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자다가 몇번이고 깼다.
아무래도 요새 걱정이 많아서...가 아니라 나는 늘 그렇다.
모닝콜이 울리기전 누군가가 발로 툭툭 친다.
그분... 루비님이 오셨다.
숙면을 취하신 루비님은 앞발로 나를 깨우시며 밥을 달라고 하신다.
사료에 따뜻한 물을 부어 불린다.
사료가 불고 식는 사이에 나는 씻는다.
씻으러 욕실에 들어갈때는 tv 전기장판 라디오 등의 모든 전원을 빼놓고 들어간다.
샤워에 심취하면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혹시 모를 전기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므로(나는 소심한 뇨자)
씻고 나오면 사료가 맛있게 불어서 식어있다.
사료가 거의 2배는 뻥튀기가 되어 커져있는 것을 본 루비님은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자.. 이제 먹여드릴 시간이다.
한알씩 먹여드린다.
절대 쇠젓가락은 안된다. 혹여나 급한 루비님 다칠수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로 된 젓가락으로 먹여드린다.
사료를 거의 먹여갈 즈음 약들을 넣고 사료와 섞어 다시 드린다.
자! 이제 나는 머리를 말리고 대충 쳐바르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면 루비님은 다 안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때가 제일 슬프다.
아무리 바빠도 루비에게 출근인사를 한다.
루비야 엄마 갔다올게~ 잘 놀고 있어~
이부자리를 펴주고 옷도 입혀주고 전기코드를 다 빼고 집을 나선다.
버스를 갈아타고 회사에 간다.
역시나 아무도 안왔다.
커피를 들이붓고 사랑하는 고객님들을 위해 그리고 다음달 설연휴에 혹시라도 차비라도 주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를 안고 일을 한다.
점심을 먹으러 1층으로 간다.
남들 다 오뎅탕 먹는데 혼자 새우알밥을 시켜서 욕먹는다.
밥도 내맘대로 못먹나.
나는 밥을 제일 빨리 먹기 때문에 속도에서도 자유로운 여자야 이거 왜이래.
대충 오후를 때우고 어찌하면 일을 잘하는것처럼 보일까 싶어 자리배치를 다시한다.
컴위치를 바꾸는 과정에서 마우스를 빼서 다시 꽂으려 하는데 안들어간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보니까 마우스 꽂는 부분이 부러져있다.
정말 웃긴다. 그리고 누군가 뽄드칠을 한 흔적이 남아있다.
프린터를 옮기려고 하는데 마우스는 안되서 설치도 어렵고 어찌저찌이러쿵저러쿵 씨름을 하고나서 해결했다.
이럴땐 마치 내가 맥가이버가 된 기분이다.
엎어놓았던 파티션도 다시 세운다.
기운센 천하장사가 따로없다.
칼퇴근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사장이 제주도에 전화를 한다.
우리는 "갑"이고 제주도는 "을"의 위치이다.
사장 : 여보세요 강팀장님 부탁합니다.
여자 : 지금 통화중이세요.
사장 : 아 그래요. 그럼 메모좀 부탁드립니다. 서울본사 김사장닙니다.
여자 : 네 알겠습니다.
사장 : 그런데 지금 전화받으시는 분 존함은 어떻게 되나요?
여자 : 그건 알아서 뭘하게요? ->헉
사장 : 메모가 중간에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이름좀 알려주십시오.
여자 : 알아서 전해준다는데 뭘 그리 꼬치꼬치 물어요? 나 지금 메모전해주고 나갈테니 걱정마쇼.
사장 : 아니 나도 신분을 밝혔는데 왜 신분을 안밝히는거요?
여자 : 아니 이 새끼가 귀찮게시리..
사장 :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욕했어?
여자 : ㄴㅁㄹㄴㅇㅎㄴ론로 ->이때부터 전쟁시작
사장 : 야이 ㄴㄹㅇㅎㄴㅇㅎㄴㅁㅇㅇ야!->사무실에서 나와선 안될 욕
둘이 치고박고 전화로 싸우다가 그쪽이 일방적으로 전화끊음.
사장은 바로 그쪽 사장한테 바로 전화함
지금 전화받은 여자 누구냐고 그 직원 이름 알려달라니까 제주도 사장은 안알려줌.
우리 사장 분노함.
