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교사회복지의 이론, 학문에 관한 논의
1) 불교와 사회복지
불교사회복지는 불교와 사회복지의 관계를 연구하는 실천·응용학문으로 불교에 의한 사회복지활동을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불교사회복지의 이념이나 역사, 개념과 주체 및 대상은 물론이고, 그 사업이나 유형, 방법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으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변동이 있을 때마다 민간복지로서 불교사회복지가 실천해온 모든 활동에 대한 인과법칙을 알아내고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는 인간이 고통의 속박에서 해탈(解脫)하는 데 목적을 두며, 사회복지는 인간이 처한 상황이나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행복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모든 인간은 생로병사의 한계와 그로 인해 개인적인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고, 착취와 억압, 불평등이나 소외와 같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서 사회적인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서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다양한 제도와 이념, 과학적 기술들을 발전시켜왔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생로병사의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인 고통에서 해탈하여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불교사회복지는 출발하는 것이다.
불교사회복지는 불교를 주체로 하는 복지활동으로 불교정신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사회적 실천인 반면, 일반사회복지는 자본주의 모순에 의해 발생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의 대상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사회적으로 실천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차이점은 불교와 사회복지의 관점과 궁극적인 목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복지와 불교사회복지도 차이가 있는데, 불교복지는 불교에 의한 복지사업·시책·제도의 이념이나 실천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불교가 지향하는 이상사회로 생각하는 것이 불교복지이다. 그러나 불교사회복지는 역사와 사회에서 규정되는 사회복지문제에 대응되는 민간사회복지사업으로서 불교가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업의 독자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불교복지는 불교조직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각종의 복지활동이며, 복지활동의 주체와 대상이 불교의 제도나 틀 속에 한정되는 반면에, 불교사회복지는 대사회적으로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으며, 주체는 불교이지만 대상은 불교의 제도나 틀이라는 범주를 벗어난 사회전체를 포괄하는 것으로 차이점이 있는데, 개념적 차이에 따라 준거틀의 설정이 달라진다.
불교사회복지와 일반사회복지의 관계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일반사회복지의 범주 안에 불교사회복지가 포함되어 있는 형태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면에 있어서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이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로, 개념적으로는 ‘불교사회복지’적인 관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겠다.
둘째, 불교사회복지의 범주 안에 일반사회복지가 포함되어 있는 형태는 불교사회복지가 일반사회복지의 범주를 초월했다고 보는 관점으로, 이상적이고 가치적인 면에 있어서 일반사회복지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인데, 개념적으로 ‘불교복지’적인 관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겠다.
셋째, 불교사회복지와 일반사회복지가 일정한 공통적인 면과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각기 고유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경우이다.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불교사회복지와 일반사회복지가 공통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의 다른 차이점을 이해한다면 보편적인 복지로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형태가 될 것이다.
넷째, 불교사회복지와 일반사회복지가 공통적인 면을 인정하지 않고 각기 고유한 영역으로만 존재하는 경우인데, 불교를 현실사회와 격리된 초월적인 관점으로만 인식하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2) 불교사회복지의 이론 및 학문적 정립을 위한 전제
불교와 사회복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는데, 불교의 관점은 주관과 객관의 양극단을 초월한 중도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의 입장은 주객을 분리해서 주관과 객관을 대립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사실을 규명하려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견지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불교사회복지가 정립되기 위해서는 불교의 사상을 사회과학으로서의 사회복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응용 실천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불교의 측면에서는 사회과학적인 관점이 부족하고 사회복지의 측면에서는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불교사회복지의 학문적 정립을 위해서는 사회복지 현상에 대한 불교의 독자적인 해석이 전제되어야 하고 사회과학적이고 입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천방법이 불교사회복지만의 독자적이며 일관성 있는 접근이 되어야 하며, 불교가 갖는 사회복지적 성격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불교는 사회복지에 비해 독자적인 불교사회복지체계가 확립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상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불교사회복지가 정립되느냐에 따라 인류의 보편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는 역사적으로 자선구제사업에서 사회사업으로, 현대의 사회복지사업으로 발전해 왔으며, 학문적으로도 처음에는 사회학의 한 분파로 시작해서 여러 학문을 수용하면서 오늘날의 전문화된 사회복지의 형태로 발전해 왔지만 완전한 학문의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학문적 진화를 계속해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 복지로서 비전을 담아내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와 세계를 포함한 우주적인 시각에서 총체적이고 유기체적인 접근을 통해 지금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류의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1) 불교사회복지는 학문적으로 정립이 되기 위해서는 불교학과 사회복지학의 학제 간에 공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동아시아에서 불교사회복지 활동이 행해지고 있고 일본의 경우는 그 역사가 19세기 말부터 시작되었으며 불교사회복지학회도 결성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불교사회복지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는 있지만, 그러나 불교사회복지가 일반사회복지와 다른 특성을 가진 학문으로서의 연구영역과 실천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 실정이다.
민간복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종교사회복지로서 불교사회복지는 정체성과 위상을 정립하고 있지 못한 상태인데, 종교사회복지 고유의 가치와 윤리, 목적과 목표, 지식과 기술차원에서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이다.
불교사회복지는 불교와 사회복지의 중복지역에 있다 보니 불교사회복지의 주체, 대상, 인력, 이념, 지식, 기법 등에 걸쳐 양자 간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불교와 사회복지가 각기 다른 특성, 공통점과 차이점의 조화를 통해 사회복지분야의 하나인 종교사회복지로서 불교사회복지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의 하나로 사회복지의 실천에 있어서 정신적, 영적인 접근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불교사회복지의 경우에 불성을 사회사업실천에 적용시켜서 다양한 실천방법에 관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불교사회복지학에서 불교학과 사회복지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영역에 속하며, 각기 고유한 영역에서는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만, 두 개의 영역이 중첩되는 불교사회복지학에서는 각기 불교학과 사회복지학의 입장에 따라 연구나 실천 방법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불교사회복지가 정체성을 가진 하나의 독립된 연구와 활동 영역으로서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점, 사회문제의 해결방법을 비롯한 이론과 실천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 성과가 축적되어야 한다.
