형편없어도 한가지 재능만 있으면 입학을 시켜야된다는 거잖아요.
박교수 : 해킹과 프로그래밍은 인코딩과 디코딩입니다.
이 두가지 기술은 천부적인 재능과 창조성, 응용력, 집중력이 필요한 거라구요.
이교수 : 공학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에요. 사물의 원리를 파악하고 정리해서, 그 원리를 바탕으로 창조력과 상상력을 더하여
보이지 않던 어떤 것을 손에 잡히는 실물로 발전시켜 나가는 거라구요.
박교수 : 아이구 정말 논리정연하시군요. 그런데요.
이교수 : 그런 것들을 파악하자면 뛰어난 수리력은 물론이고 일정 정도 이상의 언어능력도 필요하죠.
그리고 세계를 상대로 기술을 연마해나가는데 영어는 필수구요.
박교수 : 아 그런거야 일단 입학을 한 다음에 천천이 공부해나가도 되는 거잖아요. 괜히 그런 거 땜에 정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놓치는 게 더 문제 아닙니까.
이교수 : 박교수.
박교수 : 글세 난 정말 아까워서..
이교수 : 박교수는 지금 공학도를 키우는 교수에요? 아니면 그냥 단순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관이에요?
박교수 : ....예?
이교수 : 제 질문이 아직 이해가 안되세요?
S#52. 정태/ 민재의 방
민재가 들어오다 보면 정태가 방안을 서성이고 있다.
민재 : 김정태. 해커는 내일 다섯시에 들어올거야. 그러니까 이 시간에는 논문을 쓰는 게 어때.
정태 : 가만 있어봐. 뭔가 생각이 날 거 같은데..
민재 : 뭐가.
정태 : 가만 가만.. (생각에 빠지는)
S#53. 지원/ 경진의 방
경진이 침대에 걸터앉아 읽던 책을 손에 쥔 채 보는 곳.
지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난다. 그랬다가 잠시 서서 생각하더니 다시 앉는다.
경진 상체를 기웃해서 지원을 살피는데 다시 지원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꿈쩍 놀란다.
지원, 재빨리 전화기 있는데로 가서 수화기를 들려는데.
소리 : (전화벨)
지원 : (받아서) 여보세요. 아 정태니? 지금 막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S#54. 정태/ 민재의 방
민재가 보는데서 정태가 전화를 하고 있다.
정태 : 한가지 생각난 게 있는데. IP가 우리 호스트로 찍히잖아. 로즈 서버였지? 어쩌면 그 서버에 최근에 변경된 파일 내용이
있을지도 몰라.
S#55. 지원/ 경진의 방
지원 : 나도 그 생각을 했어. 바로 그 서버 관리자한테 전화를 해서 확인해봤으면 해. 우리 생각대로 거기 변경된 파일이 있다면
거기 프로그램을 숨겨놨을 수 있어. 그래..
경진 버엉해서 구경을 하다가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책을 읽는다.
S#56. 캠퍼스 전경 / 낮
그 위에 자막 제 4일.
S#57. 이교수 랩
만수가 집드라이브를 들고 들어서며.
만수 : 제가 뭘 빌려왔는지 봐주실래요? 집드라이븝니다. 집드라이브. 오늘은 해커와의 전쟁 제 4일째. 정만수의 예지력에 의하면
오늘쯤에는 그 놈이 바이러스를 침투시킬 겁니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여러분의 데이터를 여기에 저장을 해두자 이겁니다.
중희 : 오늘쯤은 승부가 날 거 같든데. 정태가 뭔가 대책을 세운 모양이야.
만수 : 아이구. 승부가 났으면 벌써 났죠. 얘들이 지금 없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그 해커. 정태나 민재하고는 레벨이 틀리더라구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랄까. 명환선배. 이거 먼저 쓰실래요?
명환 : 만수야.
만수 : 네?
명환 : 내가 가만 생각해봤는데 넌 모든 에너지가 입으로 나오는 거 같다. 그래서 머리까지 올라갈 에너지가 없는거야. 그렇지?
