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모 일간지 기사에 강원도 인제에 사는 심마니 김모씨의 얘기가 실렸다. 심마니 생활 15년 만에 650년 묵은 산삼을 캐게 되었는데, 그가 그 엄청난 산삼을 캐자마자 그 소문이 천리를 달렸고, 지금은 작고한 모재벌기업 총수가 찾아와 앉은 자리에서 3시간 30분 동안 그 삼이 입안에서 물이 될 때까지 씹어 잡숫고 가셨다는 얘기다.
당시 그 재벌 총수가 내가 간 돈은 7천8백만원. 당시 은마아파트 분양가가 대략 2천만원이었고, 대졸자 월급이 3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엄청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산삼은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 신비로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일반인들은 접할 수도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가 흔히 듣는 산삼, 장뇌삼, 인삼은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다를까.
원래 삼(蔘) 앞에 굳이 산(山)자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다 산에서 나는데 굳이 산삼이라 이름 붙일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런데 조선시대 이후 왕실에 공납하는 규모가 커지고, 또 중국으로의 수출량도 점점 증가하게 되면서 조선 팔도를 다 뒤져 삼을 캐내도 감당이 안되자 삼의 씨를 받아 산에 뿌리거나, 어린 삼을 산에다 이식하여 산삼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하였다. 이것이 바로 산양삼(山養蔘)이다. ‘산에서 키운 삼’이라는 뜻이다.
또 산에서 한걸음 더 내려와 밭에 심어서 키우기도 했다. 이렇게 자연산이 아닌 재배해서 키운 것을 집에서 키운 삼, 즉 가삼(家蔘)이라 하였다. 그러나 산양삼이든, 가삼이든 다만 그것이 자연산이 아닐 뿐이지 가짜 삼인 건 아니다.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삼은 대부분 밭에서 키워진 가삼(家蔘)이기에 이를 지칭할 때에 삼의 대명사인 인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인삼(人蔘)은 삼의 모양이 사람을 닮아서 붙여진 별명일 뿐이다.
산삼 중에서 최고로 쳐주는 것이 바로 천종(天種) 산삼이다. 자연 상태 그대로 산삼의 씨가 산에 떨어져 자라난 삼을 말한다. 한편 천종의 씨를 새가 주워 먹고 배설해서 자라게 된 삼은 지종(地種)이라 하고, 사람이 천종삼의 씨를 산에 심어서 자란 삼을 인종(人種)이라 한다. 그렇다면 장뇌삼은 무엇인가? 장뇌삼(長腦蔘)은 말 그대로 삼의 뇌두(혹은 노두)가 긴 삼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장뇌삼이라 일컬을 때는 산에 뿌려 재배하는 산양삼 중에서 그 재배기법 상 인위적으로 복토 작업을 하여 뇌두의 크기를 키운 삼을 말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는 고려인삼이다. 고려인삼은 문광부가 선정한 ´한국문화상징 Best 10´에 포함되어 있고, 산자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상품´에도 포함되어 있다. 고려인삼은 조선시대 이후부터 왕실과 국가의 재산을 불려주던 효자 품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값싼 서양삼과 중국삼에 밀려 세계 인삼시장에서의 우위를 점점 잃고 있다.
같은 동양삼(Panax Ginseng. C.A. Meyer)이라도 고려인삼은 중국산과는 그 약효에 있어 차원이 달랐다. 이는 중국의 고대문헌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풍토와 지형이 삼이 그 약효를 담고 있기에 최적이었다는 뜻이다. 자연산삼의 생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삼을 재배하는 작업을 국가차원에서 적극 장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라도 산삼에 대한 인식도 바로 갖고, 삼을 더욱 연구하고, 또 삼을 키워내는 재배 노하우도 지속적으로 계발하면 다양한 형태의 삼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가짜 산삼으로 구겨진 우리의 자존심을 펴고, 다시금 고려인삼의 명예를 드높이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죽었던 사람도 다시 일으킨다고 하는 신비의 영약 산삼. 그래서 산삼은 신초(神草) 또는 영초(靈草)라 부르기도 하였다. 과연 산삼이 어떤 효능을 갖고 있길래 한뿌리에 수억원까지 호가할까?
