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시기, 보약은 액셀러레이터 역할
“귀한 손자 돌이라며 할아버지가 용을 구해오셨어요. 돌 되면 다들 한 제씩 먹인다고 하시기에 약을 지어 아이에게 먹였어요.” “이 아파트에 사는 돌쟁이 아기는 대부분은 보약을 먹은 것 같아요. 우리 애는 안 먹였는데 감기로 훌쩍거리는 걸 보니 후회가 돼요. 지금이라도 먹일까봐요.” 돌쟁이 아이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다. 이처럼 ‘첫돌’이 되면 으레 보약을 먹이는 집이 많은데, 이는 돌이라는 시기가 아이에게 일대 전환기가 되기 때문이다. 수유와 이유기가 끝나고 걸음마를 시작하며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돌 무렵은 어느 때보다 체력 소모가 커진다. 또한 ‘1차 성장의 급진기’라 할 수 있는 0~2세는 아이가 살아가는 평생 중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시기이기도 하다. 평균 만 1세까지 20cm, 만 2세까지 15cm 이상 자랄 정도로 성장이 빠른데, 만약 이 시기에 아이가 잔병치레를 하거나 지나치게 허약할 경우 정상적인 성장곡선에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첫돌 무렵 건강을 다지는 의미로 보약을 챙겨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소아한방 전문의들은 굳이 보약을 먹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돌 보약은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 잘 굴러가는 차도 액셀을 밟으면 더 속도를 내듯이 한창 성장기인 돌쟁이 아이에게 보약을 먹이면 성장 발달에 한층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함소아 한의원의 김기훈 원장에 따르면 잘 먹고, 잘 놀고, 잘 재우며 기본만 충실하게 지켜도 아이가 잔병치레 없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입이 짧아 편식을 하고,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며,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허약아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신체의 부족한 기운을 보할 수 있도록 체질에 맞는 돌 보약을 지어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아이에게 추천 √ 활동량이 적고 쉽게 지치는 아이 √ 자주 어지러워하는 아이 √ 잘 넘어지고, 팔다리를 자주 삐는 아이 √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 √ 잘 놀라고 예민한 아이 √ 잠을 잘 안 자는 아이 √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금세 깨는 아이 √ 예민하고 살이 잘 붙지 않는 아이 √ 편식이 심한 아이 √ 돌 무렵까지도 잘 토하는 아이 √ 배가 자주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아이 √ 몸무게가 잘 늘지 않는 아이 √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잘 나는 아이 √ 설사나 변비가 잦은 아이 √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 찬바람을 쏘이고, 찬 음식만 먹어도 기침하는 아이
1 돌 보약 얼마나 먹이나? ‘한 돌에는 한 첩, 두 돌에는 두 첩, 세 돌에는 세 첩’이라는 말이 엄마들 사이에서 통하는 ‘한약 복용의 공식’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 소아한방 전문의들은 한 첩 정도로는 큰 약효를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한 첩은 아이 기준으로 4회(성인의 경우 2회) 먹을 수 있는 이틀 분량에 해당된다. 고작 이틀간 한약을 먹었다고 아이의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는 건 어불성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약을 먹어야 효과가 있을까. 아이들의 경우 최소한 보름은 먹여야 하는데 이는 반 제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흔히 TV 사극을 보면 하얀 약봉지 뭉치를 새끼줄로 엮어놓은 장면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약봉지 하나가 한 첩이고, 스무 첩이 모이면 한 제가 된다. 한 제는 성인 기준으로 보름 동안 먹는 양이지만, 통상적으로 아이들은 성인의 절반 분량을 복용하므로 반 제만 있으면 보름간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름치 한약을 짓는 데 드는 금액은 한의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만~20만원 선이다. 한약은 쓴맛 때문에 아이가 먹기 힘들어하므로 대부분의 소아 전문 한의원에서는 투명한 증류 한약이나, 달콤한 향을 입힌 향기 탕약을 처방한다. 2 돌 보약의 주된 성분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한약은 귀룡탕인데 이는 돌 무렵에 먹는 대표적 보약이다. 보혈 작용을 하는 당귀와 성장을 촉진하는 녹용을 넣어 생리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귀룡탕은 일반적인 아이용 보약이지만 모든 아이에게 다 맞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한약을 지어줄 계획이라면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체질에 맞는 약을 처방해야 한다. 무작정 사온 약재로 임의대로 약을 지어선 안 된다. 3 믿을 수 있는 한약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 대부분은 식약청 검사 기준을 통과한 규격품 약재로 만들어진다. 특히 최근엔 보건복지부에서 고시된 한약 520종에 대해 규격품 사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한약에는 ‘규격품’이라는 표시와 제조업자의 상호, 주소, 전화번호, 가격, 중량, 포장일자, 성상, 효과 등이 쓰여 있다. 아이가 먹는 한약인 만큼 반드시 이러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출처를 알 수 없는 한약은 위험하다. 아는 사람이 해외여행 길에 사온 소재지를 알 수 없는 한약재는 일반 소비자로선 도저히 안전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아이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이는 한약인 만큼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약재를 골라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