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札幌)역에서 왓카나이(稚内)역으로 향하는 특급 소야(宗谷). 얼마나 길게 탔으면 열차타고 가는것만으로 꼬박 3편을 잡아먹었네요... 이제 홋카이도 북부의 한적한 마을, 오토이넷푸(音威子府)를 지난 열차는 테시오 강(天塩川)을 따라 일본 최북단을 향해 열심히 달려갑니다.
오토이넷푸역의 다음 정차역에 도착하기 전, 산지를 뚫으며 강가의 좁은 땅을 따라 달리던 소야 본선(宗谷本線)이 다시 평야가 보이는곳으로 나왔습니다. 위 사진은 정차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보인 공동주택 건물이에요.
이번 정차할 역은 테시오나카가와(天塩中川)라는 이름의 역입니다. 인구 1,300명이 사는 나카가와정(中川町)에 있는 중심역으로, 이미 다른 동네에 나카가와라는 동명의 역이 있어 옛 지역명인 테시오(天塩)를 앞에 붙였습니다. 1951년 지금의 역명으로 바뀌기 전에는 폰피라(誉平)역이라는 이름이었다고...
1953년 지어진 테시오나카가와역의 역사. 2014년에 지역산 목재를 이용한 개수를 거쳐 옛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는 멋진 건물입니다.
테시오나카가와역의 역명판을 보면 다음역 부분에 땜빵이 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저곳 수요부족으로 폐역된 역이 많은 홋카이도 특성상 인접한 역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테시오나카가와역의 경우엔 시모나카가와(下中川)역(2001년 폐역), 우타나이(歌内)역(2022년 폐역)이 사라지게 되어 그 다음인 토이칸베츠(問寒別)역이 대신 다음역 란에 들어가 있군요.
열차는 테시오나카가와역을 출발한 후 30분을 넘게 달리고 달려서야 다음에 정차할 역의 시가지를 만나게 됩니다. 대신 철길과 함께 달리는 테시오 강(天塩川)의 모습을 진행방향 왼쪽의 창문을 통해 실컷 감상해볼 수 있었는데요. 특급열차 소야에서도 이쪽 구간을 달리던 중에 '관광정보 안내방송'이 나와 테시오 강의 풍경을 소개해줄 정도로 놓치면 아쉬운 풍경이라 감히 말해볼 수 있겠습니다ㅋㅋ(자세한건 맨 아래 동영상에...)
아쉽게도 테시오 강은 이쯤해서 서쪽의 바다와 합류하기 위해 방향을 꺾게 되고, 소야 본선은 계속해서 나아가 이윽고 정차역인 호로노베(幌延)역에 도착합니다.
인구 2,100명의 호로노베정(幌延町)에 위치한 호로노베역. 그 뜻은 쑥 내밀어진 큰 들판(강이 휘어진 곳)이라는 뜻의 poro-nutap, 또는 큰 들판이라는 뜻의 poro-nup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중학생때 하던, 먼 옛날부터 있던 현역 온라인게임의 일본 지도에 나오는 맨 끝의 마을이기도 했는데... 하여튼. 열차는 안내방송에서 얘기한 그대로 와즈카(僅か), 즉 아주 조금의 정차시간 후에 바로 문을 닫고 출발합니다.(사실 거의 모든 역의 정차시간이 '와즈카'이긴 합니다ㅋㅋ)
이번에는 비교적 짧은 14분만에 다음 정차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점점 바깥 풍경은 가끔 나오는 마을을 빼면 건물이 드물어지고, 농경지도 아닌 들판이 종종 나와서 뭔가 확실히 끝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가면서... 이제는 종점까지 역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도착한 역은 토요토미(豊富)역.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시(稚内市)의 바로 남쪽에 있는 인구 3,600명의 토요토미정(豊富町)에 위치해 있는 역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할때의 도요토미(豊臣)와 음은 같지만 한자는 다른 전혀 상관없는 지명입니다. 이곳 지명은 아이누어 ipe-kor-pet의 의미인 '먹을것(물고기)이 풍부한 강'에서 '풍부'의 뜻을 가져와서 붙인 것이라고 하네요.
이번에도 문열고 문닫고 바로 출발하는 열차. 이제 이 다음 역을 거치고 나면 그 다음이 종점 왓카나이역입니다. 삿포로역에서 출발할때 읊어주던 그 수많은 역들을 지나 드디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왓카나이 시내에 진입하기 전 잠시 바닷가를 달리는 열차. 이때 바다 너머로 보이는것이 왓카나이 서쪽에 있는 리시리 섬(利尻島)입니다.
그리고 이 리시리 섬의 면적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해발 1,721m의 리시리 산(利尻山). 일본의 제1의 산이라 할수있는 후지산(富士山)과 비슷한 풍경을 보여준다고 해서 리시리 후지(利尻富士)라는 별칭이 있기도 한데요. 아쉽게도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흐릿하게만 보였지만, 그럼에도 바다 한가운데서부터 우뚝 솟은듯한 웅장한 산의 모습이 일본의 가장 북쪽 동네에 온 우리들을 환영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리시리 섬의 인근에 있는 또다른 섬인 레분 섬(礼文島). 홋카이도 본토를 빼면 일본 최북단의 유인도로 2,200명 정도의 인구가 저 섬에 살고 있으며 일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토요토미역에서 다시 30분을 넘게 달려 도착한 이번 역은 종점의 바로 전 역, 미나미왓카나이(南稚内)역입니다.
일본 최북단의 도시인 왓카나이시(稚内市)는 당연하게도 이 일대에선 가장 많은 31,000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하는 규모있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왓카나이역뿐만 아니라 이 역도 넓은 주택가와 시가지를 배후에 두고 있는데요. 애초에 1922년 개통 당시엔 이 역이 종점 왓카나이역이었다고 하는군요.
미나미왓카나이역의 승강장 풍경. 뒤로 보이는 나즈막한 언덕을 바라보며, 이제 열차는 단 하나남은 역을 위해 남은 2.7km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모처럼 시가지 내를 달리는 소야 본선의 특급 소야. 점점 보이는 바다와 항구의 풍경이 곧 종점이 다가옴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장장 5시간 10분의 여행 끝에, 열차는 종점 왓카나이역에 도착하게 되겠습니다.
첫댓글 JR홋카이도 전 열차의 안내방송을 맡고 계신 중저음 목소리의 주인공은 "홋카이도의 여행 안내인"이라 부르는 오오하시 토시오(大橋俊夫) 님입니다. "지금부터, 흔들리는 일이 있으니 조심해 주십시오" 라던가. 아까 언급하셨던 "정차시간은 잠깐입니다" 등 유명한 어록들이 많습니다. 아마 홋카이도 철도여행을 하다 보면 이분의 목소리와 계속 함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역시 특급 소야의 여행은 길고도 기네요. ^^
자주 들려오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분이었군요 ㅎㅎ 역시 알고갈수록 재밌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