불자나 사찰에서 행해지는 복지활동은 모두 불교사회복지라고 하는 것은 현대적인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수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 실정이고,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안이하게 해석하는 것도 불교사회복지의 본질을 왜곡할 위험성이 있다. 이와 같이 불교사회복지는 불교와 사회복지가 중복되는 영역이고, 불교와 사회복지의 양자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불교학과 사회복지학의 학제 간에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2) 불교사회복지의 용어나 개념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불교사회복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 일본에서 불교사회복지학회가 창립되면서부터인데, 불교사회복지의 학문적 범주에 관한 문제로 불교의 영역인가 사회복지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두 개의 학문 영역으로 이루어진 이 용어를 아무런 모순 없이 논의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서 불교와 사회복지의 견해가 각기 달라진다.
불교사회복지를 비롯하여 종교계에서 기독교사회복지, 가톨릭사회복지, 원불교사회복지라는 말은 이미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지만 그 용어나 개념에 대한 학문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사용하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불교사회복지는 불교와 사회복지의 관계를 연구하는 실천학문이고 응용학문으로 불교에 의한 사회복지의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불교복지나 불교사회복지 같은 용어조차 혼용되어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계에서는 불자나 사찰, 불교단체 등에서 노인이나 아동, 무의탁자 등에 대한 보호활동을 해왔는데, 이러한 활동을 불교사회복지라고 하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활동이 과학화, 조직화되어 현대적인 복지활동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하게 된 1960년대에 일본에서는 이러한 불교계의 입장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불교사회복지는 인문학으로서 불교의 범주에 속한다는 입장에 선 학자들은 불교사회복지학이란 사회과학의 한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불교의 필연적인 전개로서의 사회복지라고 하면서, 불교사상이 역사적 산물로서의 사회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실천이론이 곧 실천불교학이며, 이 실천불교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복지가 바로 불교사회복지라고 한다. 불교사회복지에 있어서는 사회과학적인 인식이 요구되는 영역이지만, 불교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모습을 사회에 나타낸 것이 불교사회복지라고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교의 복지활동이 곧 불교사회복지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사회복지학계로부터 비판이 있었고,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불교사회복지에 접근하는 입장에서는 불교사회복지는 사회복지의 한 영역이며,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그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으로서의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불교복지의 개념에 대해서는 불교와 사회복지의 양쪽의 영역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사회과학의 한 영역으로서 불교사회복지가 존재한다는 입장에서 실천불교가 곧 불교사회복지라는 입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였고, 이것은 곧 사회문제 대책의 하나가 불교사회복지라는 입장으로 불교사회복지의 사회적 기능을 사회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불교의 실천 영역이 곧 불교사회복지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었고, 그러한 견해가 사회복지 그 자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기인하며, 불교계가 사회적 현상의 사회과학적 탐구나 구조적 이해에 대한 결핍을 반영한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현재는 불교사회복지를 논의할 때, 불교의 원리를 사회복지의 상위개념에 두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지배적으로, 일반적으로 불교계의 사회복지활동에 사회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3) 불교사회복지가 정립되기 위해서는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불교사회복지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그 정체성이 무엇이고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불교적인 접근은 사회과학방법론이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반면 사회복지적인 접근은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교사회복지는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불교사회복지의 실체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과연 불교사회복지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이기도 한 것이다. 불교사회복지는 있다 혹은 없다고 하는 논의는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불교사회복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의 정리가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는 서구사회에서 도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의 내용이 서구 중심적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불교사회복지의 역사 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사회복지활동에 대한 역사적 근거자료도 확보가 되어야 한다.
반면 불교사회복지의 경우에는 불교교리나 사상의 실천이 바로 불교사회복지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사회복지를 불교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비교분석하여 불교사회복지의 독자성과 보편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4) 불교사회복지가 정립된다면 사회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복지는 사회과학에 근거한 과학적 실천방법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제하지만, 사회복지가 이론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규명하고 진정한 복지를 실현하는 실천적 학문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의 이론과 실천의 틀을 뛰어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와야한다고 본다.
오늘날의 사회복지는 자선사업이나 구제·구호사업의 시기를 거쳐 사회사업의 형태에서 현대의 사회복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발전의 시기를 거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선이나 구호사업 등은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배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나치게 과학적인 전문성을 내세우며 종교계나 여타 단체들의 자선구제나 구호적인 복지활동에 대해서 배타적인 모습을 나타나기도 한다.
박광준 교수는 “불교의 본질은 자비에 있고 그것은 곧 현대사회복지의 원리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사찰에서 고아 등을 보호해 왔다는 사실을 들어, 불교는 옛날부터 사회복지를 수행해 왔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이는 사회복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그러한 활동은 어떠한 종교에서도 그리고 어떠한 시대에서도 볼 수 있는 종교적 자선이며,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사회복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불교인이나 사찰이 사회복지사업을 행하면 그것이 곧 불교사회복지라고 하는 이도 있다. 예를 들어 한 불교복지재단이 공적인 사회복지시설을 위탁 운영하면 그것을 불교사회복지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류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안이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불교사회복지의 독자성이 성립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일면 타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종교적 자선은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사회복지는 아니지만 사회복지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종교의 자선구제활동에서부터 사회복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역사성을 배제하고 사회복지와는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현대 사회복지의 역할과 범위를 좁게 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자선구제이나 구호사업의 양상은 NGO나 공익단체에서 더 많이 행해지고 있기도 한데, 현대에 와서도 전문적인 사회복지가 사회문제를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자선구제나 구호사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현대의 사회복지가 과학적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인간사회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깊이와 폭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실천학문으로서 거듭나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불교사회복지는 종교사회복지이면서도 민간사회복지의 한 분야로서 불교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려 독자성을 확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진 이론적 실천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2. 불교사회복지의 실천에 관한 논의
우리나라는 그 동안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정책으로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온 반면, 국민의 복지향상과 사회개발에는 소홀히 해왔다. 복지에 있어서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으나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는 물론이고 다양한 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사회로부터 소외된 요보호대상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은 물론이고, 지방화시대에 지역단위의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갖추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민간복지의 참여와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민간부문은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의 사회복지사업 등을 비롯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법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을 말한다.
