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고향' 18집 출간 및 김성순 등단 기념 행사
2024년 5월 18일 대구 지범로287 카페 앨리스에서
5월 18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 지범로287 '카페 앨리스'에서 작은 문화행사가 열렸다. '운수 좋은 날', '고향' 등을 남긴 민족문학가이자 1936년 일장기말소의거를 일으킨 독립유공자 현진건을 현창하기 위해 매달 간행되는 《빼앗긴 고향》 2024년 6월호 출간기념모임이었다.
《빼앗긴 고향》은 펴내는 주체는 '현진건 학교'로, 2023년 1월에 첫 호를 낸 이래 이번 달로 통권 18호를 기록했다. 《빼앗긴 고향》 18호는 '대구 앞산'을 특집으로, 현진건 장편소설 '적도'를 중국어 및 영어로 옮겨 분재하고 있는 김미경·김해경의 번역 원고 등을 싣고 있다.
현진건 장편 '적도'를 중문과 영문으로 번역 중
또 현진건을 주인공으로 한 최영 시인의 장편 서사시 '나는 현진건이다' 제5회 작품들, 김규원·이상일의 시, 박지극·정기상의 수필, 정만진의 연재소설 '우현서루' 등도 수록했다. 다음은 '나는 현진건이다' 중 현진건 단편 '고향'을 시로 형상화한 '고향 1'과 '고향 2' 전문이다.
결혼할 뻔한 여자를
우연히 만났다는 남자는
숱 많던 검은 머리가 빠지고 희끗희끗하게 만든
세월에 화가 나서
술을 들이켰다고 했다
아버지가 여자를 20원에 팔았고
10년을 일했는데
빛이 60원이 남았다는
이상한 셈법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조선에
화가 났다고 했다
세상에
대들어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어깨 너머로 배운 일본 말을 하니 화가 더
나더라고 했다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아서
술 10병을
발가벗겼다고 했다
조선의 힘보다 강한
술의 힘아
힘아…… <고향 1>
서울로 가는 기차가
산모롱이를 돈다
덜커덩 덜커덩
나는 술의 병마개를 따서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일본으로 구주 탄광으로
대판 철공장으로 다녔다는 남자에게 건넸다
생활이 조금 좋아지니
방탕생활을 하게 되더라면서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신다
술은 남자의
창자를 휘돌아 돌면서
폐농이 되기 전의 고향을 말하게 한다
소작하던 논과 밭이 동양 척식 회사로 넘어가기 전엔
꽃들의 천지였다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웃음도 있었다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은 섬세하다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한다 <고향 2>
행사 전반부는 현진건 선생에 대한 묵념, '현진건 선생께 바치는 헌사(김규원 작)' 공동 낭독, 18집에 대한 소개, 최영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서용덕 작곡가의 독창 및 노래 지도, 유튜브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김미경 회원에 대한 표창 순으로 진행됐다.
후반부는 이번 호에 기행수필 '소금강산'을 발표하면서 수필가의 길을 걷게 된 김성순 회원 등단 축하연으로 펼쳐졌다. 최영 시인이 기념 선물을 김성순 수필가에게 증정했고, 회원들의 덕담과 본인의 소감 발표가 있었다.
"현진건 선생께서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방법의 한 가지로 '단군 성적 순례'와 '고도 경주 순례'를 장편 기행문으로 써서 동아일보에 연재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현진건 선생을 본받아 우선 가까운 경주와 대구부터, 나아가 국토 순례 수필을 한번 써볼까 합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행사 마무리
행사의 마지막은 당일이 5월 18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마무리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를 부르고, 이어 기념 촬영을 하면서 '《빼앗긴 고향》 제18집 간행 및 김성순 '소금강산' 등단 기념' 행사는 막을 내렸다. 다음은 '소금강산'의 일부이다.
백률사는 절은 자그마하지만 텃밭도 잘 관리하셔서 어디 하나 눈살 찌푸릴 곳이 없었다. 산신각에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아 편하게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산신각 올라가는 중간쯤엔 장독대가 있었는데 어찌나 윤이 나던지 장식용이 아니라 실사용이다. 백률사가 지금도 살아 움직여 신도들에게 현재형임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언제 한번 된장찌개라도 만들어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이곳 백률사는 이차돈의 순교비가 출토되고 국보(28호) 금동약사여래입상이 발굴된 곳이다. 현재 규모로 백률사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