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동진 씨(39)는 1주일에 한두 번은 온라인을 통해 ‘밀키트’ 제품을 구매한다.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사는 김 씨는 주로 외식이나 완전 조리된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어왔다.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염려와 함께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손질된 식재료를 직접 조리하는 밀키트로 눈을 돌린 것. 김 씨는 “(밀키트는) 장보기나 재료 손질 시간을 줄여주면서도 집밥의 느낌을 준다. 스스로 요리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잠깐용어>밀키트
손질한 식재료와 레시피가 담긴 식사용 키트다. ‘쿠킹 박스’로도 불린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한 뒤 끓이거나 볶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밀키트는 넓게 보면 가정간편식(HMR)에 포함된다. HMR는 포장 상태를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과 간단한 조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나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밀키트란 식사를 뜻하는 ‘밀(Meal)’과 세트라는 의미의 ‘키트(Kit)’를 합친 단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혼합된 소스, 조리법 등을 묶어서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쿠킹 박스 혹은 레시피 박스로도 불린다. 밀키트는 즉석식품과는 차이가 크다. 즉석식품의 경우 이미 조리가 돼있는 상태에서 데우기만 하는 반면 밀키트는 조리 전 냉장 상태의 식재료를 배송하기 때문이다.
요리초보자도 밀키트 제품을 이용하면 10~15분 만에 찌개나 볶음 등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현관문 앞까지 새벽배달이 이뤄져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되고 배달된 모든 재료가 잘 손질돼 있어 따로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구매자들은 직접 요리를 해야 하지만 가정간편식보다는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직접 조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8년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간편식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응답은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23.1%),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19.3%), ‘간편식이 맛있어서’(15.2%), ‘조리시간이 없어서’(13.4%) 순이었다.
이런 결과는 고품질의 음식을 좋은 가격에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어 가족 식사도 밀키트로 준비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밀키트’가 뭐길래
2008년 물가 비싼 스웨덴서 시작
2020년 글로벌 시장 5조원 넘을 듯
밀키트 배달 사업은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외식물가가 비싼 스웨덴에서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가 손질된 식재료를 정기 배송하면서 본격화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스타트업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이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밀키트 시장은 ‘플레이티드’, ‘헬로프레시’, ‘홈셰프’ 등 약 150여 개에 달하는 업체의 진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밀키트 시장에 진출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식품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헬로프레시(Hello Fresh)’,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등 초기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3년 1501억원 수준이었던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3조5340억원대로 커졌다. 연평균(2013∼2018년) 8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이나 통신판매 등 유통업체가 밀키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이식스(Oisix Daichi)가 대표적인 업체로 시장 규모는 2013년 1172억원에서 지난해 8859억원대로 확대됐다. 연평균(2013∼2017년) 50% 수준의 성장세다.