이러한 민간복지 부문은 정부의 복지프로그램에 대한 보충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시범적이고 융통성이 있으며 전문적이고 봉사적이다. 그리고 복지수혜자의 자존심을 유지시키는 데 유리하며, 복지의식과 사회연대의식을 갖게 하여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불교사회복지는 종교사회복지로서 민간부문에 속하므로 이러한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복지사업의 계획을 수립하고 활동을 전개해 나가도록 해야 하며, 국가의 공공복지와 민간복지의 네트워크 연결망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불교계가 사회복지부문에서 수행해야 될 주된 역할은 보유한 자원을 조달하는 사회복지의 전달부문이 될 것이며, 국가가 수용하지 못하는 복지대상자에 대한 보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의 복지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을 감시하는 기능과 이에 대한 비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의 비중에 비해 불교의 사회복지활동은 유기적인 관계나 협조체계가 적절하게 수립되어 있지 않고, 사회복지의 조직기반인 지원 및 전달체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시점에서 불교계는 사회복지의 실태를 파악하여 불교사회복지의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비전을 제시하고, 불교이념에 입각한 독자적인 사회복지의 영역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살려서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과 위상을 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불교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서는 종단과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복지법인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며, 각 교구본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복지법인에 대한 종단차원의 관리와 지원, 투명한 운영을 위한 조직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불교계의 복지사업은 정부나 지자체의 복지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형태, 사찰에서 비용을 들여 자체 운영하는 형태, 이 두 가지를 병행해서 운영하는 형태가 있는데 여기서는 위탁 운영하는 경우와 사찰복지의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복지시설의 위탁운영이나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
불교계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의 현황을 분석해 보면 분야별 편중이 심각한 상태이다. 복지시설을 지역사회의 욕구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 설립하고 운영한다기보다는 시설의 위탁에 치중하다보니 초래된 결과이다.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은 약 70% 가까운 시설이 위탁운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회복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현재 어린이집을 포함한 아동복지시설이 가장 많고, 그 다음 노인복지시설, 지역사회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 부랑인복지시설 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대상자나 지역분포에서 특정 부분에 편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불교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종단차원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고, 불교계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불교사회복지 활동을 체계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자원의 동원에 따른 지원·전달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학계 및 종단차원의 불교사회복지연구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적인 불교사회복지서비스가 시행되도록 특성화와 더불어 보편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시설위탁만이 아니라 사찰을 지역사회 복지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불교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려 정신·문화복지로서의 특성을 살려나가고, 불교계가 가진 자원의 총량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불교계의 사찰 가운데는 노인이나 아동, 무의탁자들을 보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용보호 차원에서 복지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제도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을 현실화하여 사찰을 복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사찰을 지역사회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시설은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사회복지전문가에 대한 수급과 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불교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수는 6~7천명 선에 이르고 있으나 사회복지사를 배출할 수 있는 대학은 동국대, 중앙승가대, 금강대, 위덕대 등에 불과한 실정이며, 일 년간 배출되는 사회복지사도 100명 내외여서, 사회복지사의 수급과 관리문제가 불교사회복지의 발전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불교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해서 수급에 차질이 없게 하고, 이들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장에서는 일반사회복지사보다 전문사회복지사를 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불교계 종립학교에서는 일반사회복지사 외에 별도로 노인, 장애인, 청소년, 의료복지학과 등 전문사회복지사를 양성해 내는 학과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문사회복지사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사회복지의 정책을 강화하고 자체적인 시설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불교사회복지는 사회복지시설의 위탁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것은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교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불교사회복지를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위탁운영보다는 자체예산을 투입해서 시설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찰 중심의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사찰의 시설을 활용해서 자체적인 예산을 들여 불교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린 사찰복지를 병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5년 한국종교계의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실태를 보면, 종교기관의 복지시설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종교기관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경비의 대부분을 정부나 외부지원금에 의존하고 정작 자체조달하는 금액은 10%에 불과해서 종교기관의 재정지원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단본부나 종교계 법인 등의 지원금을 포함한 종교계 지원금은 전체의 10.6%인 59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875억원(15.7%)은 시설 이용자들이 내는 부담금으로, 종교계 지원금이 이용자 부담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살림살이와 종교계 지원금 규모에서 이들 시설 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등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보였는데, 종단별 지원금을 보면 천주교가 2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독교 170억원, 불교 97억원 등이었다. 각 종단별 사회복지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총지종, 관음종 순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관음종, 보문종, 여래종, 일승종, 일붕선교종, 미타종 등의 종단에서도 복지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교의 사회복지 활동은 대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불교의 위상을 제고함은 물론 간접포교로서도 그 효과가 크다.
