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시민의 발'로 대도시권 도로교통 혼잡 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이 쉬는 곳은 어디일까? 지하철도 차량의 검수·정비·차량의 야간 유치를 위한 차량기지가 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는 구로기지-이문기지-병점기지(1호선), 군자기지-신정기지(2호선), 지축기지-수서기지(3호선), 창동기지-시흥기지(4호선), 방화기지-고덕기지(5호선), 신내기지(6호선), 도봉기지-천왕기지 (7호선), 모란기지(8호선), 분당기지(분당선), 귤현기지(인천 1호선) 등이 있다.
앞으로 인천 1호선 연장, 인천국제공항철도, 서울 9호선, 경의선과 경춘선 복선전철화 등을 대비해 인천 송도와 영종도와 김포, 파주 교하와 남양주 평내에도 차량기지가 마련될 예정이란다.
요즘은 차량기지라는 말보다 차량사무소(차량사업소)라는 말도 많이 쓴다. 이러한 차량기지들은 대부분 시 외곽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음이나 진동 등 환경 측면에서 지하철 차량기지가 버스 차고지보다 우수하긴 하지만, 주변 지역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도심에 세우기는 어렵다.
그런데 도시개발이 계속되다 보니, 차량기지 주변까지 주거와 상업지역으로 개발됐다. 이에 따라 차량기지의 공간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즉, 차량기지 부지와 차량기지 내 철로를 이용하여 역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 차량기지와 역의 만남 이러한 발상은 사실 오래된 것으로, 1980년 개통된 지하철 2호선에서는 군자기지 옆 현재의 용답역이 있었다. 심지어 한동안 이 역은 '기지'역이라고 불렸다. 차량기지 역이라는 뜻이었다. 나중에는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하여 용답역으로 바뀐 상태다. 이렇게 차량기지 옆에 역을 지은 예는 3호선 지축역, 인천 1호선 귤현역 등이 있다. 이들 역에서는 대부분 차량기지를 직접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차량기지를 지으면서 아예 그 안에 역을 만드는 것이다. 7호선 장암역이 대표적이다. 엄밀하게 말해 도봉차량기지는 서울시가 아닌 의정부시에 있다. 서울시 안에 차량기지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의정부시는 협상을 벌여 7호선 차량기지를 의정부시에 만드는 대신 도봉차량사무소(차량기지) 안에 장암역이라는 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7호선 장암역은 도봉차량기지 안에 들어와 있다.
그래서 장암역은 보통 역과 달리, 선로가 2개가 아닌 1개로 역 규모도 매우 작다. 물론 지상에 나와있다. 결국 간이역에 가까운 지하철역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지방에서는 광주지하철 녹동역에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9호선 김포기지에도 세울 예정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역시 차량기지가 김포시에 있는 관계로 차량기지 내에 901역(역명 미정)을 소규모로 만들 예정이다.
- 기존 차량기지에 역을 만들자!
최근에는 기존 차량기지 내 공간을 활용하여 역을 새로 만들고 있다. 바로 분당선 분당차량사무소 내 보정역이 대표적 사례다.
경기도 용인 서북부는 건설교통부의 잘못된 준농림지 정책에 따른 난개발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들어선 곳이다. 죽전, 구성, 수지 등도 그러하다. 지하철역 없이 아파트만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애초 분당선 종착역인 오리역을 가기 위해서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역주민들은 용인시 초입에 있는 분당선의 차량기지인 분당차량사무소에 주목하게 되었다. 즉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부분은 성남과 용인시의 경계인데, 이곳을 연결하는 철도로 오리역과 분당차량사무소 사이의 입출고선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로는 있지만, 입출고만 하느라 정작 여객영업을 안 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은 이 선로를 아깝다고 생각하였고, 주민들의 요구와 용인시의 투자로 분당차량사무소안에 임시역을 신설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정역이다. 덕분에 2004년 11월부터 전체 분당선 열차의 절반 정도가 차량기지 안 보정역까지 연장운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분당선 보정역 전경
결국, 차량기지 내 공간을 이용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굴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 보상 차원의 간이역 건설을 뛰어넘어 이제는 적극적으로 차량기지 내 역을 건설할 정도로 새로운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 동탄신도시 교통편의 도울 병점기지역 신설
특히 보정역과 같은 방식으로 차량기지 내 역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1호선 경부선 병점차량기지가 그곳이다. 이곳은 동탄신도시 인접 지역인데, 다른 곳과 달리 전철 개발 계획이 없었다. 동탄신도시에 입주하는 주민들은 교통불편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보정역 사례를 참고하게 됐단다. 그래서 지자체와 철도공사에 동탄신도시에 인접한 병점차량기지 내 역을 만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병점역, 병점차량기지와 동탄신도시 위치도
동탄에서는 병점기지가 훨씬 가깝다.
현재 역 신설을 위해 각종 절차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 역이 신설된다면,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병점역보다 가까운 '병점기지역'에서 전철을 탈 수 있어 시간낭비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전철을 운영하는 철도공사 입장에서도, 역 시설만 해당 지자체가 건설해준다면, 전동차에 승객을 태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기지는 한때 도시의 기피시설이었다. 철도공사가 석계역에 있는 1호선 이문기지를 새로 만들 때도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느라 큰 힘이 들었고, 현재 구로역과 연결된 1호선 구로기지는 고속철도 광명역 근처로 이전할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기지를 삐딱하게만 볼 것이 아니다. 편리한 전철 이용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 심지어는 공간과 철로를 이용하여 전철 운행까지 가능한 것으로 본다면, 차량기지에 대한 인식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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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