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연휴 마지막 날 가족 넷이 함께 맛 있는 걸 먹기위해 외출하기로 하였다.
와이프하고는 외출하면 항상 붙어 다니다시피 하지만 직장생활하는 딸과 아들을 모두 데리고 함께 외식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부천 소재 강원토종삼계탕집까지 강남에서부터 먼 길을 가야 했다.
항상 내가 운전하는 편인데 와이프가 아들에게 운전을 시키라고 헀다.
운전하는 아들 옆에 타고가니 편하긴 하였지만 왠지 아들에게 밀려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삼계탕 집에 도착하니 인삼주를 두개의 작은 병에 담아 안주와 함께 내어왔다.
술이 약한 나는 한 병을 겨우 마시는데 우리 딸은 손 쉽게 한 병을 혼자서 다 마시는 것이었다. 아들은 운전해야 하므로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왠 숙녀가 술을 그리 잘 마시냐고 하였더니 딸 대답이 자기가 벌써 사회생활이 10년째인데 술을 그 정도 마시는 것은 당연하다 하였다. 하기야 자신의 분야에서 정진한 결과 인정받는 애널리스트가 되었으니 그 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리라.(딸은 한 때 SBS생활경제 증권코너에 컨설턴트로 고정 출연했었다.
지난 달에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한화증권 고액투자자 200명을 모아 놓고 투자 설명회를 열었는데 투자 설명을 한 3명의 전문가중 딸아이가 그 중 한명이었다)
최근에는 사윗감까지 생겼다. 서울의대를 나와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하고 있다.
딸 아이의 결혼문제가 지금까지 내가 풀지 못했던 숙제였는데 서로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되고 있으니 가슴이 터지도록 기쁘다.인생이 갑자기 장미 빛으로 바뀌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아들이 상당기간 사귄 서울 법대 출신 여자 친구가 작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였다.
여자 친구가 결혼하자고 하는 데 우리 쪽에서 누나가 아직 결혼을 못 했으니 누나 결혼 한 다음에 하자고 미루고 있다.
와이프는 벌써 며느리가 판사가 되면 재판할 때 가서 구경하겠다고 김칫국부터 마신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집에 먹을 게 없어 18세에 집에서 쫒겨난 가출 소년출신인 내가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되었고 자식들도 모두 제 몫을 해 주니 정말 감격스럽다. 그런데 요즈음 가슴아픈 순간들을 경험한다. 와이프와 나는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는데 대우인터내셔널 다니는 아들과 한화증권에 다니는 딸은 새벽같이 출근을 한다. 그리고 밤 늦게 퇴근한다. 나는 9시나 10시쯤 사무실 출근해서 중국공장과 전화 몇 통화하고 외국 바이어들과 이메일 몇개 주고 받으면 업무가 끝나 오후 6시쯤 퇴근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정말 고생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술 기운이 올라 오니 갑자기 시 한 수를 읊게 된다.
시라고 해봐야 대부분이 즉흥적으로 짧은 시간내에 내 흥에 못 이겨 읊조리는 거지만 글로 옮겨 놓으면 내 스스로 만족스럽게 생각될 때가 있다.
실로 한 많은 이 세상을 송강이나 이백같은 위대한 시인들을 어설프게 흉내내면서 살다 가려나 보다.
너의 잠자리 빈 것을 보니
너는 이미 새벽같이 일터로 나갔구나.
수십년전 곤히 잠든 너를 두고
새벽 별 빛 아래 출근했었는데
이제는 네가 곤히 잠든 나를두고
새벽 별 빛 아래 출근하는구나.
강보에 싸여 귀엽던 네가
이제는 넓은 어깨 가진 대장부되어
이제부턴 나를 부양하겠다고 하니
세월의 흐름이 무상하여라.
세월이 이처럼 흘러서
나의 사랑스런 아이였던 네가
이제는 마치 내가 네 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구나.
아들아,그러나 나이테로
둘러싸인 내 가슴 속에는
여태 꺼지지 않는,아니 꺼질 수 없는
열정이 용광로 불길처럼 타고 있단다.
I fathom you vacant bed
To find you're already gone
For your work before dawn.
Decades ago I went out for work
Under the starlights of dawn
While you were sound asleep.
Now you go out for your work
Under the starlights of dawn
While I am sound asleep.
My cute baby in the swaddling clothes
Has grown to a broad-shouldered man
Who vows to support me from now on.
O,what a change time has brought on!
After all these years have passed
When I loved you as my lovely kid,
You now think as if I am your kid.
My son,
Please be aware that
In my heart of multiple annual rings
My passion is still ablaze,
Like the furnace flames,
That can't be extinguished.
첫댓글 글이 와 닿네..
항상 순리(順理)를 생각하네..
우리의 역할은 위로 부모님 잘 모시고..
아래로 자식들 잘 키워서 속된 말로 ‘밥벌이’잘 할 수 있게 하고서 가는 것인데..
우리 부모들이 그리 했듯이..
세월은 조금씩 변형을 강요하지만..
그 세상원칙은 변함이 없는 듯 하네...
나도 반주(飯酒)한잔 했더니 어쩌니 고독감이 드네.
워쩔것이여 이사람아!
그것보담 더 좋을게 워디 있당가?
축하허네.암!정말로 축하하네.
좋은일 많이하고 기도 많이 허소.
자식들은 부모의 기도를 먹고 살아가는거라네.
무엇으로 바꿀것인가?내새끼들 잘 살아가는것을...
흔들림없이 원칙대로 살아가는 자네의 정신으로
그렇게 행복을 느끼게 하나보네.
정말 정말 축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