조계종은 가장 많은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이용시설이며, 위탁운영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천태종은 청소년·여성복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진각종과 총지종은 노인복지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각 종단마다 특정한 사회복지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저출산 고령사회의 현상을 반영하듯 노인복지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사회복지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의 주요 활동으로는 복지관련 조사·연구, 복지시설 방문 및 자원봉사, 상담, 간병, 장기기증, 환경운동, 북한동포 및 기아돕기, 장애인 수화교육, 상조회, 장학사업 등이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법인 및 사단·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주요 복지시설 외에 의료복지기관, 근로복지시설, 장의복지시설, 상담기관 , 자원봉사기관, 사회체육시설, 연구기관, 복지단체, 기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복지시설의 운영상 어려운 점은, 재정문제로 운영자금의 부족에 대한 체계적 지원책 수립 및 지원, 후원자 지원 및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시설설비 노후부족, 자원봉사자 지원, 프로그램 미흡 및 개발, 시설 및 단체 간의 정보교류 미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분포를 보면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대도시와 경기, 경북지역 등의 특정지역에 편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그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사찰이나 시설에서 복지활동을 강화해 나가도록 함으로써 지역적으로도 균형적인 복지활동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종단차원에서는 사찰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복지정보 제공, 전문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개발, 인력자원 양성 및 활용 등에 대한 여건을 마련하여 복지활동의 지원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며, 사찰에서도 주지스님과 소임자들이 사회복지에 대한 마인드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불교사회복지가 사회복지를 실천하는데 곤란한 점으로는, 국가의 사회복지제도 및 법과의 관계설정이며, 불교이념과 사회복지전문성의 결합에 따른 문제이다. 또한 불교계의 법인과 시설의 실무자들이 불교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물론이고, 불교사회복지사업의 인적·물적 자원의 조달방식과 법제도·행정조직에 관한 시스템의 정비를 통해 조직체계가 갖춰지도록 하는 문제이다.
이와 같이 시설운영 현황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통해 불교사회복지의 실천방안을 강구해보면, 직영시설의 확대를 통한 불교사회복지시설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사회복지 분야별로 다양한 복지시설의 확대를 통해 불교사회복지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불자들의 사회복지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불교적 마인드와 사회복지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불교사회복지의 설립 및 운영의 주체로서 불교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불교사회복지사업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원회나 공동모금 등을 통한 복지기금의 모금전략을 세워야 하며, 자원봉사활동의 확대 및 다각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불교계 사회복지 법인과 단체 종사자들의 사회복지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수나 연수교육방안 등을 마련해야하며, 불교계 법인이나 단체들이 정부지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운용기금의 균형적 확보가 필요하다.
2) 사찰복지에서 자체적인 비용으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사찰복지의 경우 사찰이 주민의 생활향상이나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인 생로병사의 문제에 대한 지원활동으로서 지역복지의 실천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주민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지역복지센터로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인생문제 등을 포함한 개별상담이나, 지역주민의 각 세대 간의 집단활동의 지원과, 지역조직에의 조언 및 지역활동의 거점으로서 실천의 장(場)을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대상과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
사찰이 지역사회의 복지활동에 사회복지의 전문적인 방법이나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개별상담을 비롯하여 사찰 이용자의 집단활동을 돕고, 지역사회의 조직화나 사찰의 운영관리는 물론 사회운동을 할 수도 있다. 사찰은 오래전부터 복지활동의 거점으로서 지금과 같은 지역복지를 실천해 왔지만, 앞으로는 사회복지의 전문적인 원조기능에 의한 방법이나 기술을 도입해서 복지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찰활동은 주지스님의 자질과 역량에 달려 있는데, 사찰의 기능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기능을 하기 위해선 사찰이 보유한 자원과 조직을 활용해서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복지활동을 전개하고, 사회복지의 전문적 지식이나 방법 및 기술을 도입해서 복지활동을 실천해 나감으로써 사찰복지가 불교사회복지의 거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찰을 중심으로 지역사회특성에 맞는 복지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주민의 복지욕구를 파악해야 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발굴해서 양성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그 지역의 민원이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처우개선이나 상담 등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해야 하며, 사찰의 네트워크(Network)가 복지중심으로 형성되며 사찰과 지역주민이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3. 불교사회복지의 역할모델의 사례
현재 시설위탁사업이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 사회복지사업의 시대적인 추세라고 한다면, 불교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린 복지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사찰에서 자체적인 비용으로 불교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사찰복지’를 병행해서 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복지활동의 역할모델이 될 만한 사례들로는 대만의 자제공덕회와 불광산사의 복지활동, 미국의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수행과 복지를 동시에 실천하는 모습에서 불교사회복지의 전형이 될 만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 대만의 자제공덕회와 불광산사
(1) 대만 자제공덕회의 복지활동
대만의 자제공덕회는 1966년 4월 14일 대만 보명사에서 ‘불교극난자제공덕회’로 출범하였는데 처음부터 불교의 사부대중이 동참하는 자원봉사 및 후원단체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85세 이상의 가난하고 병든 노인들을 후원하는 일이었는데, 처음에 동참한 회원은 출가제자 5명, 가정주부 30명이었다.
자제공덕회의 주요 사업은 자선, 의료, 교육, 문화, 국제구호, 골수기증, 환경보전, 지역사회사업 등 크게 8개 영역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강조되는 사업은 의료사회사업으로 병원건립, 의료 전문인력 육성 등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교육사업 분야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시설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환경보전운동과 지역사회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자제공덕회에 골수 기증을 서약한 사람이 약 17만 명에 이르고 있다.
자제공덕회는 전국에 4개 병원을 갖고 있고 올해 안에 2개 병원이 추가로 완공될 예정이다. 구제, 의료활동 외에도 불교자제대학 등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교육시스템을 마련, 어릴 때부터 불교와 사회봉사를 배우고 있다. 대만 화련의 불교자제종합의원 3층에 위치한 호스피스 전문병동인 심연병방(心蓮病房)은 말기 암 환자들의 편안하고 안락한 마지막 삶을 보장해 주기 위한 곳으로, 20명 정도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으며 환자 1명당 자원봉사자가 1명씩 배치돼 수발과 정신적인 안정을 돕고 있다.
