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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발현하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두 제자가 예수님의 죽음으로 슬픔과 허탈감에 빠져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고향 엠마오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스라엘을 로마 제국의 식민지에서 구원해 주실 분으로 기대한 예수님이 붙들려서 십자가에 죽으셨는데 사흘째인 그날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두 제자에게 나타나 동행하신다. 두 제자는 눈이 가려져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님은 두 제자에게 구약 성경 말씀을 풀어서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에 대하여 설명해 주셨다. 두 제자는 예수님이 풀이해주시는 성경말씀을 더 듣고 싶어서 저녁때가 되었으니 자기들 집에 묵으시라고 붙들었다. 예수님이 식탁에서 빵을 들어 감사 기도를 드리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자 제자들의 눈이 열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라지신다. 그들은 너무도 기뻐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24,32)하고 서로 말하였다. 두 제자는 밤이 되었지만 다시 예루살렘 다락방으로 달려가서 열한 제자와 동료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엠마오는 루카 복음(24,13-35)에 의하면 예루살렘에서 60 스타디온쯤 떨어진 시골 마을이라고 전한다. 60 스타디온은 약 11km 정도의 거리이다. 현재 엠마오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모두 네 곳이라고 한다. 복음서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거리와 시골에 부합되는 곳은 아부고쉬(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 방향으로 약 15km)와 엘쿠베베(예루살렘 북서쪽으로 대략 11km)가 있다. 가장 유력한 곳으로 보는 엘쿠베베의 엠마오 기념성전은 1901년에 두 제자 중 한 사람인 클레오파스의 집터로 여겨지는 곳에 프란치스코회에서 지음으로써 교회로부터 공인받은 성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부고쉬 엠마오로 갔다.
아부고쉬 엠마오 기념성당(부활성당)
아부고쉬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 방향으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마을에 1099년 십자군(로마 제10군단)이 주둔했는데, 그들은 여기서 발견된 ‘대상들의 숙소’ 때문에 이곳을 엠마오로 여겼다. 대상숙소는 여행자들이 쉬는 곳이었는데, 중세기의 순례자들은 이곳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두 제자와 함께 빵을 나눈 곳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실 엠마오라고 생각한 실질적인 이유는 이곳에 물이 많이 나기 때문이었다. 이 샘을 중심으로 세워진 마을이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가시다가 방문했다는 엠마오라고 추정을 하고 1140년에 로마제국 시대의 물 저장고 위에 기념성당을 지어 부활성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아부고쉬는 로마제국시대 때 예루살렘에서 지중해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있다.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가려면 예수님 당시 이 길 밖에 없었기 때문에 예수님이 엠마오로 내려가시다가 들리시어 물도 마셨을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꼭 엠마오라는 장소를 떠나서 예수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늘날 이곳에는 베네딕토 수도원이 있다.
수사님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꾸었는지 정원이 아름다웠다.
성당 내부는 십자군 시대 때의 가장 전형적인 아치형의 웅장한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다. 이 성당은 성 안나 성당과 같이 마이크 시설이 없던 고대에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서 공명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노래를 부르면 울림이 아름다워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성당이다. 성당을 바라보기만 해도 노래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질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성당 내부 벽의 프레스코화들은 이슬람에 의해 파괴되어 성한 곳이 없었다. 너무나 흐릿하고 뭉개져서 형상을 온전히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고 낡고 낡았다. 그러나 성당은 늙어가는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볼 수 있도록 그림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감사했다.
지하경당에는 2천 년 전 로마제국시대 때부터 있었던 샘의 일부가 남아있다. 이곳이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가시다가 방문했던 엠마오라고 여겨지는 곳이다. 2천 년 전의 시간 속으로 내려온 느낌이다.
로마 시대 때의 샘의 일부 (사진 김영근 요셉)
지하경당 창문 벽의 두께가 1m 50cm 정도로 두껍다. 육중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성당은 견고한 성채와 같다. 십자군 시대 때 이슬람의 공격에 대비해서 지어졌기 때문에 미사도 드리지만 적으로부터 보호를 하기 위한 요새의 역할을 했다.