골드만삭스는 밀키트 배달 산업이 2020년 최대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정간편식(HMR)에 비해 밀키트를 경험해본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밀키트는 대형마트 즉석 식품 코너에서 부대찌개나 매운탕 등의 음식재료와 양념을 한 데 담아 팔던 것에서 출발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크게 오프라인 유통사와 제조사, 스타트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경우 GS리테일(심플리쿡)이 대표적이다. 제조사는 한국야쿠르트(잇츠온)와 동원홈푸드(맘스키트 등)가 양분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은 프레시지와 닥터키친 등이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의 포문을 연 곳은 스타트업 프레시지다. 프레시지는 야채 전처리 기업인 웰푸드를 인수한 후 2016년 7월경부터 ‘프레시지 쿠킹박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최현석·오세득 등 국내 유명 셰프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식품제조사와 유통사들도 잇달아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야쿠르트가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으로 2017년 9월 밀키트를 선보여 지난해까지 72억원의 누적매출을 올렸다. 동원홈푸드와 GS리테일·현대백화점도 시장에 뛰어들었고, CJ제일제당도 최근 ‘쿡킷’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2016년부터 약 4년 만에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업체 수만 10여 개에 달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유통사와 제조사, 스타트업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경우 이미 제조사와 맞먹는 품질 경쟁력을 갖췄고, 제조사는 택배사와 손잡고 물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밀키트 시장은 400억원대 규모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1~2인가구 증가와 국내 온라인 식품시장 성장에 따라 밀키트 시장이 향후 5년 내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업체 현황은
10여 개사 치열한 경쟁… CJ제일제당 ‘출사표’
밀키트 제품은 기존의 완조리 가공식품과 집에서 직접 만드는 요리 사이에 존재하는 마지막 식품의 영역이고, 해외에서도 급성장하고 있어 국내 식품기업과 유통업체들이 이 시장 선점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본과 마케팅서 앞서 있는 식품대기업들이 밀키트 시장에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스타트업 중 프레시지는 2017년 9월에 생산공장을 확보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 현재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용인 공장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마이셰프 역시 2018년 7월에 공장을 구축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 중에는 GS리테일이 눈에 띈다. GS리테일이 2017년 12월 첫 선을 보인 ‘심플리쿡’은 최근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한식, 아시안푸드 등 요리 종류를 80여 종으로 다양화한 데다 판매 채널을 늘려 접근성을 확대했다. GS후레쉬, GS25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 등 내부 채널과 GS숍, 티몬, 11번가 등 다양한 외부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GS25, GS수퍼마켓 등 자사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제조사 중에는 한국야쿠르트와 동원홈푸드가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9월부터 ‘잇츠온’을 통해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스타 셰프와 함께 제조한 레시피가 대표 상품이다. 남성렬 셰프의 ‘대파고추장불고기’, ‘쟌슨빌 사골부대찌개’ 정지선 셰프의 ‘누룽지마라두부 키트’, ‘우육면 키트’, 이인희 셰프의 ‘비프찹스테이크 키트’와 ‘치킨라따뚜이 키트’, 김현 셰프의 ‘서울식소불고기전골 키트’, 이승아·최수빈 셰프의 ‘초계국수 키트’, 윈드민지김 셰프의 ‘사골떡국 키트’ 등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인프라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잇츠온 밀키트 누계 매출은 72억원이다.
동원홈푸드는 지난 2월부터 자체 반찬몰 ‘더반찬’을 통해 밀키트 ‘맘스키트’를 새로 선보였다. 반찬, 국 등 300여 종 HMR 메뉴 제조기술을 보유한 더반찬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현재 ‘차돌밀푀유나베’ 등 8종 메뉴를 판매 중이며 기존부터 더반찬 내에서 판매해 온 ‘셀프부대찌개’, ‘궁중떡볶이’, ‘오코노미야키’ 등 밀키트 형태 제품들도 있다. 맘스키트는 당일 오후 1시까지 주문 들어온 분량에 대해 당일 제조 후, 다음날 아침에 새벽배송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밀키트 시장 최대의 관심사는 CJ제일제당의 행보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 전문브랜드 ‘쿡킷’을 그룹계열사를 활용한 생산유통체계를 도입하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
CJ제일제당의 쿡킷은 CJ그룹 각 계열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CJ프레시웨이가 재료 선별을 담당하고 CJ제일제당은 레시피 개발 등을 맡는다. 포장된 제품은 CJ대한통운이 새벽배송(오전 7시 이전)한다. 올해 안에 수도권 전역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3년 안에 1000억원 규모로 쿡킷 브랜드를 키울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HMR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메뉴도 한·중·일·양식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CJ의 밀키트 브랜드 론칭은 2020년까지 HMR 관련 매출을 3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CJ의 시장 참여에 기대감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밀키트를 론칭하면서 메뉴 다양화에 대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배송망·맛·메뉴 3가지 모두 갖춰야
새벽배송 갖춰진 한국 성공 가능성 높아
식품대기업들이 직접 생산부터 유통까지 밀키트 시장을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밀키트 시장 확대에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회사들은 그동안 냉장·냉동 간편식에 집중했다. 신선한 재료를 문앞에 배달해야 하는 ‘배송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한국야쿠르트와 동원홈푸드는 각각 ‘야쿠르트 아줌마’의 배송 네트워크와 ‘더반찬’의 새벽배송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밀키트 시장에 일찍 뛰어들 수 있었다.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은 편의점 GS25의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를 통해 주문하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찾아갈 수 있다.