만수 : (피이..해서 제 자리로 가며 중희에게) 근데 정태하고 민재는 어디 갔어요?
중희 : 전산과하고 합동작전을 할 모양이드라.
만수 : 어디서요.
중희 : 절대로 못 가르쳐주지.
S#58. 동아리방
민재, 전화를 하고 있다.
방에는 정태와 지원이 각각의 컴 앞에 앉아있고 진수가 지원의 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중.
민재 : 모디파이된 화일을 찾았습니까? 예. 지금 바로 원상태로 돌릴 수 있나요? 예 고맙습니다. (끊는) 됐어. 바로 작업해주겠대.
정태 : 좋았어. 지금 몇시지?
진수 : 다섯시 20분 전인데요.
S#59. '그'의 공간
책상을 톡..톡..톡..두드리는 손.
'그', 옆에 놓인 탁상 시계를 들어 본다. 4시 58분 가량.
그, 터미널에 접속한다.
S#60. 박교수 연구실
마이클, 컴 앞에 앉아 신나서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굴리고 있다.
박교수, 흥분해서 보고 있고 남희, 탁자에 앉아 그들을 보는.
마이클,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는데 침입 신호가 뜬다.
마이클 : 오케이오케이. 싸부님 왔어요.
박교수 : 오우, 어디야?
마이클 : (키보드 작업 하며) talk 데몬이요.
박교수 : 막을 수 있지?
마이클 : 노 프라브럼.
S#61. 동아리방
지원이 빠르게 작업을 하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진수, 왔다. 소리치더니 뒤쪽의 정태네를 향해.
진수 : 토크 데몬으로 왔어요.
// 시간경과
작업 중인 화면들..
민재, 정태의 화면을 보다가 지원쪽을 보며.
민재 : 거기 어디까지 갔어?
지원 : 키즈 지나고 있어. 그쪽은?
정태 : 난 멀었어.
지원 : (키보드 치는 손 멎는)
진수 : (약간 흥분해서) 왔어요. 로즈서버에요.
정태 : (벌떡 일어나 지원쪽으로 오며) 해 봐. 우리 생각이 맞다면 제대로 뜰거야.
지원 : (IP확인 명령을 치는)
그러한 잠시.
민재의 시선으로 동아리방 컴퓨터 앞에 붙은 IP가 보인다.
드디어 모니터에 IP가 뜨고 동아리방 컴퓨터와는 다른 것.
민재 : 됐어. 정태야 가자.
지원 : (안도의 한숨 쉬고 빠르게 작업 하는)
정태와 민재 뛰어나간다.
S#62. 박교수 랩
마이클, 급하게 키보드를 쳐 나가던 손이 멎는다.
박교수와 남희가 들여다본다.
남희 : 어떻게 된 거예요?
박교수 : 잉? 없지?
마이클 : 나간 거 같애요. 진짜 나간거에요?
박교수 : 트랩은 어때?
마이클 : 트랩은 괜찮아요. 오우 이 사람. 텔레포테이션 해. 무서워.
박교수 : (드디어 못참고 마이클을 일으키며) 나 더 이상 못참겠어. 잠깐만 비켜봐.
마이클의 자리에 앉더니 급하게 타자를 쳐나가기 시작한다.
S#63. 쪽문 쪽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오는 민재와 정태.
S#64. pc방
달려들어오는 민재와 정태, 안에는 사람들이 각각 컴 앞에 앉아있다.
급하게 사람들이 작업하는 모니터들을 둘러보고 다니는 민재와 정태. 각각의 화면에는 게임만 떠있다.
민재와 정태, 다시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다른 작업을 하던 화면은 없다.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젓는다.
정태 얼른 가게 주인에게 가서 뭔가를 묻는다.
민재, 실망해서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한 화면을 돌아본다.
민재가 보는 화면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게임을 하는 이가 화면의 위치를 옮기는데 지형이 K로 되어있다.
민재, 슬그머니 그 뒤로 다가서서 화면을 본다.
