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륵산케이블카 2. 중앙시장(명성횟집) + 동피랑마을 + 남망산공원(조각작품)
3. 한산도 제승당: 유람산 선착장 출항 시간 확인 4. 산양일주도로 : 통영대교 ―달아공원(섬 조망) ― 충무마리나리조트
꿈도 야무졌지, 예정은 어디까지나 예정일 뿐 일요일인 오늘 통영은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도로에 세운 관광버스만 수십 대, 중앙시장에 들어갔지만 어시장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설상가상, 어제 잠을 설친데다 멍게를 너무 많이 먹어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시장을 나와 무턱대고 차를 몰고 가다가 언덕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시키고,
미륵산 케이블카 건설현장에서 일했다는 주인아저씨의 이야기를 반찬 삼아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미륵산케이블카를 타러 탑승장을 찾아 갔습니다.
그러나 표를 사고 나섰지만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만 했고,
이곳 역시 사람들로 대혼잡 , 망설이다가 표를 물리고 제2의 예정지 달아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통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는 산양해안일주도의 중간 쯤 언덕에 위치한 달아공원은,
특히 해 질 무렵 바다 위로 떨어지는 낙조[落照]의 장관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산책길을 4,5분 오르면 동백나무 숲을 끼고 관해정(觀海亭)이라는 작은 정자가 나오고,
곧이어 눈 아래로 수많은 섬들이 산봉우리처럼 겹쳐서 흩어지며 한 폭의 수채화, 멋진 장관을 연출합니다.
저도 추도 사량도 욕지도 송도 연대도 소장재도 학림도 곤리도 그리고 이름 없는 섬들, 정말 다도해입니다.
달아라는 이름은 지형이 코끼리의 아래위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지금은 달 보기에 좋은 곳이라는 쉬운 의미로 쓰여진다는데, 이 곳에 서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한국의 나폴리’ 라고 이름 붙은 통영,
그 통영 앞바다 미륵도의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산양관광도로는 ‘꿈의 60리’ 드라이브 코스의 백미[白眉]입니다.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던 그 꿈길을 노란 유채꽃 배경으로 삼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차를 달렸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지쳤다고 눈을 감으니, 나라도 분위기를 살려보자, 독한(?) 마음을 품고 차를 길가에 대고 내렸습니다.
아내는 곧 잠에 빠져 들고, 나는 낚시꾼들 옆으로 다가가 손바닥만한 도다리 낚아채는 구경도 하고,
둑에 앉아 푸른 바다와 건너편 섬들, 그리고 섬 뒤로 기우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호젓이 즐겼습니다.
비록 케이블카를 못 탔지만,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를 조망하지는 못했지만, 동피랑마을에서 벽화를 보지 못했지만,
중앙시장에서 활어회를 못 먹었지만, 한산도 제승당을 참배하지 못했지만, 남망산공원에서 조각 감상을 못했지만,
내가 앉아 있는 "꿈길 60리" 길 위에서 바다와 섬과 낙조를 바라보는 이 순간의 감상은, " 참 편안합니다."
<거제도>
거제대교 지나 노자산 넘어 오는 길은 초록과 연두색 나무와 숲으로 싱그러웠습니다.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 아내는 절이 좋고 스님이 좋고 절을 찾는 사람들을 다 좋아합니다.
실비가 올락말락 산길은 차분하고 산 공기 맑고 우리 부부 탄 차만 한 대 한가하게 달리니 베리굿이었습니다.
아내의 날씨는 한국의 날씨처럼 변화무쌍합니다.
거제도 학동 몽돌해수욕장,
학이 비상하는 형상의 해변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둥근 조약돌이 폭 50m, 길이 1.2km 해변에 펼쳐져 있습니다.
날씨가 흐렸지만, 아내가 신났습니다. 어젯밤 통영대교 밑에 있는 찜질방 <파라 스파>의 그 넒은 수면실에서 우리 부부
단둘이 푹 숙면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어제 저녁 삼계탕 잘 하는 집을 수소문해 찾아가 전복 낙지 넣은 특제
삼계탕을 맛 있게 먹은 효험이 제대로 나는지, 이 아침 산길을 내려온 아내는 몽돌을 들어 포환처럼 던집니다.^^^
선착장에서 해금강 거쳐 외도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선장은 어디서나 부처님, 구수한 사투리 섞은 입담으로 외도 가는 "서울촌놈들" 을 손오공처럼 가지고 놉니다.^^^
사자바위, 천년송, 일월관암, 그리고 미륵바위· 신랑신부바위· 거북바위를 가리키며 해설하다가 십자동굴 앞에서
크라이맥스에 들어갑니다.
높이 솟은 바위 절벽의 틈새가 묘하게 열십(十)자를 이루고 있는데, 배를 그 틈새로 들이대면 위로는 바위 절벽,
배는 흔들리고, 배 옆에서 솟구치는 파도, 잠깐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립니다.
해안선 길이가 2.3km인 외도는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돌섬입니다.
선착장에서 농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하늘을 뒤덮은 후박나무, 남국의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야자수,
그리고 유카리, 용설란 등 무려 740여 종이 넘는 식물과 200여 종이 넘는 꽃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내뿜습니다.
외딴섬 외도는 1995년 외도자연농원으로 탈바꿈하면서 2년 만에 연간 1백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되었고,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회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외국인도 찾는 국제적 관광지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40년 전인 1969년, 우연히 인근에서 낚시를 하다가 태풍을 만나 외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인연이 이창호 씨 부부가
30년간의 간난신고 끝에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를 깨달아 드디어 낙원을 이룬 사연이 스며 있는 곳입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외딴섬을 낙원으로 일군 '증거'들을 보며 사람들의 탄성은 이어집니다.
한뼘 땅도 비워두지 않고 꽃과 나무를 심는 집념과 열정은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스타일의 다양한 대리석 조각들이 내 시선을 끌었습니다.
12개의 비너스 조각이 여기저기 서 있는 비너스가든은 코코아 야자수와 종려나무와 어울려 이국적 풍모를 냅니다.
그러나 그리스나 로마, 아프리카의 어떤 모습이건 그것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건 자신의 현재 모습이, 모두 거제의 외딴섬 외도와 닮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