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잇기
안여종(대전둘레산길잇기 사무국장)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대전은 지형이 산으로 둘려 쌓인 분지이고 3대 하천인 갑천, 유등천, 대전천이 남에서 북으로 흐르며 한밭 벌을 적시고 있어 예로부터 농사짓고 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책 택리지(擇里志) 복거총론 산수편에서 지금의 대전을 “갑천은 들판이 아주 넓고 사방 산이 맑고 화려하다. 세 가닥 큰 냇물이 들 복판에서 합류하여 관개할 수가 있다. 땅은 모두 1묘에 소출이 1종이나 되며, 목화 가꾸기에도 알맞다. 또한 강경이 멀지 않고, 앞에 큰 시장이 있어 해협의 이로운 점이 있으니 영원히 대를 이어 살 만한 곳이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그리고 팔도총론 충청도편의 기록을 보면 “갑천 동쪽은 회덕현이고, 서쪽은 유성촌과 진잠현이다. 동서 양쪽의 산이 남쪽으로 들판을 감싸 안으며 북쪽에 와서는 서로 교차되어 사방을 고리처럼 둘러 막았다. 들 가운데는 평평한 둔덕이 구불구불하게 뻗었고, 산기슭이 깨끗하고 빼어나다. 구봉산과 보문산은 남쪽에 불끈 솟아 맑고 밝은 기상이 한양 동교보다 나은 듯하다. 전지(田地)가 아주 좋고 넓으나, 바다가 조금 멀어 서쪽으로 강경의 교역에 힘입은데 강경까지는 불과 100리이다.”라는 250여 년 전의 기록에서 대전의 상세한 지형과 가히 대를 이어 살만한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대전은 현재 150만 인구가 이중환 선생이 말한 것처럼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이해하고 지역의 산하를 아끼며 둘러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이 김선건(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교수님의 제안으로 2003년 9월 처음으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대전둘레산깃길잇기의 취지에 공감하는 각계의 사람들이 합류하여 2004년 3월 11일 대전둘레산깃잇기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추진위원회 모임이 거듭될수록 지역의 산천를 이해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가움에 8명의 추진위원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전의 산을 동서남북으로 어떻게 이을 것인가라는 단순한 코스 선택이 아닌 대전둘레산길잇기를 통해 대전의 역사, 문화,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기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의 활동이 대전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대전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를 “대전둘레산길잇기”란 이름으로 대전시에 정책 제안을 하였고, 이를 대전시가 받아들여 2005년부터 3년 동안 세부적인 코스를 결정하고 정책의 취지를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하여 팜플렛 제작, 안내 책자 발간, 등산로 곳곳에 안내판과 방향표시판 설치, 필요한 구간의 등산로 정비 및 기타 편의 시설 설치 등의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2005년 하반기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 추진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정책은 시민들이 주인이 되어야하고 또한 합리적인 코스 선택과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2004년 9월부터 전체 구간을 12개 구간으로 나누어 대전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월 셋째주 일요일 “안내산행”을 실시하고 있다. 2005년 2월까지 6구간 산행을 마친 상태이며 현재까지의 참가인원은 약 250여명으로 5살 꼬마부터 70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적극 동참하고 있다.
6구간까지의 산행을 간단히 소개하면 2004년 9월 19일에 보문산 시루봉을 출발하여 오도산을 거쳐 금동고개에서 1구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의 활동 취지에 공감하여 자리한 40여명의 참가자들의 얼굴엔 미소와 만족감이 넘쳐났었다.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산길이었는데 나무이야기, 산에 대한 전설과 마을이야기, 1구간 안에서 나눌 수 있는 대전의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설명이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산행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하였고, 산행 끝의 아쉬움은 버스를 기다리는 정거장 옆 작은 슈퍼집의 막걸리 한사발로 달래며 다음 2구간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였다.
2구간의 금동고개 - 먹치 - 만인산 - 태조대왕 태실 구간과 3구간 태실 - 정기봉 - 마달령 - 국사봉 - 닭재 구간은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으며 만인산에서 바라보는 서편의 끝없이 펼쳐진 산줄기의 장관은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마달령 부근에서 삼국시대의 산성을 발견하여 가칭 ‘마달산성’으로 관계기관에 보고 하는 성과도 올리게 되었다.
4구간은 동구 삼괴동의 닭재에서 식장산 정상을 거쳐 세천고개까지의 구간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성격과 마침 2005년이 닭의 해인 을유(乙酉)년을 맞이하는 의미에서 ‘닭재’를 시작으로 산행을 한 것이 그 의미를 더하였고,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에서 한눈에 펼쳐진 대전시 전경과 보문산과 만인산 식장산 줄기의 장쾌함이 산행에 참가한 회원들을 매료시켰다.
5구간은 진눈개비가 내리는 비룡동 줄골마을의 돌장승을 시작으로 질현성과 계족산성을 거쳐 계족산 봉황정에서 구간을 마무리하였는데 산 능선에 산재한 삼국시대의 수많은 산성을 지나면서 우리지역 대전의 역사를 되새기는 산교육의 장도 마련하였으며, 특히 을유년 새해에 대전둘레산길잇기에 참여한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시산제(始山祭)를 거행하기도 하였다.
6구간은 계족산 용화사를 시작으로 봉황정과 장동고개를 거쳐 계족산 줄기의 북쪽 끝 신흥사까지의 산길 구간과 옛 용정나루터를 시작으로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류점을 지나 불무교를 건너 오봉산 입구까지의 조금은 생소한 하천길 구간에서 진행되었다. 회원들이 직접 불상, 대전의 산줄기, 성혈, 산성, 삼국시대 무덤, 임도의 의미 등을 해설하면서 안내산행의 맛을 한층 높이었고, 특히 장동탄약창 부근에서 9개의 성혈이 뚜렷한 바위를 찾은 것과 대덕구 평촌동에서 용호동을 넘어가는 고개마루에서 삼국시대의 무덤을 찾은 것은 이번 구간에서 가장 큰 성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오봉산 - 금병산 - 거칠메기고개 - 안산동산성 - 우산봉 - 갑하산 - 삽재 - 도덕봉 - 금수봉 - 빈계산 - 방동저수지 - 구봉산 - 갑천 - 쟁기봉 - 유등천 - 사정공원 - 보문산 시루봉”의 7구간에서 12구간 코스가 남아있다. 12개 구간으로 월 1회 산행시 1년이 걸리는 대전둘레산길잇기는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산에서 도시락을 먹고 오후 3시30분이면 끝마치는 약 10-12km의 거리를 1구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거리와 속도를 고려하고 함께 어울려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전둘레산길잇기를 추진하면서 대전 시민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게 되었다. “취지가 좋기 때문에 많은 홍보를 했으면 한다. 우리 지역의 가까운 산이라 좋다. 멀리 가지 않아도 대전에 이렇게 좋은 산행코스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과 함께 동참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대전 사람으로서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다.”또한 우려의 목소리로는 “이러다 산이 많이 파괴된다.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 이용당하는 것이다. 그런 돈 있으면 다른 곳에 써라”식의 충고도 있었다.
대전둘레산길잇기의 활동은 대전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대전을 사랑하기위해 지역의 산천을 알아야하고 그래야 대전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가 보인다. 대전 시민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에 애정이 생겨야 지속가능한 대전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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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종(37세) : 한밭 토박이로서 한밭문화마당 사무국장과 대전충남녹색연합 운영위원, 대전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탐험대, 역사탐험대, 새벽답사, 보름달답사 등 다양한 대전알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첫댓글 내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되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