자제의원은 불교계가 세운 시설로 각 층마다 법당이 마련돼 환자와 가족이 기도할 수 있으며, 호스피스 병동의 경우 법당 외에도 타종교인들이 기도할 수 있는 시설을 따로 마련해 환자가 요구할 경우 신부나 목사 등의 직접 방문으로 신앙생활을 통해 심적 안정을 찾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또 호스피스 환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년에 6번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을 단계별로 실시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 병원 관계자들이 모여 쉴 수 있는 공간도 갖춰져 있어서 각종 행사를 치르며, 병원이지만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사는 것 같은 가정적인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환자들은 불교 등을 통해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비교적 잘 되어있고, 죽음을 맞으면 평소 원했던 절차에 따라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도 병원이 담당한다. 이와 같은 자제공덕회의 활동을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찰이나 단체의 차원을 넘어서는 거대한 사회조직이며, 자원봉사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제공덕회는 불교적 연대감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일종의 ‘실천하는 사찰, 행동하는 불교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제공덕회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된 것은 임의의 봉사조직에서 벗어나 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고 자제병원이 개원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말 현재 공덕회의 자제위원은 약 12,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연간 후원금액은 약 1,200억 원 이상이다.
자제공덕회의 신도조직의 유형과 특징을 살펴보면, 자제공덕회는 승가 중심의 ‘정사정사’와 신도조직인 ‘자제공덕회’, 그리고 재정을 총괄하는 ‘재단법인 불교자제자선사업기금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사정사’는 대만 중부 화련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님들의 수행처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신도 및 자원봉사자의 교육 및 숙식을 담당하고 있다. 이 절의 운영비는 모두 비구니 스님들의 노동에 기초하여 자급자족으로 운영된다.
‘불교자제자선사업기금회’는 자재공덕회의 모든 재정을 통합 관리하는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자제공덕회의 모든 재정은 공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서 많은 후원자들이 기부를 하고 있는데, 후원자는 약 500만 명 이상으로 이 가운데 1,000만 명 이상이 매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자제공덕회’는 증엄 법사와 그 문도로 구성된 비구니 승가의 신도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제공덕회의 설립목적은 신도교육과 신심 형성을 통해서 사회구제사업을 실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증엄 법사의 가르침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실무 운영에 있어서는 독자적인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데, 자제공덕회는 재정과 그 규모가 국제조직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자제공덕회의 조직과 구성을 살펴보면 신도조직은 2원적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자제공덕회의 임원진으로 구성된 자제위원과 이 자제위원들이 관리하는 일반 신도조직들이 있다. 이러한 신도조직의 구성에는 일반 신도들이 소규모 팀의 조직을 지도하는 자제위원이 있고, 이러한 소규모 팀이 모여 구역 조직을 만들고 구역 조직이 다시 분원을 형성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분원에는 스님들이 파견되어 신도들의 신행생활을 지도하고 예불과 의식을 거행하며, 각 분원이 모여서 자제공덕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공덕회의 의식과 교육 시스템을 통해 위원과 평신도들은 불교 교리와 증엄 법사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이것을 사회봉사로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자제위원들은 일반 종교조직의 임원과는 달리 매우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제위원은 포교, 신도관리 및 신행지도, 모금 및 후원, 사회운동, 자원봉사, 국제 구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제공덕회의 성과로는 증엄 법사의 지도력과 그 이념이 탁월하면서 현세에 적합하다는 것과 청정한 지도력을 갖춘 스님과 실천의지로 충만해 있는 신도들의 결합이 이루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행활동과 사회복지활동을 연계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이것을 전문화시켰는데, 국가복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늘진 삶을 사는 주민들을 위하여 불교복지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제공덕회의 운영방식은 한국불교가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신도들을 이끄는 불교지도자는 끊임없이 수행하면서 신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 자비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이상과 목표는 그것을 수용하는 신도와 일반인들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는데, 자제공덕회가 바로 그 좋은 사례일 것이다.
(2) 대만 불광산사의 복지활동
대만 불광산사의 조직과 운영실태를 보면, 불광산은 대만의 남단 고웅현(高雄縣) 대수향(大樹鄕)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적 불교 사찰이다. 불광산사는 성운 대사가 중생구제의 원력으로 불교교육과 포교를 위해 현대적 시설로 세워진 대만불교의 새로운 도장(道場)인데,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수행하는 대만의 최대의 사찰로서 국제적인 불교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불광산사의 사대종지(四大宗旨)를 보면, 문화로써 불법을 널리 펴며, 교육으로써 인재를 양성하고, 자선으로써 복리사회를 건설하며, 참선 염불로써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4가지 가운데 ‘자선으로써 복리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불광산사 복지사업의 조직과 운영실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불광산사는 중국불교연구원을 비롯하여 도서관, 대비전(女衆部), 조산회관(신도회관), 대지전(男衆部), 대불성(大佛城), 불광정사(양로원), 대자육유원(고아원), 활동중심(체육관, 대회장용), 보문중고등학교, 생활대루(기숙사), 불이문, 만수원(납골당), 대웅보전, 마죽원(다목적 신도회관) 등의 규모로 되어있다.
불광산사의 조직으로는 불광산사를 총 관할하는 불광산종무위원회가 있고, 그 아래에 五堂과 二會를 두고 있는데, 우선 오당(五堂) 가운데 복지를 담당하는 ‘자선당’과 ‘복리당’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종무당(宗務堂) : 각 지역별 분원을 통솔하고 성운대사의 인간불교·생활불교의 이상실현을 위해 불광산사의 종지에 입각해서 각종 불교사업을 지도 관할하는 곳이다.
