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개관
1. 고린도후서의 명칭과 저자
본서의 헬라어 원전에서의 제목은 ‘프로스 코린티우스 베타’로서, 곧 고린도 교회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실 본서는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네 번째 편지입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이전에도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가 있었으며(5:9), 고린도전서와 본서 사이에 ‘눈물의 편지’로 불리는 또 하나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들이 보존되지 못함으로써 네 번째 편지인 본서가 고린도 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본서의 저자가 바울이라는 사실은 본서 자체의 내증(內證)과 함께 초대교회 시대의 교부들도 다 입증하고 있어서 별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혹 바울의 저작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전서와 후서의 문체의 차이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바울이 각각의 서신들을 기록하게 된 동기와 배경을 참고하여 큰 문제는 없습니다. 바울은 A.D. 55년의 봄에 고린도전서를 기록하고 그로부터 6개월 정도가 지난 A.D. 55년의 말이나 A.D. 56년의 초에 마게도냐에 머무르면서 본서를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최근 일부 성경신학자들은 본서 후반부의 10-13장이 전반부인 1-9장의 내용과 문체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주목하고 이 후반부가 사실은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써보냈던 ‘눈물의 편지’, 또는 ‘격렬한 편지’일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즉 그 편지가 후대에 본서에 부록으로 첨부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고린도후서의 주제
본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고린도전서와 본서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답변한 고린도전서를 보낸 직후에 어떤 이유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고린도 교회를 직접 방문하였는데, 본서의 내용을 보면 아마도 음행의 범죄가 있는 자의 치리를 위하여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이런 갑작스런 방문에 대하여 고린도 교인들은 달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음행한 자를 두둔하였는데, 이처럼 고린도 교인들이 바울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최근에 고린도 교회에 찾아온 자칭 사도들이라고 하는 유대주의자들이 바울을 비방하고 폄하하는 간계에 속아 넘어가 바울의 사도권 자체를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고린도 교인들의 거부적 태도로 말미암아 바울은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에베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 후 바울은 소위 ‘눈물의 편지’라는 서신을 디도의 편으로 고린도 교회에 보내 고린도 교회와 성도들을 향한 그의 진심을 전하면서 그의 교훈에 순종할 것을 당부하였는데, 놀랍게도 그 편지를 대한 고린도 교회의 대부분 성도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회개하였으며 음행의 범죄가 있는 자를 바울의 지시대로 출교하고 교제를 단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 치리를 받은 자도 자신의 죄를 회개하기에 이르렀는데, 당시 에베소를 떠나 마게도냐에 와 있는 중에 디도를 통하여 이 소식을 듣게 된 바울은 자기의 말을 따라준 고린도 성도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하는 한편 자신의 죄를 회개한 범죄한 자에 대해서 다시 형제로 받아들일 것을 권면하고 구제 연보를 격려하기 위하여 본서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또 바울은 이처럼 자신의 수고와 눈물과 기도가 하나님의 은혜로 결실을 맺은 사실에 대하여 감사하는 한편, 거짓 교사들의 거짓 교훈에 의해 자칫 유대주의적 신앙으로 변질될 위험에 처한 고린도 교인들을 일깨우고자 본서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바울은 유대주의자인 거짓 교사들이 전하는 가르침이 복음의 진리에서 벗어났음을 입증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도권을 변호하는데, 그 근거로 그는 거짓 교사들이 자랑하는 것처럼 그들의 인간적인 배경과 신비적인 체험과 능력 등과 같은 인간의 강함보다도 오히려 자신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고난의 경험들과 연약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능력을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울이 자신의 사도권에 대하여 강력하게 변호한 것은 자신의 명예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전한 복음의 진실성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록된 고린도후서에는 전서에서처럼 교리적인 가르침이나 교회의 질서에 대한 논의보다는 때로는 격렬하면서도 성도들을 향한 바울의 따뜻한 인간적인 감정들이 섞인 권고들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추상적 신학이나 교리를 다루지 않았으나 본서에 기록된 바울의 자서전적인 체험 기록들을 통해서 참된 사역자의 모습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는 바, 목회서신이라고 하면 주로 디모데전후서와 디도서를 꼽지만 바울이 어떤 자세와 생각으로 당시 교회를 목회했는지를 가장 잘 나타나는 서신이 바로 본서인 고린도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목회적 관점에서 기록된 내용들 속에서도 바울 특유의 신학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옛 언약과 비교한 새 언약의 직분의 영광에 대한 성경신학적 사상과 인간의 강함보다 약함 가운데서 온전하게 되는 그리스도의 능력에 대한 ‘고난과 약함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고린도후서의 구조와 내용
Ⅰ. 고린도 교회의 반응에 대한 바울의 감사와 답변(1:1-2:16)
1. 인사와 고난 중의 위로에 대한 감사(1:1-11)
2. 고린도 방문 계획의 변경에 대한 해명(1:12-2:4)
3. 회개한 자에 대한 교회의 관용의 호소(2:5-13)
Ⅱ. 바울의 사도직에 대한 변호(2:14-5:10)
1. 거짓 교사들과 비교한 새 언약의 일꾼의 영광(2:14-3:18)
2. 충성된 바울의 사역의 자세(4:1-5:10)
3. 화목케 하는 자로서의 사도의 직무(5:11-7:16)
Ⅲ. 구제 연보에 대한 교훈(8:1-9:15)
1. 마게도냐 교회의 모범(8:1-5)
2. 구제 연보의 권면과 신학적 의미(8:6-15)
3. 연보의 바른 자세와 그 유익(8:16-9:15)
Ⅳ. 바울이 눈물로 쓴 편지(10:1-13:13)
1. 거짓 교사들의 헛된 자랑에 대한 비판(10:1-18)
2. 바울의 참 사도로서의 증거인 고난과 희생적 삶(11:1-33)
3. 약함을 자랑하는 바울(12:1-13)
4. 고린도 방문 계획의 예고와 마지막 권면과 경고(12:14-13:10)
5. 문안과 축도(1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