현재 밀키트 업체 중 전국적으로 새벽배송이 가능한 곳은 한국야쿠르트 정도가 유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수도권 이외의 경우 이용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야쿠르트는 전국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프레시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통망을 활용해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다. 변경구 한국야쿠르트 상무는 “‘잇츠온’은 신선하고 건강한 가정식을 찾는 소비자의 니즈에 가장 잘 부합하는 간편식”이며 “매일 건강하고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전국 방판 채널의 강점을 활용해 간편식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새벽배송을 위해 CJ대한통운을 활용한다. 주문은 6월까지 CJ온마트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서 받고 7월부터 쿡킷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 지역은 약 80%에 새벽배송이 가능하고, 장차 대상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소비자 취향을 공략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실제 미국 밀키트 업체 중 고속 성장하는 ‘선바스켓’은 유기농과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쓰지 않는 논GMO(Non-GMO), 글루텐 프리, 채식주의자 전용제품 등 소비자가 본인 취향과 건강상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밀키트 식단을 구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레시지는 재료 선정부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식재료의 원물 수매부터 제조·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해 2018 한국농식품유통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현석 셰프의 레시피를 담은 ‘쵸이 스테이크’, 오세득 셰프의 ‘헌터 스테이크’ 등 주요 가정간편식의 주재료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생산된 재료를 사용한다. 특히 프레시지의 주요 제품에 사용되는 소고기는 북미산 프리미엄 소고기 브랜드 ‘엑셀비프’(ExcelⓇ)다. 사육 환경부터 제품 패키지까지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7단계 시스템으로 엄격하게 관리해 위생적이며, 미국 농무성(USDA)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식재료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자랑한다.
한국야쿠르트는 올리브매거진코리아와 손잡고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셰프와 함께 선보인 밀키트 제품은 현재까지 총 7가지.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강남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셰프박스(Chef Box)’를 선보인 바 있다.
CJ제일제당 쿡킷 역시 셰프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 전문점 수준의 맛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를 위해 상하이 페닌슐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등 특급호텔 출신 전문 셰프팀의 레시피를 도입했다. 전문 셰프팀은 메뉴 선정부터 개발 완성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고 한 메뉴당 10회 이상의 맛 테스트를 거쳤다. 또한 신메뉴를 12주 안에 개발하는 프로세스로 계절과 식재료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현재까지 개발한 메뉴는 60여 개에 달하고, 2년 내 200여 개의 메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밀키트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 ‘블루에이프런’은 미국 내 밀키트 브랜드가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 2017년 상장 이후 기업 가치는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용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64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블루에이프런의 경쟁사인 ‘헬로프레시’도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투자를 늘렸지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에선 ‘한국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배송시스템이 잘 깔려져 있는 데다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빠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레시피로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밀키트 제품이 간편식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며 “더 많은 사업자가 더 맛있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면 국내에서도 밀키트 제품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애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즉석섭취식품 대비 즉석조리식품(밀키트)의 비중이 적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은 강해지는데 즉석섭취식품은 인스턴트라는 거부감이 강하다. 그런 면에서 밀키트 제품의 성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김경연 CJ제일제당 온라인사업담당 상무
“메뉴 200여 개로 늘려, 3년 내 매출 1000억원 목표”
CJ제일제당이 국내 밀키트 시장의 변화를 이끌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 측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메뉴 개발을 통해 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향후 3년 내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 궁금하다.