교육당(敎育堂) : 전문교육, 신도교육, 대학생 및 청년교육, 사회교육, 아동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당(文化堂) : 불교사전과 대장경의 출판 및 신문·잡지·불교용품을 보급하며, 도서관을 설치 운영하는 등의 문화사업을 하는 곳이다.
자선당(慈善堂) : 불교에서 말하는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은 생·노·병·사와 빈곤을 들 수 있는데, 자선당의 각종사업은 인류가 이러한 고통을 벗어나도록 하는데 있다. 고아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육유원, 노인을 편안하게 모시는 양로원, 질병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병원, 사후에 편하게 안장할 묘원 등이 있으며, 각 동물을 위한 관음방생지와 새들의 동산도 마련되어 있는데, 자선당의 각종 복지사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자육유원(大慈育幼院)은 불광산사의 고아원인데, 자비의 실현을 위해 설립된 것으로 원아들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시켜 사회에 나가 봉사정신을 실천하도록 보살피고 있다.
난양인애지가(蘭陽仁愛之家)는 의란현에 있는 노인들을 수용하는 양로원으로, 본래 기독교에서 세운 것을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은 부설 유치원을 세워 노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고 즐겁게 인생을 회향하도록 하고 있다.
불광정사(佛光精舍)는 불교의 효사상을 선양하고 가정의 화목과 노인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만든 양로원이다. 오락실·의무실·염불당 등이 있어서 노인들이 아미타불을 염송하면서 불심으로 평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노후복지시설이다.
불광진소(佛光診所)는 불광산사에 있는 병원이다. 규모는 작으나 의사는 10여명이 진료하고 있는데, 비구니 스님들의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불광산사에 있는 대중들의 건강을 돌보는 기관이다. 스님과 의사들로 구성된 의료진료단이 신도들의 시주를 받아 매주 4회 이상 촌락을 돌며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데, 자선사업을 통한 포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만수원(萬壽園)은 불광산사 동쪽에 위치한 공원묘역이다. 분묘는 원형의 탑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스님을 비롯한 일반신도들도 안장될 수 있으며, 만수원 공원 안에는 대보탑을 건립하여 영골을 모실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자선당에 소속되어 있는 기구로는 불광산 자비기금회, 보문의원, 동령구제회, 관음방생회 등이 있는데, 이 자선당의 사업은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도 부응하며 부처님의 대자대비 정신을 일체중생에게 적극적으로 선양하는 사업이다.
복리당(福利堂) : 복리당은 불광산사의 자급자족을 위한 생산활동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성운 대사는 과거의 불교사원에서는 농선일치(農禪一致)라 하여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을 해왔으나 현대는 사찰에서 공선(工禪) 또는 상선(商禪)의 일치로 시대에 부합하는 공업 및 상업을 경영하여 신도들의 공양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사원경제를 해결하며, 나아가서는 포교·자선·교육사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불광산사에는 수백여 명에 이르는 스님들과 수백여 명의 상주하는 대중들이 있는데, 운영비는 자체수입과 신도의 보시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불광산종무위원회의 조직은 이상의 오당(五堂) 외에 다음과 같은 이회(二會)의 조직이 있다.
계획공작회(計劃工作會) : 불광산사의 모든 기획을 맡고 있는데, 현시대에 맞는 불교의 중생구제를 위해서는 불광산사의 스님들은 인사·경제·공업·설계·건축·교육·복지·의료·컴퓨터 등 각 분야에서 업무를 분담하여 계획하고 있으며, 산하에 각종 기획·설계·연구·예산 등의 분과를 두고 불광산사의 일체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책진공작회(策進工作會) : 불광산사의 각 방면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분야를 독려하여 업무에서 이상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외에 불광산사는 국내외에 많은 분원을 가지고 있는데, 각 분원에서는 포교와 더불어 고아원·양로원·유치원 등 많은 복지사업을 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교화를 위하여 많은 육영사업을 하고 있다.
불광산사는 불교의 선양과 인간정토의 실현을 위하여 대중화?학교화?국제화?복리화의 시방총림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복리화의 실현은 시방삼보의 가피가 시방불자에 두루 미치도록 하는데 있으므로, 재앙을 구원하고 빈민을 구제하며, 노인을 위로하고 고아를 보살피며, 의료를 베풀어 병든 자를 치료하며,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출세적(出世的) 정신으로 입세적(入世的) 사업을 하자’는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보살의 자비를 실천하도록 하며, 세상을 경영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교육시켜 사회에 나가 대중을 위한 많은 자선복리사업을 하고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여 인류의 마음의 고향이 되도록 하고 있다.
(3) 미국의 젠 피스메이커 오더(Zen Peacemaker Order, ZPO)
㉮ ZPO 본부 마에즈미 센터의 글래스만 선사
미국에서는 불교가 새로운 종교인 까닭에 전래된 전통에 따라 참선이나 명상 등 개인 수행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신수행과 보살행의 실천을 병행하는 것이 바로 젠 피스메이커 오더(Zen Peacemaker Order, ZPO)의 정신이며 목표이다.
미국 메사추세추주 몬테규 지방에 위치한 ZPO의 본부인 마에즈미 센터의 버나드 데쓰겐 글래스만(Bernard Tetsugen Glassman) 선사가 리더인데, 정신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통찰력과 마음의 평정을 바탕으로 이웃의 어려운 점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설립이념을 현실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 내 개척불교운동이면서 가장 미국적인 불교의 모습으로 생활 속에서 불교의 모범을 보여 주는 젠 피스메이커 오더(ZPO)의 마에즈미 센터(The Maezumi Institute)는 넓은 부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환경주의자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지은 나무 건물이다. 이곳이 현재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본부이며 글래스만 선사가 이끄는 마에즈미 센터의 법당이 있는 건물이다. 미국의 다른 지방에서 온 종교운동가들과 세계 각국의 불교커뮤니티 대표들이 모여 법회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레이스톤 재단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자, 글래스만 선사는 20년 넘게 관여해 왔던 재단에서 손을 떼고 메사추세추로 무대를 옮겨 마에즈미 센터를 건립하고, 운영하는 일에 전념하면서 한 차원 높은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정신을 펼칠 수 있는 계획을 실천 하고 있다.