(사진 정기환 마티아)
십자군 시대 때의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 곳곳에 신자들의 신앙의 표시도 볼 수 있었다. 신앙의 역사는 그 당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을 이어가기 위해서 신앙 선배들의 노력들이 지금 이 시대까지 전해져 와서 지금 우리가 하느님을 예수 그리스도로 고백할 수 있는 것이다. 인종과 민족과 나라를 초월해서 예수님을 믿는 품위와 전통이 오늘날까지 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신앙생활도 가볍지만은 않아야 될 것이다.
과연 엠마오는 어디였을까. 어쩌면 우리가 방문한 이 수도원 성당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가보지 못한 엘쿠베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주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가슴이 뜨거워져서 나와 함께 동행해주시는 주님을 느끼는 그 순간이 바로 엠마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 삶의 많은 순간이 엠마오이기를 바라며 성지순례 막바지인 야포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야포 항구를 향해 가는데 비가 멈추었다. 저녁에 비행기를 타기 전 몸을 말리고 가라고 감사하게도 하느님께서 햇빛을 내려주셨다.
텔아비브-야포...오른쪽 멀리 텔아비브가 보임
이스라엘 지중해 연안의 ‘야포’라 불리는 옛 항구는 4000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항구도시로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약 65km)이고, 텔아비브 바로 남쪽이다. 오늘날 야포는 이스라엘 건국 후 1950년에 ‘텔 아비브’(Tel Aviv)와 합병되어 ‘텔 아비브-야포’(Tel Aviv-Yafo)라고 부른다.
구약시대에는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기 위해 레바논의 향백나무를 야포항으로 들여왔다(2역대 2,15). 바빌론 유배 후에 제2성전을 지을 때도 레바논의 향백나무를 야포 항으로 가져오게 했다(에즈3,7). 또 야포하면 요나 예언자가 떠오른다. 요나는 이방 성읍 니네베로 가서 회개를 선포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피해 당시 세상 끝으로 여겨진 타르시스로 도망가려고 야포항에서 배를 탔다(요나1,3)가 고래 뱃속에 들어가 혼이 났었다.
신약시대에는 베드로 사도가 자선과 선행을 베풀어온 ‘타비타’(도르카스)라는 여제자를 살린 곳이고(사도 9,36-43), 베드로 사도가 무두장이(가죽을 다루는) 시몬의 집에 머물러있을 때 무아경에 빠져 이방인들도 새로운 교회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방인 선교에 관한 환시를 본 장소이다(사도 10,9-16). 또 코르넬리우스라는 카이사리아의 백인대장이었던 로마인이 자신의 시종들을 보내서 베드로를 카이사리아로 모셔가 이방인들로서는 최초로 세례를 받았던 이야기도 야포를 배경으로 한다(사도 10,17-48). 중요한 것은 베드로 사도의 환시 체험을 통해 최초로 이방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게 된 하느님의 계획이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계기가 되어서 기원후 49년 예루살렘 사도회의(사도 15장)에서 이방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사도들이 결의를 하게 된다. 이제 그리스도교가 온 세상의 구원을 향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화된 도시 텔아비브를 배경으로 (사진 정기환 마티아)
구약시대로부터 가장 중요한 항구였던 이곳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새롭게 하이파 항구가 발전하면서 서서히 그 기능을 잃었다. 주민들도 비좁은 야포 시내에서 벗어나서 그 북쪽으로 신시가지를 이루며 옮겨갔다. 신시가지는 ‘봄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텔아비브라고 새로이 이름 지어졌다. 텔아비브는 순수한 유다인들의 도시로써 이스라엘 건국(1948년) 후 급속히 인구가 증가한 도시이다.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지만 정치적인 민감한 문제로 예루살렘에는 다른 나라의 대사관이 없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도시로 각 나라의 대사관, 국제적인 기업들의 지사, 국제적인 벤구리온 공항 등이 있는 이스라엘 최대의 현대도시다.
(사진 정기환 마티아)
안드로메다 바위 (사진 김영근 요셉)
에티오피아 왕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황폐화된 나라를 구하고자 신탁에 의해 에티오피아 공주 안드로메다를 바다의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았다고 한다. 이때 페르세우스가 나타나 괴물을 물리치고 구했다는 전설의 안드로메다 바위라고 한다. 관광객의 눈길을 끌려고 그러는지 이스라엘 국기가 게양되어 있다.
(사진 김영근 요셉)
성 베드로 기념 성당
고대 야포 언덕 중턱에는 베드로 사도가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 때 한 환시체험과 죽은 타비타(도르카스)를 살린 것을 기념하는 아름다운 성 베드로 기념성당이 있다.