▷기존 HMR 사업은 온라인 중심의 편의성 극대화를 추구한다. 반면 시장에는 전통적인 집밥과 인스턴트 HMR의 중간지대가 존재한다. 편리성을 추구하되 건강과 즐거움도 놓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타깃으로 식문화를 주도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관련 TF를 만들어 해외와 국내 시장을 연구해왔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절별로 3번의 구매 테스트도 실시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왔다. 재구매율이 40%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기존 HMR 고객들을 빼앗아 오지도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규모나 시장성, 지속성 측면에서 확신이 생겼다.
▶3년 내 1000억원 매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놓았는데.
▷밀키트는 시장 측면에서 아직 학습기도 시작되지 않았다. 밀키트라는 단어도 모를 만큼 초기 시장이다. 그만큼 시장을 키워나갈 가능성도 크다. 쿡킷에 대해서는 이미 1600개에 육박하는 구매 후기가 올라왔다. 별점 기준은 5점 만점에 4.9점이고, 맛·품질에 대해서는 ‘맛있다’ ‘재구매 의사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일 만큼 맛 품질에 대한 반응도 좋다.
▶경쟁사 대비 쿡킷의 장점을 꼽는다면.
▷식품분야 CJ제일제당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논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소스만 75종이다. 1종당 15개 정도의 원재료가 들어가는데, 한식 전 분야를 커버한다고 보면 된다. 다른 계열사들과의 협업도 핵심 역량이다. 식재료는 이 분야 국내 최고인 CJ프레시웨이에서 새벽배송은 CJ대한통운 전담팀에서 맡는 식이다. CJ프레시웨이는 밀키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산물 전처리 국내 1위 업체인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한 바 있다. CJ대한통운도 새벽배송 안정화 및 거점 인프라 확대를 통해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런 사업구조는 CJ만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재료를 취하는 방식이나 환경, 온도, 포장까지 일일이 최적화를 해야 한다. 상추나 깻잎은 냉매에 닿으면 바로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을 하나하나 연구개발을 통해 검증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다. 전담 연구조직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물리적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최고수준이라 평가받는다.
▶올해 120개까지 메뉴를 늘리겠다고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개발된 메뉴만 60여 종에 달하고, 2년 내 200여 종의 메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뉴는 총 15개의 상시 메뉴로 4주 동안 운영하되, 매주 3회에 걸쳐 출시되는 신 메뉴와 경쟁하며 판매 추이에 따라 추가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실제 베스트셀러였던 오야코동과 해산물 순두부는 메뉴에서 내린 상태다. 주 단위 메뉴 인-앤 아웃으로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쿡킷’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소비자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거쳐 경쟁력을 갖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신선식품인 만큼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품질·위생관리를 위해 총 7단계에 걸친 까다로운 검증 프로세스도 확립했다. 원물 점검부터 공급처의 생산과 관련된 시설설비, 생산공정, 위생관리 운영능력 등 모든 사항에 대한 다차원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생산에 앞서 품질 등을 재점검하고, 메뉴 완성 후에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품질검사를 수행한다.
‘쿡킷’의 신메뉴는 13명의 전문 셰프가 담당한다. 이들이 전국을 돌며 메뉴를 선택하면 다시 제품화 가능한지 검증한다. 메뉴선정→연구개발→메뉴화→시제품 생산의 과정이다. 한 메뉴당 12주가 걸리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혁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식품사가 신 메뉴를 내놓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이다.
▶기존 새벽배송, 식자재 유통 플랫폼과 사업이 겹치지 않는지.