게이머는 떼로 군단을 끌고 가서 계속되는 공격을 하고 있는데 화면의 위치가 움직임에 따라서 KAIST라는 모양이 나타난다.
민재, 게이머의 얼굴을 본다. 상원이다.
민재, 아직 확신은 못한 상태에서 상원의 옆에 서서는.
민재 :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하면 울타리가 무너집니까?
상원, 손을 멈추더니 민재를 본다.
민재 : 사실은 울타이 안에 들어오고 싶었던거죠?
상원 : (민재를 보기만..)
민재 : (긴장해서 상원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상원 : (무뚝뚝한 얼굴로) 로즈서버에 프로그램 숨겨놓은 걸 찾아냈군요.
민재 : (잠시 황당해서 보다가 웃는다)
정태가 다가온다. 민재를 보고 상원을 보고..
상원, 말없이 스타크래프트를 종료시키고 있다.
정태, 민재를 보며 소리없이 뭔데? 하고 물으면 민재가 조용히 하라고.
종료시킨 상원이 일어서더니 둘을 향해 선다.
상원 : 하고 싶은 말 있음 하시죠. 여기까지 달려왔을 땐 할말이 있을 텐데요.
민재 : (어이없어 허 웃었다가) 정태야. 이분이 문제의 그 침입자다.
정태 : (멀뚱이 상원을 보다가 픽 웃더니 손을 내민다) 반갑슴다. 김정탭니다.
상원 : (그 손을 잠시 보다가 손을 내어 악수를 받는다)
민재 : 정태야. 이 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
정태 : 아니 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그랬지. 민재 너야말로 뭔가 좀 알거 같다고 하지 않았냐?
민재 : 글세. 이럴 게 아니고. 우리 어디 가서 500씨씨 한잔씩만 할까. (상원에게) 맥주 좋아요?
상원 : (보다 픽 웃더니) 많이 배운 사람 티내느라고 애쓸 거 없습니다. 날 잡으면 일단 성질내고 싶었잖아요. 그럼 성질내요.
그리고 이런 말도 하고 싶겠죠. 거봐라. 까불더니 결국 잡혔잖냐. 이게 바로 학력의 차이라는 거다.... 안그래요?
정태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웃고. 민재 상원을 가만 보다가..
민재 : 그쪽도 사실은 갇혀있는 사람이군.
상원 : 뭐요?
민재 : 우리보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쪽도 마찬가지라고. 아닙니까?
상원 : (보는데)
S#65. 박교수 연구실
남희가 마이클을 몰고 나가고 있다.
나가면서 돌아보면.. 박교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를 골똘이 생각하고 있다.
남희 등이 나가서 문이 닫기자 박교수 드디어 생각을 정리한 듯 글을 쳐나가기 시작한다.
박교수 : (E) 물론 현실 사회에는 수많은 벽이 있음. 성적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도 그 벽들 중에 하나임.
이 벽을 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음.
S#66. 학교 근처 길
상원과 민재, 정태가 걸어오고 있다. 다들 말이 없다. 그들의 모습 위로 계속.
박교수 : (E) 남들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대문 열쇠를 받아낼 수도 있고 망치로 부숴버릴 수도 있고 아예 무시할 수도 있음.
문득 걸음을 멈춘 민재가 한쪽을 본다. 거기 호프집의 간판이 보인다.
민재, 정태를 본다. 정태도 호프집의 간판을 본다.
민재와 정태가 함께 상원을 돌아본다. 상원도 간판을 봤다.
박교수 : (E) 그러나 가장 멋진 방법은 날개를 다는 것임.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면 세상의 모든 벽들은 다 발 아래 있음.
그럼 그 날개는 어디서 파는가. 그것은 바로 내 마음 속에 있음. 그럼 이걸 어떻게 꺼내서 등에 다는가.
그 방법은 내 컴퓨터 안에 파일로 들어있음. 알고 싶으면 최고의 해킹 실력으로 들어와서 꺼내갈 것.
파일 이름은 WING.TXT입니다. 하하하.
민재와 정태 상원 미소를 교환하더니 사이좋게 호프집으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