마에즈미 센터는 2006년에 개원하여 호스피스케어를 비롯하여 사회적 봉사활동과 불교경전의 가르침을 조화롭게 엮어가기 위한 국제적인 교육의 장으로서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허브 역할을 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선수행 및 명상프로그램과 요가수련 및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고, 호텔이나 수련원 시설을 비롯하여 야외공연장 건립과 온천 개발 등 부대사업도 병행할 예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신수행에 중점을 두고 서서히 진행시킬 계획이다. 이 센터는 개인보다는 단체를 옹호하고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장소로서, 뜻을 같이 하는 제자들이 세계에 널리 뻗어 나가도록 돕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글래스만 선사는 선불교를 접하고 1976년 일본 조동종의 타이잔 마에즈미(Taizan Maezumi) 선사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제자가 되어 미국인 최초의 조동종 승려가 되었다.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선수행 과정을 거쳐 선 지도자 자격을 얻음으로써 조동종 불교학교 소속 수련원 두 곳에서 일일 수련원장을 하게 되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스승의 지도하에 안거를 지내는 등 쉼 없는 수행을 계속했다. 수행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였는데, 이것은 단지 앉아서 좌선(坐禪)에만 몰두하는 것만이 수행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 주는 일이었다.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기 위해 클리닉을 열어 진료를 하도록 하였고, 선수행에 관한 도서를 출판하기도 하였다.
㉯ 젠 피스메이커 오더(ZPO)의 활동
1979년 선 공동체를 열기 위해 뉴욕으로 옮겨간 글래스만 선사는 자신만의 독특한 원칙을 정했다. 먼저 정신적인 수행을 위한 과정을 개설하였다. 그런 다음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였다.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여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역훈련의 기회를 주었으며, 사회봉사의 목표를 세웠다. 처음에는 용커스 시에만 국한했지만 그는 장차 미국 전역으로 이 활동을 넓혀 가려는 포부를 가졌다.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본격적인 활동은 1980년 용커스 시의 3층 건물에서 시작되었는데, 버려진 폐교를 매입하여 개축하기 위해 소수민족 기술자와 인부들을 모아 ‘그레이스톤 건축’이라는 법인을 만들었고, 입주민들을 위해 운동장에 나무를 심고 나무 밑에 앉아 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소외계층이었던 이들에게 교육과 상담, 훈련과정을 적용시켰는데 이곳이 그레이스톤 만달라라는 불교마을이다.
다음으로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라는 제과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계를 해결하도록 했으며, 오래된 아파트를 더 사들여 어려운 이웃들에게 거처를 제공해 주었다. 그 다음에 글래스만 선사는 본격적으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은 글래스만 선사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일주일씩 노숙자의 생활을 체험해 보는 ‘길거리 참선(street retreat)’이었다. 이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자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참여불교 운동이 미국인들 사이에 서서히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1992.1.2)에 실린 기사에는 “뉴욕 주 용커스 시에서 최고급 제과를 부자들에게 팔아 가난한 사람을 먹이는 스님. 그는 빈자에게 집을 제공하고 그들의 10대 자녀들의 문제를 상담해 주며 유아를 위해서는 탁아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버나드 글래스만 선사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글래스만 선사는 이 세상의 고통을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누구도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을 제대로 도우려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같은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것을 ‘그대로 보기(bearing witness) 수행’이라고 불렀다.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볼 때 나와 남을 치유하려는 마음이 솟아나고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미국인들에게 이 세상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인드라망의 가르침을 보살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있다.
글래스만 선사 밑에서 출가 득도한 사람은 대략 50명 정도로, 전계(傳戒) 15명, 사법(司法) 18명, 노사(老師) 8명이다.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운영 자금은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통해서 조달하고 있으며,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다. 글래스만 선사가 오랫동안 불교 복지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수행의 깊이와 함께 타고난 사교성으로 미국 상류층 사람들과의 유대를 돈독히 했던 것도 한 몫을 차지하는데, 지금까지 약 40밀리언 달러 정도를 기부 받아 사회사업기금으로 사용해 왔다.
수학자였던 글래스만 선사가 불교에 입문해 오랜 불교수행과 복지활동의 결실을 현실불교로 구현해 낸 것은 ‘오늘날 이 사회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불교적 해답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행적은 현대사회에서 불자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 주는 역할모델(Role Model)이 되어 주고 있다.
㉰ 불교복지의 이상향인 그레이스톤 재단
글래스만 선사가 세운 불교복지의 이상향인, 그레이스톤 재단(Greystone oundation)과 그레이스톤 베이커리(Greystone Bakery)는 뉴욕 외곽에 있는 저소득지역인 용커스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재단의 주요 수입원인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는 뉴욕의 고급호텔이나 백화점, 식당 등에 납품하는 제과회사로 유명브랜드인 빈앤제리 아이스크림(Ben & Jerry Ice Cream) 회사에도 케익과 타트(tarte, 파이류)를 납품한다. 이 베이커리의 수입은 2003년에 이미 1500만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으며, 직원들 모두 밝고 활기에 차 있다.
