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후배를 만났다.
며칠 내렸던 비가 그치고 따갑게 내려쬐는 빛을 피해 시원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후배가 휴대전화를 열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즐겨 부른다는 동요(내가 바라는 세상) 가사를 보여 준다.
자연스레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주제 삼아 수다를 떨었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자기 머리속에서 이런 문장이 맴돌았다.
집을 세우기 보다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손가락으로 명령하기 보다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들판을 뛰고, 자전거를 타겠다. 그리고 덜 단호하고 더 많이 믿어주겠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시다.
기억을 더듬어 큰 아이, 작은 아이가 어렸을 때를 기억해 본다.
나는 어떤 부모였는지, 그리고 지금은..
물론 여전히 부족함이 넘쳐나는 부모이다.
그러면서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내가 만일 다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난다면...
후배는 엄두도 내지 말라고, 상상이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한다.
학교 현장이 얼마나 힘들고 달라졌는지 모르는 소리란다.
사실 학교를 떠난 후로 만나는 현장의 선, 후배 교사들로부터 참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라 금새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이제는 학교를 떠나 있기에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볼 수 있기에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교사의 모습, 그토록 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만일 내가 다시 교사로 아이들을 만난다면..
아이들을 감시하려 귀를 세워 엿듣기 보다 아이의 수줍은 속삭임에도 귀를 기울이겠다.
복장, 두발 검사로 날카롭게 치켜 뜬 눈 보다는 아주 작은 몸짓도 알아차릴 수 있는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겠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조급하게 다그치기 보다는 눈치보지 않고 저 마다의 속도를 즐길 수 있게 기다리겠다.
소란스러움을 이기지 못해 '조용'이라는 말을 남발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유치한 농담에 끼어들어 함께 수다스럽게 떠들겠다.
잔뜩 찌푸린 이마의 주름살 보다는 환한 미소로 웃음 짓는 눈가의 주름을 늘리겠다.
성적 점수로 한 줄 세우기 보다는 제 각각의 개성과 소질대로 어깨동무하고 둥그렇게 둘러 않겠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넘기느라 분주한 손 보다 누군가를 돕는 작고 예쁜 손길을 칭찬하겠다.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삶을 개척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하겠다.
무엇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겠다.
이런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만일 다시 그때의 교사로 돌아가 아이들을 만난다면,
난 아이들을 더욱 사랑하는 교사가 되려 노력하리라.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할 것이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으로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첫댓글 애들 방학으로 지쳐서 단호하게 날카롭게 지냈는데 ...눈시울을 붉히네요.. 좋은 엄마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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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8.04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