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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 | |
‘아바타’와 ‘허트 로커’의 대결은 시상식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우선 두 영화는 규모 면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3D 영상혁명’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아바타’의 제작비는 2억3700만 달러(약 2700억원). 이것도 추정치이고 사실은 4억∼5억 달러에 달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캐머런이 기획에 14년, 제작에만 4년을 들인 역작이다. ‘허트 로커’에 들어간 제작비는 ‘아바타’의 20분의 1도 안 되는 1100만 달러(약 124억원)다. 흥행 성적도 당연히 ‘아바타’가 앞선다. ‘아바타’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은 지금까지 25억5000만 달러(약 2조9000억원). ‘허트 로커’는 2136만 달러(약 242억원)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허트 로커’는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 가장 낮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다. 그럼에도 ‘허트 로커’는 최근 전미비평가협회 3관왕, 영국 아카데미 6관왕을 차지하는 등 비평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아바타’는 눈부신 테크놀로지 혁명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전통적으로 드라마·휴머니티를 선호해 온 아카데미 회원들의 선택을 받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두 감독이 한때 부부 사이였다는 점도 화제였다. 비글로와 캐머런은 89년 결혼해 2년 만에 이혼했다. 자녀는 없다. 이들은 결별했지만 최근까지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 왔다. 캐머런은 이혼 후에도 비글로가 연출한 SF스릴러 ‘스트레인지 데이즈’(95년)의 제작을 맡기도 했다. 올 초 열린 제6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아바타’가 작품상·감독상을 차지해 일단 전남편이 앞서가는 듯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의 전초전’ 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카데미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달랐다. 최근 수년간 저예산·비주류영화의 손을 잇따라 들어준 아카데미는 올해도 대중성보다 작품성에 방점을 찍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선택이었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