이 그레이스톤 재단은 1982년 글래스만 선사가 설립했다. 글래스만 선사는 1980년 뉴욕 브롱스(Bronx) 지역의 리버데일(Riverdale)에 있는 그레이스톤(Greystone)이라는 집에서 학생들과 함께 살면서 일본 선을 공부하는 수행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 모임을 기반으로 1982년 이 집의 이름을 따서 그레이스톤 재단을 설립한다. 그 후 당시 선을 공부하고자 모인 학생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용커스에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라는 작은 공장을 세웠으며, 1985년 글래스만 선사는 이 케이크 만드는 사업을 더 큰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정의하였는데, 이 사업을 통해 교육기회의 부족, 약물중독, 전과기록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위한 것으로, 그레이스톤 재단에 전체수입의 45% 가량은 제과사업에서 얻어지고 있다.
그레이스톤 재단은 창립 24년이 되었는데, 용커스 시에만 여섯 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규모가 큰 재단으로 발전했다. 현재의 재단은 천만 달러 이상의 예산으로 운영되며 구성원도 1천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다. ①마이트리 센터(Maitri Center): HIV(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환자의 치료와 지원 ②이싼 하우스(Issan House), ③지슈(Jishu) 탁아센터, ④지역 정원 가꾸기 사업, ⑤직업교육과 직장개발 사업, ⑥그레이스톤 베이커리(케이크 공장), ⑦저소득 주민을 위한 주택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부동산개발사업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재단 전체의 프로그램 개발부가 독립된 부서로 있고, 상근자도 125명이나 된다.
㉱ 빌리지 젠도의 상담과 교화사업
이 외에도 젠 피스 메이커 오더의 일원으로, 20년 전부터 뉴욕 맨해탄 중심가에 개원하여 운영하는 ‘빌리지 젠도(Village Zendo)’에는 100여 명이 넘는 수행자들이 자유롭게 방문하여 스스로 수행한다.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6시에 불교의식과 함께 좌선(sitting)을 지도하고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름철에는 숲이 있는 자연으로 들어가 수행하는 안거[獨禪] 프로그램을 열고 있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만나는 감정을 조절하는 테크닉을 가르치고 실천하도록 인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특히 상담심리학을 통해 가족 문제, 자녀 문제에 관한 상담을 하기도 한다.
엔쿄 선사는 뉴욕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1985년 처음 마에즈미 선사를 만나 일본 선불교에 매료되었고 도반들과 수행할 공간이 필요하여 자신의 집을 선원으로 개방하였으며, 1995년 마에즈미 선사가 입적할 때까지 스승으로부터 실생활에서 몸소 실천하는 법과 미국인들의 심리를 읽는 법을 지도받았고, 1995년 버나드 글래스만 선사를 만나 젠 피스 메이커 오더에 동참하고 있다.
엔쿄 선사는 빌리지 젠도 운영 이외에도 씽쌩 교도소를 찾아가 재소자 교화를 진행하는데 주로 명상을 지도하고 설법을 하면서, 학교를 방문하여 출장 설법을 하기도 한다. 여성 성직자들은 부드럽고 포용력이 뛰어나며 지도방법도 섬세하고 열려 있는 경우가 많아 현대사회에서 점차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젠 피스메이커 오더에서도 남녀 수행자들의 역할이 평등한데, 글래스만 선사가 솔선해서 조화롭게 융화를 잘해 나가기 때문에 젠 피스메이커 오더를 미국 내 여러 불교종파 가운데 가장 진취적이며, 불교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지도하고 있다.
재단의 사업들에서 발견한 모범적인 사례들로는 재단의 방침과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인데, 이 시설에서 치료받는 사람들을 환자나 손님이라 부르지 않고 회원(member)이라 칭하여 소속감을 부여하고,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헬퍼(helper)라고 하지 않고 서포터(supporter)라고 부르는데, 무조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협조하고 보조한다는 의미로써 자기 자신이 잘 해서 성공한다는 자긍심과 만족감을 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라고 하겠다.
그레이스톤 재단에서 지금까지 해 온 저임금 도시민을 위한 주택개발은 집 없는 사람들의 주택난 해결 이외에도 폐허화 되어 가는 용커스 시를 재건하는 의미가 있는데, 이를 확대하여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입으로 서점과 카페 등 문화공간을 확충하고 수익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를 잘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그레이스톤 재단은 용커스의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지역사회 안정과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뉴욕 빈민촌의 대명사였던 용커스 타운 전체가 그레이스톤 재단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사회 안에서 소외계층의 복리증진을 위해 독보적인 일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톤 재단이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복지라는 비영리재단의 정신을 잃지 않았던 균형 감각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비영리 불교사회복지사업을 기획하는 이들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서양에서는 참여불교의 역할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데, 불교가 자신만의 안녕이나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아픔도 같이 공유하면서, 개인의 고통이 그 개인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정치, 경제적인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많은 불자들이 인권운동, 평화운동, 환경보호운동, 노숙자나 수감자 돕기, 동물 권리 찾기 운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글래스만 선사는 사회가 돌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그 상황 자체를 화두로, 이론과 실천이 조화를 이루는 불교수행과 복지활동의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지향하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미국적인 불교의 모습으로 다가가면서, 이 세상이 모두 인드라망(Indra’s Net)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실천행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젠 피스메이커 오더의 정신이야말로 모든 종파를 초월하여 지금 여기에서 펼쳐 보이는 최상의 불교수행이고 복지활동이라 할 것이다.
권경임 서울시립노인요양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문위원,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 상임 및 자문위원, 종교사회복지포럼 회장. 동국대 및 가톨릭 사회복지대학원 강사. 논저서로 《현대불교사회복지론》《시민사회와 종교사회복지》(공저)《불교사회복지실천론》<불교사회복지 사상과 실천체계에 관한 연구>(박사논문) <불교종단의 복지사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강화 방안>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