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휴식 후라 그런지 몸은 한결 가벼웠고, 우리 가족 모두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물론 내 컨디션도 좋았고, 날씨도 덥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준마니또 은영이는 힘들어 했지만 열심히 묵묵히 계속 걷는다.
어린 나이지만 참 장하단 생각을 한다.
이천에서는 예정대로 쌀을 받았고 모두들 배낭에 1킬로 이상의 쌀을 넣어야 했다.
내 쌀은 본마니또 태신이가 들어줬다.
짜식..괜찮대도 우겨댄다. 그 넘 쌀 6개나 들었단다. 나중에 안마 서비스나 해주어야겠다.
조금씩 지쳐가고 숙소에 거의 도달했을 즈음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내 뒤에 있던 혜영언니의 아는 분께서 저녁을 사주신댄다. 얏호~~~
다들 밝은 표정이다.
우리는 갈비탕과 불고기 정식을 맛있게 해치웠다. 우리 이천을 지나면서 온갖 한정식 간판들을 보며 얼마나 침을 삼켰던가?!
그 외 많은 간식들도 제공해 주셨다.
정말 좋으신 분들이다. 혜영언니 한테도 무지 고맙다.
더욱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숙소에 도착.
숙소는 경호 체육관이고 관장님이 참 좋으신 분이다. 무료로 물리치료 해주신다.
내년에 4기로 가시겠단다. 꼭 하시길~~
숙소에 오니 긴장이 풀리고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옆에서 안마 하는걸 보고 나도 해달라고 조른다.
영기오빠, 기웅이의 첨단 안마를 받고,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깐 태신이를 불러 안마를 해주려는데.. 그 넘이 내 다리를 주물러준다.
내일 기상시간은 9시.
여유를 갖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오늘의 교훈 : 사람이 재산이다.
8월 9일 광주-> 남양주 (30km) 마니또 : 김희철(서정민)
이제 물집은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건만 이제 발목과 무릎, 골반 등 관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가빠온다.
옆에 준마니또 정민이는 뒤로 쳐지면 질질 끌고 갈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래...쳐지면 안된다.
절뚝절뚝, 헥헥 거리면서 대열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유명한 팔당댐을 건넜다.
비가 많이 와서 인지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경치는 그래도 제법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팔당댐을 건너고 길따라 쭉쭉 가는데, 나는 무릎까지도 안오는 난간에 공포심을 느끼고 정민이 가방을 잡고 숨을 죽이며 따라간다.
어라...가도가도 끝이 안보인다.
그냥 주저 앉아 버리고 싶다.
몇 번이나 눈물이 찔끔거린다.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본마니또 희철이가 언제왔는지 먼저 와있었다.
“누나, 잘 걸었죠?”
마지막에 마니또 챙겨주는 희철이가 고맙다.
그리고 혜영언니 남편분께서 햄버거를 사들고 와계셨다. 여전히 인상 좋으시다.
오늘은 시체가 되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엎드려 있었다.
근데 울 동기들 눈엔 또 내가 시체로 보였나보다. 다짜고짜 팔, 다리를 잡는다.
이렇게 같이 숙소에서 밤을 지내는 게 마지막이다.
아쉬움에 여기저기서 후레쉬가 터지고, 롤링페이퍼를 하고 더 많은 얘기를 나누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역시 그렇게 하려고 애썼지만 많이 못한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