▷쿡킷은 주문과 동시에 원재료부터 레시피에 따른 가공, 조립, 배송이 이뤄지는 사업이다. 단순히 식자재를 배송하거나 식품을 새벽에 가져다주는 사업이 아니다.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과 취향에 맞춰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나가면 밸류체인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밀키트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CJ가 시장을 독식하는 게 아니라 선도하며 같이 키운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쿡킷이 성공한다면 가정식 문화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쿡킷’을 집밥의 대명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집에서 요리하는 문화도 바뀔 것 같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면 시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인스턴트나 외식에 비해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투명성과 안전성도 높이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죄의식’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쿡킷’의 새벽배송은 서울 수도권 지역의 80%를 커버한다. 올해 안에 이를 99%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7월 3일에는 별도의 앱도 나와 이용의 편리성을 높일 전망이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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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용어>밀키트
손질한 식재료와 레시피가 담긴 식사용 키트다. ‘쿠킹 박스’로도 불린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한 뒤 끓이거나 볶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밀키트는 넓게 보면 가정간편식(HMR)에 포함된다. HMR는 포장 상태를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과 간단한 조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나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밀키트란 식사를 뜻하는 ‘밀(Meal)’과 세트라는 의미의 ‘키트(Kit)’를 합친 단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혼합된 소스, 조리법 등을 묶어서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쿠킹 박스 혹은 레시피 박스로도 불린다. 밀키트는 즉석식품과는 차이가 크다. 즉석식품의 경우 이미 조리가 돼있는 상태에서 데우기만 하는 반면 밀키트는 조리 전 냉장 상태의 식재료를 배송하기 때문이다.
요리초보자도 밀키트 제품을 이용하면 10~15분 만에 찌개나 볶음 등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현관문 앞까지 새벽배달이 이뤄져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되고 배달된 모든 재료가 잘 손질돼 있어 따로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구매자들은 직접 요리를 해야 하지만 가정간편식보다는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직접 조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8년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간편식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응답은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23.1%),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19.3%), ‘간편식이 맛있어서’(15.2%), ‘조리시간이 없어서’(13.4%) 순이었다.
이런 결과는 고품질의 음식을 좋은 가격에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어 가족 식사도 밀키트로 준비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밀키트’가 뭐길래
2008년 물가 비싼 스웨덴서 시작
2020년 글로벌 시장 5조원 넘을 듯
밀키트 배달 사업은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외식물가가 비싼 스웨덴에서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가 손질된 식재료를 정기 배송하면서 본격화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스타트업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이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밀키트 시장은 ‘플레이티드’, ‘헬로프레시’, ‘홈셰프’ 등 약 150여 개에 달하는 업체의 진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밀키트 시장에 진출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식품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헬로프레시(Hello Fresh)’,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등 초기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3년 1501억원 수준이었던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3조5340억원대로 커졌다. 연평균(2013∼2018년) 8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이나 통신판매 등 유통업체가 밀키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이식스(Oisix Daichi)가 대표적인 업체로 시장 규모는 2013년 1172억원에서 지난해 8859억원대로 확대됐다. 연평균(2013∼2017년) 50% 수준의 성장세다.
