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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징검다리] 사찰 골방생활 박순이씨 | ||
오갈데 없고 우울증에 대인기피까지… | ||
자식없어 결혼 10년만에 쫓겨나 | ||
비가 오던 어느 날 박순이(57·가명)씨는 작고 허름한 사찰의 비가 새는 골방에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보살펴 주는 사람은커녕 찾는 사람도 없이 외롭고 쓸쓸한 순이씨는 현재 우울증에다 대인공포증까지 겪고 있습니다.
물론 순이씨에게도 꿈같은 새색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불임(不姙)'의 굴레가 순이씨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남편은 애를 낳지 못한다며 술을 먹고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겼고, 또 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생길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년이 넘어도 그렇게 고대하던 아기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시댁 식구들까지도 대를 잇지 못한다고 온갖 학대와 멸시를 했습니다. 노름과 술에 빠진 남편의 손찌검도 갈수록 더해 갔습니다.
어느 날 새벽, 술을 잔뜩 먹고 온 남편은 끝을 보자며 허리띠를 풀어 미친 듯이 순이씨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그 새벽에 맨발로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순이씨의 처절했던 10년간의 결혼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친정엄마 집에서 잠시 지냈지만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했던 친정엄마마저 얼마 뒤 돌아가시자 순이씨는 그만 충격으로 정신을 놓게 되었습니다. 순이씨는 지나가는 큰 차만 보아도 무조건 산으로 숨기 바쁩니다. 예전에 남편이 자신을 정신병자로 몰아 강제 입원시키려고 했던 생각이 난 것입니다.
결국 이리저리 떠돌던 순이씨가 머물게 된 곳이 현재의 조그만 절입니다. 당장 단칸방이라도 구해서 나가야 되지만 모아둔 돈 하나 없는데다 우울증과 신경정신과 약까지 복용해야만 잠이 들 수 있는 무기력한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전세방을 구하지 못하면 당장 갈 곳 없는 순이씨는 죽기보다도 더 싫은 정신병원에 가야 합니다. 아무리 가슴을 쓸어내려도 풀리지 않는 응어리를 품고, 미처 토해내지 못한 서러움에 오늘 밤에도 순이씨는 목 놓아 웁니다.
△정수경·금정구 부곡2동사무소 051-519-5226. △지난 15일자 명희씨 이야기 79명의 후원자 412만1천3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