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소갈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싯적 비교적 유복했기 때문에 소갈비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 지금도 남아있는 을지로의 유명 소갈비 집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른 못지않게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서울이 고향인 모친이 돼지고기는 고기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은 영향도 크다.
한창 아이들이 클 때는 수입산 양념갈비를 한 달이면 두 번 이상 외식으로 사 먹었다. 아이들에게 외식을 시켜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심 필자가 소갈비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소갈비는 우리 가족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주로 수원에서 먹었던 소갈비도 광우병 이후 잊힌 메뉴가 됐다.
그렇지만 대구 <국일생갈비>, 군산 <뽀빠이갈비>, 안동 <안동한우갈비>는 소갈비 외식 빈도를 줄였음에도 가끔 가는 식당들이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소갈비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소갈비, 그것도 한우갈비는 최소 1인분에 4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갈비 외식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더욱이 유명 한우식당에서는 1인분에 8~9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하는 말 그대로 ‘부자 메뉴’였다.
요즘도 가끔 수원 등에서 소갈비를 먹지만 결국은 외국산 갈비다. 얼마 전 어느 외식기업에서 한우갈비 전문점을 오픈했다고 해서 방문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1인분 200g에 2만 5000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 했다. 잠시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의혹을 품었지만 이 외식기업 대표가 상품 구현력이 워낙 뛰어나므로 기본 이상의 맛을 예상했다.
필자의 지인, 대학교 후배와 함께 찾아갔다. 평일이지만 한우갈비를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모두 흔쾌히 동행해줬다. 식당 이름은 <황금식당>으로 송도신도시 중심가에 입지한 여덟 테이블의 작은 갈빗집이다.
점심인데도 손님이 제법 있었다. 아마도 이 식당의 점심 메뉴인 된장과 한우 갈비뼈로 끓인 한우시락국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 잠시 후, 들여온 짝갈비를 약간의 숙성을 거쳐 직접 작업하는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식당이지만 점포에서 직접 갈비작업(사바키 발골)을 해서 부담 없이 먹는 시스템이다.
갈비를 3인분 주문했더니 친절한 직원이 갈비정식으로 주문하라고 한다. 갈비정식은 똑같은 중량에 한우시락국과 공깃밥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갈비정식은 손님 입장에서 기분 좋은 메뉴다.
반찬이 나왔다. 단출하지만 딱 먹을 만한 찬으로 구성했다. 서민형 갈빗집이지만 규모가 있는 외식기업에서 오픈한 점포라서 그런지 기획적인 요소도 보이고 플레이팅도 깔끔하다. 소금도 울금 소금을 사용한다.
직접 작업하는 ‘경상도식 짝갈비’로 가격 낮춰
백김치가 눈에 들어와 한 젓가락 먹었더니 염도가 적당하고 숙성이 잘되었다. 산뜻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식당에서 김치가 기본을 하면 왠지 다른 음식도 기대가 된다. 직원이 비장탄을 넣은 작은 화로를 테이블에 놓았다. 이런 화로는 경상도에서 많이 보았던 타입이다. 소박하게 직화구이를 먹기에 편한 화로다.
3인분의 갈비를 테이블에 놓고 갈비뼈는 직원이 되가지고 간다. 갈비뼈로 매운찜도 조리해준다고 한다. 짝갈비에서 분할해낸 꽃살 늑간살 업진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찌 보면 갈비뼈를 찜으로 내주기 때문에 경상도에서 많이 먹었던 갈빗살 같은 음식이다.
생갈비를 적당히 구워서 입안에 넣었다. 등심도 맛있지만 역시 고기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은 갈비에서 최고의 풍미를 느낀다. 필자가 가끔 가는 분당의 실비형 한우집에서도 우리 직원들은 등심이 더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기를 좀 먹을 줄 아는 필자의 미각으로는 갈비 씹히는 식감이 등심보다 매력적이다.
소금과 육장이 있지만 생갈비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사실 전에는 생갈비보다 양념갈비가 대세였지만 어느 시기부터 양념보다는 고기 본연의 맛인 생갈비를 선호하는 흐름이 절대적이다. 그렇지만 오리지널 갈비파인 필자는 아직도 양념갈비에 대한 추억이 강렬하다. 그날은 필자와 동행한 일행을 위해서 생갈비로 양보했던 것이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젊은 미시족 주부도 점심에 갈비정식을 먹고 있었다. 조금 더 마음먹으면 구매할 수 있는 가격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 많이 먹는 돼지갈비도 좋지만 갈비의 정석이 소갈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우 갈비라서 올레인산이 풍부해 역시 고소한 맛이 압권이다. 이 식당에서는 1등급 이상의 한우를 사용한다고 강조했지만 소갈비는 1++ 등급보다는 1+나 1등급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갈비의 경우 1++는 느끼해서 많이 못 먹는다. 우리가 먹은 갈비는 1+정도 등급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한참 갈비를 먹을 때 주방에서 육부 직원이 갈비 작업을 했다. 즉석에서 갈비작업을 하는 모습은 분명히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있다. 갈비를 먹고 있는데 한우시락국을 제공했다. 갈비뼈와 한우 양지머리를 넣고 끓인 국물에 구수한 된장과 시래기를 넣은 국밥이다. 이 국밥도 정식의 구성요소로 제공한다. 한 마디로 가성비 으뜸의 갈비정식이다.
순한 맛의 시락국밥을 동행인들이 아주 잘 먹었다. 필자는 약간 매콤한 것을 선호하지만 동행인들은 순한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이 시락국은 한 끼의 식사로도 괜찮은 메뉴다. 여기에다 육사시미를 1인당 한 점씩 제공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이 정도의 서비스가 고객을 끌어당기는 요인일 것이다. 이 갈빗집을 나서면서 드는 생각은 이거였다. 우리 사무실, 우리 동네에 이런 갈빗집이 있었으면... 지출 내역(3인 기준) 한우갈비정식 2만5000원 X 3 = 7만5000원 <황금식당>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26, 032-833-5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