야포는 십자군 시대 때 치열한 격전지 중의 하나였다. 항구가 봉쇄되면 십자군들이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슬람의 살라딘과 프랑스의 성인이자 왕인 생 루이 9세의 뺏고 빼앗기는 격전장이 되었다. 1204년에 십자군이 이곳을 다시 차지한 후 1251년 루이 9세는 프란치스코 회원들을 위한 성당을 지었다.
1650년에는 성당 옆에 순례자 숙소를 지어 야포항으로 들어오는 순례자들을 맞아 들였다. 순례자들이 배를 타고 와서 성지에 첫 발을 내딛는 장소가 되었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사제의 첫 강복을 받고 순례자 숙소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 날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의 여정을 시작했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현재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지은 성 베드로 기념성당은 생 루이 9세가 지은 성당 터 위에 1888년과 1894년에 스페인의 후원을 받아서 다시 지어 성 베드로 사도에게 봉헌하였다. 프란치스코회에서 관리를 하고 있고, 수도원과 성당을 겸하고 있다.
성당 내부 중앙 제대 위쪽은 우주를 상징하는 둥근 지붕이 있고 그 정 중앙에는 교회의 탄생을 가져온 성령을 묘사하고 있다.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을 하고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그 둘레로 빗살모양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은 성령의 세례를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서 서로 일치함으로써 예수님과의 사랑의 유대를 증거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사진 김영근 요셉)
중앙 제대 뒤쪽에는 성 베드로의 환시 장면이 그려져 있다. (사진 김영근 요셉)
제대 앞 성당 오른쪽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강론대가 있다. 생명의 말씀이 선포되는 강론 대는 풍성한 올리브나무 가지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베드로 사도가 죽은 타비타를 살리심
성 베드로 기념성당 앞에 있는 작은 언덕 위(공원)에서는 텔아비브 도심과 지중해 해변의 아름다운 전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곳에서 지중해를 배경으로 야외 웨딩 촬영하는 신랑, 신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텔아비브-야포(아름다운 봄의 언덕)의 이름처럼 평화스럽고 아담한 공원이다.
지중해의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었다. 마지막 순례라는 아쉬운 마음에 이스라엘의 싸늘한 바람도 마음껏 즐기며 기념성당 앞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산책을 하며 미세먼지 없는 이스라엘의 맑은 공기도 가슴에 한 아름 담았다.
야포항 순례 후 버스를 기다리며 이스라엘에서의 마지막 기념 촬영
이렇게 해서 8박 9일 일정의 성지 순례가 마무리되었다. 순례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신부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무사히 순례를 마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 특별히 성지순례를 계획해주시고 순례의 길에 함께 하시어 미사를 통해 은총의 선물을 두 배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신 주임 신부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하늘 아래 함께 걸으며 행복한 순례의 추억을 만들어준 순례 단 모두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순례기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새롭게 하느님께로 다가 갈 수 있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순례는 끝나지 않는다.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 위에 순례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삶의 자리에서 순례를 살아가야 된다. 하느님을 향한 순례의 길이 어떠한 길이라도 주님과 함께 가도록 주님께서 손을 잡아주시고 더욱 깊은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드리며 순례기를 마친다.
첫댓글 김향보 젬마 자매님, 그동안 이스라엘성지순례기를 작성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오신 분만 아니라 본당 카페를 이용하여 많은 교우들이 이스라엘성지순례기를 이용하여 수시로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오심으로 주님을 만나 뵙고 주님의 많은 은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 여장이 넘는 사진을 정리하고, 편집하고, 순례기를 작성하는데에 많은 시간과 정성들여 이스라엘성지순례기를 작성하신 김향보 젬마 자매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순례기를 잘 끝맺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수고 하셨습니다
순례의길 따라오면서 성서 말씀을 기억하며 예수님 행적과 하신 업적들을 마음에 새겨보았습니다
부활성당에서의 마지막 파견미사 봉헌하며 부활을 통해 이루어주신 구원의 은총에 깊이 감사드리며 `얼마나 거룩한 시간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들을 통해 더 주님을 느끼고 주님 앞에 서고 주님 원하시는 길을 따라 봉헌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지헤와 용기를 청해봅니다.
순례기에서의 말씀처럼 우리의 매 순간들이 주님을 향한 엠마오의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아멘.
순례 다녀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