골드만삭스는 밀키트 배달 산업이 2020년 최대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정간편식(HMR)에 비해 밀키트를 경험해본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밀키트는 대형마트 즉석 식품 코너에서 부대찌개나 매운탕 등의 음식재료와 양념을 한 데 담아 팔던 것에서 출발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크게 오프라인 유통사와 제조사, 스타트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경우 GS리테일(심플리쿡)이 대표적이다. 제조사는 한국야쿠르트(잇츠온)와 동원홈푸드(맘스키트 등)가 양분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은 프레시지와 닥터키친 등이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의 포문을 연 곳은 스타트업 프레시지다. 프레시지는 야채 전처리 기업인 웰푸드를 인수한 후 2016년 7월경부터 ‘프레시지 쿠킹박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최현석·오세득 등 국내 유명 셰프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식품제조사와 유통사들도 잇달아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야쿠르트가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으로 2017년 9월 밀키트를 선보여 지난해까지 72억원의 누적매출을 올렸다. 동원홈푸드와 GS리테일·현대백화점도 시장에 뛰어들었고, CJ제일제당도 최근 ‘쿡킷’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2016년부터 약 4년 만에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업체 수만 10여 개에 달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유통사와 제조사, 스타트업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경우 이미 제조사와 맞먹는 품질 경쟁력을 갖췄고, 제조사는 택배사와 손잡고 물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밀키트 시장은 400억원대 규모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1~2인가구 증가와 국내 온라인 식품시장 성장에 따라 밀키트 시장이 향후 5년 내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업체 현황은
10여 개사 치열한 경쟁… CJ제일제당 ‘출사표’
밀키트 제품은 기존의 완조리 가공식품과 집에서 직접 만드는 요리 사이에 존재하는 마지막 식품의 영역이고, 해외에서도 급성장하고 있어 국내 식품기업과 유통업체들이 이 시장 선점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본과 마케팅서 앞서 있는 식품대기업들이 밀키트 시장에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스타트업 중 프레시지는 2017년 9월에 생산공장을 확보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 현재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용인 공장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마이셰프 역시 2018년 7월에 공장을 구축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 중에는 GS리테일이 눈에 띈다. GS리테일이 2017년 12월 첫 선을 보인 ‘심플리쿡’은 최근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한식, 아시안푸드 등 요리 종류를 80여 종으로 다양화한 데다 판매 채널을 늘려 접근성을 확대했다. GS후레쉬, GS25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 등 내부 채널과 GS숍, 티몬, 11번가 등 다양한 외부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GS25, GS수퍼마켓 등 자사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제조사 중에는 한국야쿠르트와 동원홈푸드가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9월부터 ‘잇츠온’을 통해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스타 셰프와 함께 제조한 레시피가 대표 상품이다. 남성렬 셰프의 ‘대파고추장불고기’, ‘쟌슨빌 사골부대찌개’ 정지선 셰프의 ‘누룽지마라두부 키트’, ‘우육면 키트’, 이인희 셰프의 ‘비프찹스테이크 키트’와 ‘치킨라따뚜이 키트’, 김현 셰프의 ‘서울식소불고기전골 키트’, 이승아·최수빈 셰프의 ‘초계국수 키트’, 윈드민지김 셰프의 ‘사골떡국 키트’ 등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인프라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잇츠온 밀키트 누계 매출은 72억원이다.
동원홈푸드는 지난 2월부터 자체 반찬몰 ‘더반찬’을 통해 밀키트 ‘맘스키트’를 새로 선보였다. 반찬, 국 등 300여 종 HMR 메뉴 제조기술을 보유한 더반찬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현재 ‘차돌밀푀유나베’ 등 8종 메뉴를 판매 중이며 기존부터 더반찬 내에서 판매해 온 ‘셀프부대찌개’, ‘궁중떡볶이’, ‘오코노미야키’ 등 밀키트 형태 제품들도 있다. 맘스키트는 당일 오후 1시까지 주문 들어온 분량에 대해 당일 제조 후, 다음날 아침에 새벽배송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밀키트 시장 최대의 관심사는 CJ제일제당의 행보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 전문브랜드 ‘쿡킷’을 그룹계열사를 활용한 생산유통체계를 도입하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
CJ제일제당의 쿡킷은 CJ그룹 각 계열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CJ프레시웨이가 재료 선별을 담당하고 CJ제일제당은 레시피 개발 등을 맡는다. 포장된 제품은 CJ대한통운이 새벽배송(오전 7시 이전)한다. 올해 안에 수도권 전역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3년 안에 1000억원 규모로 쿡킷 브랜드를 키울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HMR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메뉴도 한·중·일·양식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CJ의 밀키트 브랜드 론칭은 2020년까지 HMR 관련 매출을 3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CJ의 시장 참여에 기대감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밀키트를 론칭하면서 메뉴 다양화에 대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배송망·맛·메뉴 3가지 모두 갖춰야
새벽배송 갖춰진 한국 성공 가능성 높아
식품대기업들이 직접 생산부터 유통까지 밀키트 시장을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밀키트 시장 확대에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회사들은 그동안 냉장·냉동 간편식에 집중했다. 신선한 재료를 문앞에 배달해야 하는 ‘배송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한국야쿠르트와 동원홈푸드는 각각 ‘야쿠르트 아줌마’의 배송 네트워크와 ‘더반찬’의 새벽배송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밀키트 시장에 일찍 뛰어들 수 있었다.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은 편의점 GS25의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를 통해 주문하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찾아갈 수 있다.
