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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참나무 숲이 풍기는 중후한 '신사의 품격' |
해남 가학산 국내 유일 집단 참나무 숲 120㏊ 중 100㏊ '군락' 돔형 바위봉의 정상 |
입력시간 : 2012. 10.05.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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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가학산이다. 그동안 편백, 적송 숲 등을 찾아 나선 것과는 다른 행보다. 가을 산행의 느낌은 색다르다.
가학산하면 우선 원숭이가 떠오른다. 지난 6년전에 가학산휴양림의 우리를 탈출해 뉴스의 중심에 선 적이 있어 유명세가 붙었다. 산행을 위해 통과하는 가학산휴양림의 우리앞에서 옛날 언론을 장식했던 그 원숭이가 생각났다.
새로운 원숭이가 우리안을 지키고 있지만 그 역시도 언제가는 '열린 세계'로의 탈출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가학산휴양림의 우리를 벗어나니 귀한 손님들이 반겼다. 숲유치원수업을 하고 있는 고사리들이다. 계곡면 관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 원생인 이들은 손수건위에 풀을 겹쳐놓고 수저로 두드려 풀빛손수건을 만들고 있었는 데, 손놀림이 흥이 나있었다.
최근 북유럽의 숲유치원 현장을 돌아보고와서 그런 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자연체험학습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여진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묻혀 들려오는 "쏴"하고 내리치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청아해진다. 바위산인 가학산은 물이 귀하다. 해남군이 늘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 데, 최근에 내린 비로 그나마 보는 귀한 풍경이다.
가학산은 바위산이어 부담스러우나 산책로가 있어 안전에는 큰 무리가 없다. 청명한 가을 햇살에 참나무숲의 향기가 실려온다. 편백의 피톤치드와는 다르지만 참나무 군락에서 뿜어내는 특유의 나무냄새다.
가학산의 정상부는 해발에 비해 웅장하다. 거대한 돔형의 바위 봉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정상은 평평하고 넓은 공터를 이루고 있으나 양쪽이 절벽이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월출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강진 해남 일원의 산봉이 한눈에 들어왔다. 병풍처럼 줄지어 늘어선 기암들이 서로 엎치고 덮친 모양새다. 그런데 이 단단한 바위에 소나무들이 억세게 뿌리를 박고 푸르름을 발하고 있다. 지난 번 노르웨이 출장중 목격했던 그 풍경이다. 노르웨이는 전체 면적중 산림면적이 67%이나, 암반으로 이뤄진 지형이 대부분이다. 그런 황무지 같은 산에서 전나무 등이 울창하게 군락을 이루는 모습,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가학산의 주인은 참나무이다. 120㏊ 지정 면적에서 100㏊정도가 참나무이니,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참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나무라지만, 집단적으로 많은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해남군으로서는 편백, 삼나무가 뜨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자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잘하면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인 야마네(山根), 나카에(中江), 가미야마(神山)가 쓴 '숲속나무의 성분과 약리작용'에는 참나무에는 탄닌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수렴(혈관수축)작용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가려움을 멎게하고 짓무른 피부를 치유한다. 또 탄닌은 혈관을 유연하게 해서 고혈압 치유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야 사람들에게 이로운 점이 많지만 참나무숲도 치유의 성분이 포함돼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가학산은 흑석산으로도 불린다.엄밀히 말하면 가학산이 큰 줄기이고, 그 안에 흑석산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가학산과 흑석산으로 혼용돼 혼란을 가져온다. 가학산의 산세는 해남과 영암을 남북으로 가르는 산으로, 호남정맥이 땅끝으로 가기 전 월출산과 두륜산 사이에 솟아있다. 인근의 월출산이 남성, 두륜산이 여성의 이미지를 풍기는 산이라면 가학산은 중후한 중년 신사같은 산이다.
동국여지승람에서 가학산으로 표기돼 있으나 대동여지도에는 가학산과 흑석산(깃대봉)으로 표시돼 있다. 가학은 학이 날지 못하도록 학 앞에 멍에가를 씌운 풍수지리상 비보의 의미를 담고 있다. 흑석은 바위의 색깔이 검어 유래된 것으로 비가 올때 물을 머금은 흑석산의 모습은 실제로도 검다.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
"가학산 자연휴양림서 추억 만드세요"
야영장ㆍ오토캠핑장 조성… 야외서도 숙박 가능
가학산에는 자연휴양림이 자리잡고 있다. 도심 일상에서 벗어나 휴양림에서 자연이 주는 편안한 휴식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색다른 가을의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수천그루 아름드리 참나무 사이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일상에서 지친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서다.
해남군 계곡면 가학산 자연휴양림에는 자연친화적인 황토벽돌집인 숲속의 집 13동이 있어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고 쉴 수 있다.
자연휴양림은 7평형 9개동, 12평형 4개동으로 구성됐다. 해남군은 이와 별도로 대형 객실과 세미나실 등 다목적 시설을 갖춘 문화휴양관을 개관해 다양한 모임이 가능케 했다. 숲속의 집 이용료는 객실 평형에 따라 4만원에서 단체용 12만원까지고 해남군민은 30%정도 할인된다.
휴양림내에서는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야외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야영장은 데크 6개소와 야영부지 10개소가 있다. 오토캠핑장은 1개소이다.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은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을 위해 가학산 원숭이 '해남이' 가족과 공작을 관람할 수 있는 학습용 조류관도 조성돼 있다.예약문의 가학산 휴양림 061-535-4812.
이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