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 액체
모두에게 수혈 가능한 Rh-O형 사람 간 직접 수혈은 위험
인류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 액체 물·피·젖(모유)
사람 간 직접 수혈은 세균 감염·혈액 응고 위험 있어
지구·신체 70% 차지하는 물 … 지구 건강도 돌봐야
현대 의학에서는 수혈을 위한 채혈을 할 때 피주머니 안에 넣어둔 항응고제 덕분에 혈액의 응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혈을 과다하게 하면 피주머니에 있는 항응고제가 신체로 유입되면서 몸속의 혈액 응고를 지연시켜 내부 장기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은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장면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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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화끈합니다. 뜨겁게 ‘살아 있음’을 세상에 외치는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아포칼립스적인 영화이며 역설적으로 생존에 대한 영화입니다. 노장 조지 밀러는 이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로 자신의 존재를 여지없이 알렸습니다.
살아 꿈틀거리는 영화는 어떤 것일까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면 투박합니다. 거칠고 매끄럽지도 않지만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그와 반대로, 화려하지만 차가운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흥행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감동적하거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마치 조미료 듬뿍 친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같습니다. 깊은 맛은 없지요. 하지만 오래된 식당의 내공 있는 평양냉면은 맛이 묵직합니다. 감칠맛은 아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맛이 살아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살아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조미료란 CG, 즉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맛을 내기에는 좋으나 금방 질리고 감동적이지는 않습니다. 조지 밀러 감독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CG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배우의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을 느낄 수 있고, 진짜 액션의 스릴이 피부에 와닿는 영화는 누구에게나 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핵전쟁으로 지구는 멸망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땅은 황폐해지고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족을 잃고 떠도는 맥스(톰 하디)는 한 무리의 패거리들에게 납치됩니다. 그들은 임모탄(휴 키스-번)의 부하들로 임모탄은 얼마 남지 않은 기름과 물을 차지하고 남은 인류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임모탄의 휘하에는 워보이라는 군대 조직이 있는데 그들은 핵전쟁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하지만 물과 기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다수의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워보이라는 신인류는 암·빈혈 등 각종 질병을 가지고 있고 신선한 피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맥스는 그중 눅스(니컬러스 홀트)라는 전사의 ‘피주머니’가 되어 그에게 지속적으로 피를 공급하는 신세가 됩니다.
한편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임모탄을 배반합니다. 인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훔쳐서 도망칩니다. 엄청난 기름과 물, 그리고 임모탄이 소유한 다섯 명의 여자가 그것입니다. 그 여인들은 임모탄에게 소속돼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들은 퓨리오사와 함께, 성 노예 같은 생활에서 도피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에 오른 것입니다.
눅스의 차에 매달린 맥스와 필사의 도피를 하는 퓨리오사의 트럭, 그들이 사막에서 벌이는 숨가쁜 추격전이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미비아 사막에서 15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실사 촬영한 주인공들의 스턴트 액션은 2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을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하고 뚝심있게 끌고 갑니다. 디지털에 대한 아날로그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조지 밀러 감독은 외과 의사 출신입니다. 그의 해박한 의학적 지식이 배경이 된 장면들 가운데는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화 ‘매드 맥스’ 시리즈 1편의 유명한 장면 하나, 기억나십니까? 맥스가 악당의 발목을 부서진 차에 수갑으로 묶어놓고 쇠톱을 주고 가버리는 장면입니다. 물론 차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으로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도록 시한장치를 해놓았지요. 정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쇠톱으로 수갑을 자르든가 아니면 자기 발목을 잘라야 합니다. 시간이 덜 걸리는 것으로 결정해야만 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끔찍할 수도 있는 장면을 조지 밀러는 관객의 상상력에 맡기고 유연하게 처리합니다. 이번 영화에도 그의 의학 지식이 동원된 장면들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피주머니로 달고 다니는 장면이나 부상으로 기흉이 발생했을 때 흉곽에 구멍을 내 폐를 압박하는 공기를 빼내는 장면들이 그것입니다.
같은 의사로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 조지 밀러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과 의사인 그는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의 액체를 영화의 핵심으로 지목합니다. 물, 피, 그리고 젖(모유)입니다. 물론 기름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전쟁에 필요한 것이고 생존에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맥스를 피주머니로 달고 다니는 워보이는 이 영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말 부분에 ‘피주머니’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응급 상황에서 수혈이 필요한데 혈액은행이 없다면 O형의 사람에게서 직접 수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맥스의 등에 ‘누구에게나 수혈 가능한 Rh-O형’이라는 표시를 해둡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같은 혈액형을 수혈하는 것이 원칙이나 응급 상황에서는 맥스와 같은 Rh-O형의 혈액은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합니다. 단지 영화에서처럼 사람과 사람 간에 직접 수혈은 위험합니다. 먼저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고 혈액의 응고가 일어나면 피가 굳어서 혈관을 막는 경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피가 플라스틱 대롱(관)을 지나면서 응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수혈을 위한 채혈을 할 때 피주머니 안에 혈액의 응고를 막는 항응고제를 미리 넣어 놓습니다. 그래서 피주머니에 담긴 혈액은 응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요.
수혈을 너무 많이 하면 피주머니에 있는 항응고제가 과다하게 신체로 유입됩니다. 이 경우 몸속에서 혈액 응고가 지연돼 내부 장기에서 출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수혈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상황이라면 영화에서처럼 시도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문명이 멸망하고 아무런 의료 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겠는데, 맥스의 혈액형이 Rh-O형인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너무 개연성을 분석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요.
조지 밀러 감독은 아포칼립스에서도 인류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미래 인류의 중심은 여자로 상징됐고,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의 액체 즉 물, 피, 그리고 젖(모유)은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핵심 아이콘이었습니다.
지구의 70%도 물이고 신체의 70%도 물입니다. 지구와 우리 몸의 물 비율이 놀랍도록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국 물이 대부분인 인류의 미래는 지구의 미래와 그 운명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건강은 죽기 살기로 챙기면서, 우리와 운명을 같이할 지구의 건강은 제대로 돌보고 있는 것일까요?
척추전문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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