현재 밀키트 업체 중 전국적으로 새벽배송이 가능한 곳은 한국야쿠르트 정도가 유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수도권 이외의 경우 이용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야쿠르트는 전국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프레시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통망을 활용해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다. 변경구 한국야쿠르트 상무는 “‘잇츠온’은 신선하고 건강한 가정식을 찾는 소비자의 니즈에 가장 잘 부합하는 간편식”이며 “매일 건강하고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전국 방판 채널의 강점을 활용해 간편식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새벽배송을 위해 CJ대한통운을 활용한다. 주문은 6월까지 CJ온마트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서 받고 7월부터 쿡킷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 지역은 약 80%에 새벽배송이 가능하고, 장차 대상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소비자 취향을 공략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실제 미국 밀키트 업체 중 고속 성장하는 ‘선바스켓’은 유기농과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쓰지 않는 논GMO(Non-GMO), 글루텐 프리, 채식주의자 전용제품 등 소비자가 본인 취향과 건강상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밀키트 식단을 구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레시지는 재료 선정부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식재료의 원물 수매부터 제조·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해 2018 한국농식품유통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현석 셰프의 레시피를 담은 ‘쵸이 스테이크’, 오세득 셰프의 ‘헌터 스테이크’ 등 주요 가정간편식의 주재료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생산된 재료를 사용한다. 특히 프레시지의 주요 제품에 사용되는 소고기는 북미산 프리미엄 소고기 브랜드 ‘엑셀비프’(ExcelⓇ)다. 사육 환경부터 제품 패키지까지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7단계 시스템으로 엄격하게 관리해 위생적이며, 미국 농무성(USDA)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식재료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자랑한다.
한국야쿠르트는 올리브매거진코리아와 손잡고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셰프와 함께 선보인 밀키트 제품은 현재까지 총 7가지.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강남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셰프박스(Chef Box)’를 선보인 바 있다.
CJ제일제당 쿡킷 역시 셰프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 전문점 수준의 맛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를 위해 상하이 페닌슐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등 특급호텔 출신 전문 셰프팀의 레시피를 도입했다. 전문 셰프팀은 메뉴 선정부터 개발 완성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고 한 메뉴당 10회 이상의 맛 테스트를 거쳤다. 또한 신메뉴를 12주 안에 개발하는 프로세스로 계절과 식재료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현재까지 개발한 메뉴는 60여 개에 달하고, 2년 내 200여 개의 메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밀키트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 ‘블루에이프런’은 미국 내 밀키트 브랜드가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 2017년 상장 이후 기업 가치는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용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64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블루에이프런의 경쟁사인 ‘헬로프레시’도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투자를 늘렸지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에선 ‘한국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배송시스템이 잘 깔려져 있는 데다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빠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레시피로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밀키트 제품이 간편식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며 “더 많은 사업자가 더 맛있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면 국내에서도 밀키트 제품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애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즉석섭취식품 대비 즉석조리식품(밀키트)의 비중이 적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은 강해지는데 즉석섭취식품은 인스턴트라는 거부감이 강하다. 그런 면에서 밀키트 제품의 성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김경연 CJ제일제당 온라인사업담당 상무
“메뉴 200여 개로 늘려, 3년 내 매출 1000억원 목표”
CJ제일제당이 국내 밀키트 시장의 변화를 이끌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 측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메뉴 개발을 통해 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향후 3년 내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 궁금하다.
▷기존 HMR 사업은 온라인 중심의 편의성 극대화를 추구한다. 반면 시장에는 전통적인 집밥과 인스턴트 HMR의 중간지대가 존재한다. 편리성을 추구하되 건강과 즐거움도 놓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타깃으로 식문화를 주도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관련 TF를 만들어 해외와 국내 시장을 연구해왔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절별로 3번의 구매 테스트도 실시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왔다. 재구매율이 40%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기존 HMR 고객들을 빼앗아 오지도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규모나 시장성, 지속성 측면에서 확신이 생겼다.
