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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2박3일간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엄마가 오래 전부터 몸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기에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겸사겸사... 울산이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철들 무렵부터 죽 저를 키워준 곳이기에 내려가는 길이 정겹기만 합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경주를 지나서 울산 이정표가 보이면 그때부턴 차창을 활짝 열고 울산의 바람을 만끽하곤 했는데, 이번엔 고향의 자연을 조금 더 일찍 맛보기 위해 경주로 들어섰습니다. 불국사를 지나 보문단지를 돌아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울산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을 낳고 기르던 방어진에 들러서 살던 곳도 보여주고,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커다란 LNG선도 가르쳐주고, 다시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리다 울산석유화학단지를 지나면 그곳에 엄마가 계십니다. 아프지 않으셨을 땐 웃음진 얼굴로 “우리 딸 왔나?...”하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시던 엄마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병원부터 들러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아이들한테도 읽은 책 이야기를 할머니께 들려드리라고 했더니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할머니, 근데 말이야...”하면서 엄마가 학교 다닐 때 어땠는지도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조금 긴장되기도 했답니다. 누워는 계셔도 다행히 재치는 잃지 않으셔서인지 아주 지혜롭게 대답을 하셔서 한시름 놓았지만 말예요. 휴일이면 늘 아빠에게만 아이들을 맡기곤 하다가 이번엔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한 휴가(?)여서 큰 맘 먹고 이곳 저곳을 다녔습니다. 소시적 추억이 담긴 해운대 달맞이길을 올라 그곳 언덕 근사한 카페에서 맛난 스파게티도 먹고, APEC 정상회담이 열렸다던 동백섬 누리마루에도 가보고,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모래성도 쌓고...또 집 근처 진하 해수욕장에선 윈드써핑 바다 축제를 한다고 설운도, 슈퍼 주니어 등등 유명한 가수들이 온다기에 그곳도 많은 인파를 뚫고 아이들과 함께 갔습니다. 밤바다에서 폭죽도 터뜨리고... 제겐 동생들과, 조카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은 또래 사촌들과 자연 속에서 즐겁게 보낸 시간었습니다. 올라오는 길엔 둘째 딸 수아가 집에 가고 싶지 않고 울산에서 살고 싶으니까 아빠한테 이곳으로 이사오라고....입이 퉁퉁 부어서 울먹이는 통에 저까지 눈물이 고였답니다. 저 어릴 땐 학교 갔다와서 책가방을 던져놓기가 무섭게 밖으로 나가 해질녘까지 놀곤 했는데 요즘 우리 딸들은 얼굴이 까매질 새가 없도록 건물 안에만 있으니 불쌍하기도 합니다. 얼마 후면 독서학교에서 단양 방곡으로 도자기 체험학습을 갑니다. 말이 도자기 체험학습이지...그곳은 제가 어릴 때 살던 곳이기도 한데(도대체 산 곳이 몇 군데야? 안 산 데 빼곤 다 살았습니다.) 밤 하늘에 총총한 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재작년엔 도자기 축제 때 가서 맨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서 구워먹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기말고사가 가까웠지요?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그때 가서 벼락치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노는 맛을 아이들도 알게 해 주세요. 늘 학교로 학원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바쁘기만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하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