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긴장 좀 해야겠다. 사람보다 연기잘하는 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영화 <챔프>의 경주마 '우박이'가 그 주인공. 이 영화에서 '승호(차태현)'의 경주마로 나오는 우박이는 그동안 나왔던 어떤 영화의 동물보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우박이가 바다에 빠져 혼자 헤엄쳐 빠져나오다 승호를 구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는 우박이의 표정은 말임에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간 개봉된 한국영화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했음에도 어쩔 수없이 동물연기가 어려워 관객이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챔프>는 우박이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이런 약점을 털어버렸다.
덕분에 <챔프>는 지금껏 개봉한 동물 영화중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성인 연기자도 울고 갈 연기를 보여주는 아역배우 김수정도 합세한다. 극중 승호의 딸 '예승'을 연기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한때 잘나가던 기수 승호(차태현)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신경을 다친 채 어린 딸 예승(김수정)과 힘들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같은 사고로 새끼를 잃고 다리를 다친 경주마 '우박이'를 만나고, 승호는 우박이를 데리고 '위너스컵'에 도전한다.
절름발이 경주마.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챔프>는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천장골관 인대염' 진단을 받은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는 경마사상 최저가에 낙찰됐지만 마주와 조교사의 보살핌으로 2004년 데뷔해 13회나 우승하고 몸값의 74배를 벌여들인 화제의 주인공이다.
특히 2009년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최하위에서 달리다가 0.1초 차이의 우승을 거둔 장면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이환경 감독은 친절하게도 상영이 끝난 후 루나의 마지막 경기를 자료화면으로 넣어놨다.
영화는 절름발이 경주마와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를 내세워 관객의 눈물 샘을 자극한다. 낙오자로만 여겨지는 두 캐릭터가 이뤄내는 인생역전의 하모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준다.
'인생은 추입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스토리와 맞물려 격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추입은 전반에는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부에 속력을 내는 경마의 한 주법이다.
하지만 자의식이 강한 관객은 주제가 훈계성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영화는 전반부부터 '추입'을 강조한다. 아무런 설명없이 나오는 초반부 추입이란 단어는 관객의 흥미를 당기지만 이미 충분한 설명이 끝난 뒤에도 계속 추입을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서 '인생은 추입이다'라는 글이 스크린에 올라올 때 주제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 손발이 오그라든다. 또 승호와 우박이를 너무 강조해 걸출한 조연들의 비중이 줄어든 부분도 아쉽다.
<챔프>는 오는 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