뭥~~~ 그런건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이이의 글을 여직은 신뢰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아주 단단히. . .
이런 기쁜 일이 게으른 독후를 하려 책을 다시 펼치니 오천원 지폐와 천원권 두장이. . . 횡재했다. . .
단편집이다. . . 총 여덟 편. . . 장편에 비해 한 숨에 이어가야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 한편의 글을 읽고난 후
다음편을 읽는데 의외로 많은 시간과 일들이 끼어들 수 있다는 것을. . .
그리고 그 독후는 이번의 경우 여름의 끝자락에 책을 덮었는데. . . 이제 겨울의 시작이라니. . . 에고. . 미안해라. . .
하지만 여전하고 확연한 것은 글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끊임없이 연결되어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무궁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 . .
나의 마음과 말을 담아낸 그의 글들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 . .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 봤으리라. . . . .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는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 P19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 . . P30
언제부터인가 그는 세상을 거울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 수 밖에 없다는 것. . . . . 눈앞에 펼쳐진 세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해야). .. . .그러므로 자연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는 뜻. . . . 의미없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의미 없는 것들의 무자비함을
이 무자비함의 그물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은 자기 내면에 의미를 세워 자연을 해석해야만 한다. . . . P44
이제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빨리 지난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안다. . .p54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 보면 알게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 . . . '세컨드 윈드'라고. . . . .P60
도마의 의심은 예수의 신성을 확인하는 도구였다. . . .
그렇다면 나의 의심은 사람들이 흔히 진심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 . P75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면서
그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 . .P85
쌓이거나 꽂힌 책들은, 모두 남길 수 없다면 모두 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공동체. . . . 마음의 가장자리는 매 순간 조금씩 시간에 쓸려 과거로 떨어지고 있~~~~. . . . P103
고비사막에서 보는 하늘에는 시간적인 광대함도 담겨 있었다. . .
별들만이 가득한 하늘.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처럼 시간 역시 계속뻗어나갔다. 과거로, 더 먼 과거로.
시간이 시작되던 그 순간까지. 그렇게 시간은 쌓이고 또 쌓여 한없이 깊어졌다. . . 깊은 시간(DEEP TIME). . . P107
정미는 새벽별처럼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욱제에 가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 두 사람에게도 있었건만, 그리고 그때는 거기 정미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것이 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충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 P127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 . .P147
첫번째 사랑은 두번째 사랑으로만,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은 마지막 사랑으로만 잊히는 법이니까. 하지만(작가가 하고 싶은. ..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 ). .. P193
용기를 낸다는 것은, 언제난 사랑할 용기를 낸다는 뜻이라는 것을. 두려움의 반대말은 사랑이라는 것을. . . .P204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만나고 사랑하게 됐다는 게 기적처럼 여겨집니다.
나의 쓸모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 . . . . .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말들이 가득하네요. . . . . 나를 사랑했던 너에게, 그리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너무 슬프다). . . . P208~209
전설에 따르면 바르바라의 목을 자른 직후 완은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 번재를 맞고 죽었다고 한다.
성인 바르바라가 번개나 포탄으로 갑자기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수호성인이 된 까닭. . . . . .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 . P221
과거의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미래의 우리는 생각할 수 없을까? . . .P224
정신의 삶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고독의 삶을뜻하지. 개별성에서 멀어진 뒤에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은 얼마간 서로 겹쳐져 있다는 거야. 시간적으로도 겹쳐지고,공간적으로도 겹쳐지지. 그렇기 때문에 육체의 삶이 끝나고 난 뒤에도 정신의 삶은 조금 더 지속된다네.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