▶3년 내 1000억원 매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놓았는데.
▷밀키트는 시장 측면에서 아직 학습기도 시작되지 않았다. 밀키트라는 단어도 모를 만큼 초기 시장이다. 그만큼 시장을 키워나갈 가능성도 크다. 쿡킷에 대해서는 이미 1600개에 육박하는 구매 후기가 올라왔다. 별점 기준은 5점 만점에 4.9점이고, 맛·품질에 대해서는 ‘맛있다’ ‘재구매 의사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일 만큼 맛 품질에 대한 반응도 좋다.
▶경쟁사 대비 쿡킷의 장점을 꼽는다면.
▷식품분야 CJ제일제당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논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소스만 75종이다. 1종당 15개 정도의 원재료가 들어가는데, 한식 전 분야를 커버한다고 보면 된다. 다른 계열사들과의 협업도 핵심 역량이다. 식재료는 이 분야 국내 최고인 CJ프레시웨이에서 새벽배송은 CJ대한통운 전담팀에서 맡는 식이다. CJ프레시웨이는 밀키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산물 전처리 국내 1위 업체인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한 바 있다. CJ대한통운도 새벽배송 안정화 및 거점 인프라 확대를 통해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런 사업구조는 CJ만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재료를 취하는 방식이나 환경, 온도, 포장까지 일일이 최적화를 해야 한다. 상추나 깻잎은 냉매에 닿으면 바로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을 하나하나 연구개발을 통해 검증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다. 전담 연구조직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물리적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최고수준이라 평가받는다.
▶올해 120개까지 메뉴를 늘리겠다고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개발된 메뉴만 60여 종에 달하고, 2년 내 200여 종의 메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뉴는 총 15개의 상시 메뉴로 4주 동안 운영하되, 매주 3회에 걸쳐 출시되는 신 메뉴와 경쟁하며 판매 추이에 따라 추가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실제 베스트셀러였던 오야코동과 해산물 순두부는 메뉴에서 내린 상태다. 주 단위 메뉴 인-앤 아웃으로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쿡킷’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소비자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거쳐 경쟁력을 갖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신선식품인 만큼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품질·위생관리를 위해 총 7단계에 걸친 까다로운 검증 프로세스도 확립했다. 원물 점검부터 공급처의 생산과 관련된 시설설비, 생산공정, 위생관리 운영능력 등 모든 사항에 대한 다차원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생산에 앞서 품질 등을 재점검하고, 메뉴 완성 후에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품질검사를 수행한다.
‘쿡킷’의 신메뉴는 13명의 전문 셰프가 담당한다. 이들이 전국을 돌며 메뉴를 선택하면 다시 제품화 가능한지 검증한다. 메뉴선정→연구개발→메뉴화→시제품 생산의 과정이다. 한 메뉴당 12주가 걸리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혁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식품사가 신 메뉴를 내놓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이다.
▶기존 새벽배송, 식자재 유통 플랫폼과 사업이 겹치지 않는지.
▷쿡킷은 주문과 동시에 원재료부터 레시피에 따른 가공, 조립, 배송이 이뤄지는 사업이다. 단순히 식자재를 배송하거나 식품을 새벽에 가져다주는 사업이 아니다.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과 취향에 맞춰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나가면 밸류체인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밀키트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CJ가 시장을 독식하는 게 아니라 선도하며 같이 키운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쿡킷이 성공한다면 가정식 문화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쿡킷’을 집밥의 대명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집에서 요리하는 문화도 바뀔 것 같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면 시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인스턴트나 외식에 비해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투명성과 안전성도 높이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죄의식’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쿡킷’의 새벽배송은 서울 수도권 지역의 80%를 커버한다. 올해 안에 이를 99%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7월 3일에는 별도의 앱도 나와 이용의 편리성을 높일 전망이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