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밥벌이를 하고 내일을 계획하려
근심스럽게 저녁 하늘을 훑어보고
걸을 때 서두르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이웃을 의심하고 가면을 쓰고
갑옷 입고 행동하며 눈물을 감추는 것은 어른.
노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미래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기쁨으로 노래하고,
경이로워하며 울 줄도 알고
가면 없이 솔직하고 변명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잘 믿고 가식도 전혀 없이,
사랑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지은이: 앤 머로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h, 1907-2001)
The Man and the Child
It is the man in us who works;
Who earns his daily bread and anxious scans
The evening skies to know tomorrow's plans;
It is the man who hurries as he walks;
Who doubts his neighbor and who wears a mask;
Who moves in armor and who hides his tears...
It is the child in us who plays;
Who sees no happiness beyond today's; Who sings for joy; who wonders,
and who weeps;
Open and maskless, naked of defense, Simple with trust, distilled of all pretense,
It is the child in us who loves.
아침마다. 우리는 가면 쓰고 갑옷 입고 세상이라는 전쟁터로 나갑니다.
내 안의 순수한 마음, 남을 믿는 마음,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을 억누르고
무관심과 무감각의 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다음, 삶이라는 커다란 용과 싸우러 나갑니다.
밥벌이를 위해 서둘러 걷고, 남을 의심하고 또 미워하고,
내가 한 발짝이라도 더 올라서기 위해 남을 무시하고 짓밟기도 합니다.
저녁이 되면 오늘의 싸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내일의 전투 계획을 짭니다..
오늘의 행복은 미래를 위해 접어두고, 가끔씩 왠지 사는 게 서글퍼져 눈물이 날라치면
매몰차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딱딱한 갑옷 입고 총알 쏟아지는 적진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가면 없이 솔직하고, 기쁨으로 노래하고 사랑하기 좋아하는 내 안의 아이는
참 살기가 힘듭니다.
- 장영희 교수가 쓴 책 '생일 그리고 산책'에서
- 받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