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은 쉬운 수학능력시험 정책에 이어 최근 또다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수능 점수의 변별력을 약화시키는 수능 등급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쉬운 수능이 가져왔던 폐단과 마찬가지로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한 채 오히려 수험생의 학습의욕 상실과 실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시험의 본질은 실력의 변별과 검증에 있다. 시험을 열심히 준비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면 누가 학습에 매진하려 하겠는가. 사교육비 문제는 우선적으로 공교육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교육의 내실을 기한 뒤 수능 제도의 개정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 교육당국은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수능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임홍석 경기 평택시 신장동>
▼사교육비 부담 여전…근본처방 아쉬워 ▼
입시학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11년째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지켜봤다. 새롭게 발표된 수능 등급제는 1, 2점 차에 당락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수능과 내신의 동점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수능은 전형 기능이 약해지고 대학은 또다시 동점자의 당락을 구분할 새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어 논술고사나 본고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제3의 사교육을 부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 교육에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평준화가 불가능한 교육 분야를 평준화시켜 억누르고 있으니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셈이다. 경쟁 없는 교육은 있을 수 없다. 이런 근본 문제를 무시하고 단편적으로 수능 등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정부는 즉시 고교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근본적인 대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석훈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하향평준화로 학생-국가 경쟁력 발목 ▼
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등 정부가 최근 사교육비 경감 방안이라고 발표한 정책은 국민의 성토에 못 이겨 고식지계(姑息之計)로 내놓은 느낌인 데다 그 근거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서열방식이 아닌 성취도 평가와 등급의 세분화가 사교육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까. 대학 졸업반인 필자는 ‘과연 내가 겪은 교육 과정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교육 과정 변화의 의미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사교육의 열풍이 문제라고 하지만 서열도 없는 성취도 평가와 모호한 등급제로의 전환은 대학입시 제도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향 평준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고 국가의 장래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고려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공교육 발전에 힘써야 한다. <이수정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학들 '전형방식 다양화' 계기 삼아야 ▼
중학 2학년과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다. 대학들은 여전히 수학능력시험 점수로만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일렬로 세워 ‘1등부터 100등까지는 서울대, 101등부터 300등까지는 연세대 고려대’에 들어가는 식이다. 현재처럼 수능 점수제가 존속한다면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방법의 개발은 도외시한 채 전자계산기를 두드리고 앉아 합격을 가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저 돈 많고 과외 잘 받는 학생들만 좋아지는 부작용이 계속되고 사교육의 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이런 폐단을 줄일 수 있는 게 수능등급제라고 본다. 이번 등급제를 잘 활용해 대학들이 좀더 다양하고 획기적인 평가방법을 만들어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을 선발했으면 한다. <정점순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