산삼의 효능을 알려면 인삼의 효능을 알면 된다. 사실 삼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던 14세기 전에 쓰여진 삼에 대한 기록은 결국 모두 산삼에 대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땐 산삼 밖에 없었으니까.
인삼이 한의학 서적에 한약 처방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AD 200년경 중국 후한 때 장중경(張仲景)이 쓴 상한론(傷寒論)이란 책이며, 그 이후 수많은 의서에 인삼의 다양한 효능이 기록되어 왔다. 수많은 의서의 해설들을 단 몇 줄로 요약해보자.
인삼의 대표적인 효능을 단 한마디로 말하면 ‘대보원기(大補元氣)’라 할 수 있다. 이 말에 모든 뜻이 몽땅 다 들어가 있다. 원기란 우리 몸에 흐르는 근본적인 에너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집안에 220볼트 전기가 제대로 안들어가고 100볼트 밖에 안들어가면, 형광등이 흐려지고, 냉장고는 냉장력이 떨어지고, 히터는 제대로 덥혀지지 않고, 밥통의 밥은 설익게 된다. 이때는 밥이 안된다고 밥통을 고칠 일이 아니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전력 볼트를 높이면 만사가 해결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원기가 딸리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다 떨어지게 된다. 이럴 땐 그저 국소부위만 고쳐서는 금방 다시 고장난다. 근본의 힘을 북돋아줘야 한다. 인삼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이다.
심장의 기운이 딸리면 깜짝깜짝 놀래고, 두근두근 불안하고, 잠을 못 이루게 된다. 폐장의 기운이 딸리면 숨이 쉽게 가쁘고, 말소리가 작아지고, 감기에 자주 걸리고, 식은 땀이 잘 흐르고, 가래 기침이 잦아지고, 얼굴색이 하얘진다. 비장의 기운이 딸리면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력이 약해지고, 대변이 묽어지고, 살이 마르고, 얼굴이 누렇게 뜨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간장의 기운이 딸리면 용기와 자신감이 없어지고, 근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에 휩싸인다. 신장의 기운이 떨어지면 뼈가 약해지고, 몸이 차가워지고, 소변발이 약해지고, 귀가 어두워지고, 발기부전, 생리불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각종 허약 증상에 한의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약재가 바로 근본 원기를 북돋아주는 인삼이다. 산후나 큰 병을 앓고 난 뒤 기혈이 탈진되고 정신이 흐릿해질 때도 가장 먼저 선택하는 약재도 바로 인삼이다.
기체즉혈체(氣滯則血滯) 기행즉혈행(氣行則血行)’이라는 말이 있다. 혈은 결코 혼자 움직일 수 없다. 기가 움직여야 혈도 움직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몸이 혈액순환이 안될 때는 기를 순환시키는 추진력을 높여야 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인삼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인삼이 이러한 성질을 갖고 있기에 스트레스, 피로, 우울증, 심부전, 동맥경화, 빈혈, 당뇨, 궤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피부를 좋게 하고 건조함을 방지하는 효능 및 노화방지 효과도 있으며, 근래에는 항암작용까지 밝혀져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대상이 되었다.
‘원기를 북돋아주면 먼저 매사에 의욕이 생겨나고, 목소리에 자신감이 생기고, 뇌력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초조한 입마름, 불안한 마음이 사라진다. 계단을 오를 때 자기도 모르게 두 계단씩 펄쩍펄쩍 뛰어 올라가게 된다. 상처의 회복도 빨라진다.
인삼은 우리 몸이 스스로 질병을 이겨내는 힘, 즉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약이다. 인삼은 병을 고치는 약이라기 보다는 몸을 고쳐주는 약이다. 삼이 그런 보약재기에 황실과 재벌가에서 삼 중에서도 특히 효력이 강한 한국산 자연산삼을 그리도 찾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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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풀무원건강생활 고문 이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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