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이스라엘 출산 늘어… 포성보다 큰 아이 울음소리
[김지원의 여기는 이스라엘]
출산율 2.9명… 1년새 7% 오른 비결
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입력 2025.03.12. 00:55업데이트 2025.03.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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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중심가 아를로조로프 거리의 한 카페. 20석 남짓한 야외 좌석은 전부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나온 젊은 부모들의 몫이었다. 카페 앞 거리에선 서너 살 아이들 열댓명이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뛰어다녔고, 젊은 부모들은 커피를 마시며 아이를 지켜봤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두 배는 더 많았다. 두 살 첫째와 10개월 둘째를 데리고 나온 로니(32)씨는 “매일 아이들과 함께 산책 삼아 들르는데, 아이 한 명만 데리고 나오는 부모는 거의 못 봤다”며 “이스라엘에서는 두 명 이상 낳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 2명은 기본 지난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아를로조로프 거리가 어린아이들이 탄 유모차와 이를 밀고 있는 부모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시임에도 이스라엘의 최근 합계 출산율은 3명에 육박하고 있다. /김지원 특파원
이스라엘은 선진국 반열에 들었는데도 합계 출산율이 3명에 육박하는 유일한 나라다. 경제성장과 출산율은 반비례한다는 인구 통계학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근대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세계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인 한국도 개발도상국이었던 1970년대 합계 출산율(미혼 포함 15~49세의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으리라 예상되는 아이 수)은 4.5명이었지만 지난해엔 세계 최저 수준인 0.75명으로 떨어졌다. 일본·이탈리아·독일도 한국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반면 이스라엘은 2022년 1인당 GDP가 5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출산율은 떨어지지 않고 2.9~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명)의 두 배다. 심지어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터진 정정 불안 상황에서도 출산율은 오히려 반등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이스라엘 여성의 출산 건수는 1만596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
이스라엘의 높은 출산율은 ‘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유대인 문화에 뿌리를 둔다. 나라 없이 세계 각지에서 2000년 이상 유랑해온 유대인들은 강한 결속력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유지해왔고, 그 중심에 가족이 있다. 이런 가치관 아래 대다수 유대인은 성인이 되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것을 당연시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스라엘 국민 절반 이상이 26세 이전에 결혼하고, 이 중 상당수가 28세 전후로 첫아이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살·12살·8살 세 아이를 키우는 데보라(46)씨는 “많은 사람이 형제가 많은 대가족에서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자랐다”며 “다산(多産)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런 배경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출산과 육아를 공동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섯 살 딸과 네 살 아들을 키우는 조시(40)씨는 “아이를 낳는 순간, 생판 모르는 사람까지 온 동네가 나서 육아를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옷·장난감·육아용품을 물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공원에서 뛰어놀 때도 ‘다른 부모가 내 아이도 지켜봐주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데보라씨는 “이스라엘에서 아이들은 가족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고 도움받는 존재”라며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하면서 나중에 아이 낳고 키울 결심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도 높은 출산율을 뒷받침해준다. 이스라엘 고용 제도는 일과 가정 양립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공공·민간 직장을 불문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 기존 연차 외에도 아이가 아플 때 쓸 수 있는 추가 연차가 따로 있다. 자녀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는 근무 시간을 하루 30분~한 시간씩 단축할 수 있다. 출산한 여성은 최대 26주 간 ‘모성 휴가’를 쓸 수 있고, 15주 동안 임금 100%를 받는다. 조시씨는 “이스라엘 회사에서는 아이 일이라면 대부분의 상황을 용인해준다”며 “유치원에 등원시키느라 출근이 늦거나, 아이가 아파 회의에 불참한다고 해서 눈치 주는 일은 없다”고 했다.
출산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폭넓게 이뤄진다. 18세 미만 자녀를 둔 모든 가정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자녀 수에 따라 매월 아동 수당을 지급받는다. 아이가 한 명일 경우 월 169셰켈(약 6만 8000원), 두 명 이상부터는 1명당 매월 214셰켈을 지급한다. 아이 키우는 가정에 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도 부모 부담을 줄여준다. 출생 직후부터 다섯 살 미만까지 자녀 나이에 따라 매월 최대 44만원까지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며 네 자녀를 키우는 디클라(49)씨는 “물가를 감안하면 정부 지원이 충분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이 넷을 키우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출산율은 엄중한 지정학적 현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팔레스타인 및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권 국가들과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존속을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모니카 토프 미국 터프츠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자궁 전쟁(Wombfare)’이라는 단어를 통해 “다산이 경쟁 관계의 민족이나 종교 집단을 물리치기 위한 정치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대표 사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들었다. 실제 팔레스타인 인구는 516만명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56% 정도지만 합계출산율은 3.4명으로 이스라엘을 웃돌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통치했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도 생전에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아랍 여성의 자궁”이라고 말했다. 남녀 모두 병역의 의무가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출산했거나 임신 중인 여성에게는 아예 병역을 면제해준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애국·국방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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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압도적 1위. 아무도 불만 없다. 사실상 전국민이 동의했다는 신기한 나라의 정체|
이스라엘 출산율 분석|예루살렘 유대인|다큐멘터리 K|#골라듄다큐
EBSDocumentary (EBS 다큐) 조회수 243,666회 2025. 2. 10.
※ 이 영상은 2023년 7월 6일에 방송된 <다큐멘터리K -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제8부 OECD 출산율 1위, 이스라엘을 가다>의 일부입니다.
국내 방송사 최초! 이스라엘의 높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을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자세히 들여다 본다.
OECD 국가 내 합계출산율 부동의 1위, 2021년 합계출산율 3.0명을 기록한 이스라엘은 ‘출산율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특이한’ 나라다. 여성의 교육 수준과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고, 사회가 고도화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높다.
이런 높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학자들은 유대교 국가라는 종교적 특수성, 아랍 국가로 둘러싸여 안보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는 지리적·정치적 특성, 그리고 홀로코스트라는 민족 말살의 위기를 겪었던 경험 등을 제시한다.
제작진은 이스라엘의 다양한 사례자들의 가정을 찾아가 각각의 요인을 살펴본다. 평균 6명을 웃도는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유대교 초정통파 하레디(Haredi) 가정, 어린 시절 홀로코스트를 겪은 후 수용소에 탈출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생존자 드보라 쎄겔, 그리고 대도시의 맞벌이 가정, 키부츠의 다자녀 가정 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출생과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한국과 반대로, 인구 과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스라엘. 2023년 이스라엘의 인구 상황과 이들의 대응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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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29%는 결혼 안 했다 20231229 조선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jUZ/114
'한 집에 3명' 낳는 이스라엘 비결은? 20240711 kbs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jUZ/140
이인실(68)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20241228 조선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603
서울 집값 급등에… 반포·한남까지 처음 지정 20250320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jUZ/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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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5/03/12/BZABHFWXZVBURM2SJKO7QZKL4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