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이야기 ②
화투에 숨은 이야기: 4월, 5월, 7월
화투장에 대한 설명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화투장의 몇 군데만 설명을 덧붙이기로 한다.
우선 4월의 화투장인 흑싸리에 관한 것이다. 4월을 상징하는 화투장의 식물은 등나무(藤)이지만, 홍싸리와 모양이 비슷하고 색깔이 검은색이라 홍싸리와 구분해서 흑싸리로 부른다. 사실 흑싸리는 식물은 아예 없다. 그리고 싸리 꽃이 붉다고 해서 홍싸리라고 부르지도 않고, 그냥 싸리 꽃, 싸리라고 한다. 또 그림을 보면 싸리나무에는 있을 수 없는 덩굴 같은 애순이 있으므로 등나무이다. 등 넝쿨의 등꽃은 아래로 축축 늘어진다. 그래서 그림도 꽃 타리가 아래로 늘어지게 그린 것이다. 끗 장에는 두견새(접동새)가 그려져 있다. 또 화투를 쥘 때 대개가 싸리 꽃처럼 세워서 보는데, 싸리 형태로 세워서 보면 두견새는 배면 비행을 하는 이상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리고 두견새가 앉고 날기에는 싸리나무 보다 등나무가 편할 것이다. 싸리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 숲보다 등나무 숲이 두견이 놀기 좋을 것이다. 4월의 새인 두견새도 뻐꾸기처럼 탁란을 한다.
5월의 꽃은 난초가 아니고 창포(菖蒲)다. 끗에 있는 노란 나무다리를 야쓰하시(八橋)라고 하는데 주로 연못이나 습지에 폭이 좁은 널빤지를 지그재그로 이어서 놓은 다리로 일본식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얽힌 얘기는 일본의 平城天皇이 남매근친혼에서 낳은 손자 겸 생질이 불륜으로 추방되어 아이치현 치류시(愛知県 知立市) 야쓰하시(八橋)에 이르러 만발한 꽃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원의 팔교는 여덟 개 다리이고, 꽃은 창포 꽃(제비붓꽃)이고 만발할 때는 일본의 음력 5월이다. [2023.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