직원 교육 그렇게 시키냐고. 본사에서 전화했는데 왜 이름 안밝히냐고.
옆에 있던 나는 두려움+퇴근늦어짐에 대한 짜증이 밀려와 가만히 있다가 통화끝난 사장의 넋두리를 한참 들어주고 30분늦게 퇴근.
동네가 이상하여 걸어가면 1시간인데 버스타면 40분.. 나원참
퇴근은 가급적 걸어서 한다.
집에 가는 길 재래시장에 들어 루비에게 먹일 닭을 산다.
2800원짜리 영계를 사려 하니 아줌마가 토막내주길 거부해서 4800원짜리로 사겠다고 하니 아줌마 얼굴에 급화색.
고기를 안먹는 내가... 어릴적 키우던 닭을 잃고 트라우마도 생겼던 내가 루비를 위해 닭을 고르고 토막을 내고 그 검정봉다리를 들고 집에 간다.
가는 길 수퍼에 들러 루비 먼치스틱을 2봉다리 사들고 검정봉다리에 넣는다.
집에 가서 문을 열면 자다가 털이 눌린 루비가 나와서 반긴다.
멍멍!하고 짖으며 반겨주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걸까.
루비에게 먼치스틱을 안겨주며 엄마가 닭삶아주께 쪼금만 기다리라고 하자 먼치스틱을 떨어뜨리고 닭옆에 붙어있다.
닭을 씻는다-끓는물을 부어 푹 끓인다-식힌다-뼈가 있으면 안되므로 살살 발라내며 먹인다-닭냄새로 가득찬 집을 환기시킨다.
이제 루비는 배불러한다.
닭에 약을 섞어 먹이고 소화를 돕기 위해 내손이 약손이다~ 배를 문질러주고 루비 옷을 벗겨준다.
보일러를 켜고 옷을 갈아입고 씻을 준비를 한다.
일단 고단한 하루를 정리하며 밥을 먹고 가습을 위해 수건을 빨아 방바닥에 널어놓는다.
침대매트리스를 옆으로 세워놓고 루비랑 이불을 깔고 같이 눕는다.
tv가 맛이 가서 켜놓으면 짜증난다.
라디오를 켜놓고 가계부와 일기를 쓰려니 귀찮아서 가방에 넣는다.
회사가서 해야지. 집에선 쉬어야 하는거야.
라오스 여행책을 읽다가 보니 루비가 코를 곤다.
1시가 넘어 불을 끄고 다이소에서 산 미니등을 켜고 잠을 잔다.
피곤한데 잠이 잘 안오는 악순환의 나날이다.
자다보면 뭔가가 물컹하다.
이놈이 궁댕이를 내 얼굴에 대고 잔다.
소리없는 방구를 껴댄다.
또 아침이 온다.
누군가 발로 툭툭 친다.
닭을 씻는다-끓는물을 부어 푹 끓인다-식힌다-뼈가 있으면 안되므로 살살 발라내며 먹인다-닭냄새로 가득찬 집을 환기시킨다.
휴..
아침부터 닭을 먹일땐 시간이 좀 부족하다.
양말신을 시간도 없다.
양말도 가방에 던져놓고 일단 집을 나선다.
첫댓글 이토록 나랑 비슷한 패턴의 분이 있어 놀랍고.. 세상사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것같아 놀랍고.. 루비님의 글 솜씨에 놀랍고..ㅎ 루비님은 글쓰는 직업하셔도 괜찮을것 같아요.. 비록 늘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이지만.. 때론 어찌보면 그래도 내가 살아있구나 싶을때도 있는것 같아요.. 루비님 홧팅입니다..^^
크크.. 월급쟁이들이 다 그렇죠 뭐 ㅋ
와 ..... 정말 부지런하세요 ,,,,, 루비가 완전히 공쥬마마예요,,,^^ 사람사는것이 다 거기서거긴가봅니다.. 매일 반복되는일상 ,, 매일받는 스트레스 ,, 적당히 스트레스를 풀 여유는 별로없고 쌓이고쌓이고 ,,, 그렇지만 ,, 어느덧 적응이 되어 힘들다힘들다하면서도 매일을 같은길을 걷고또걷는 ,,, 언제나 일탈을 꿈꿔봅니다....
루비 남잔데...이름만 여자...푸하~
아이참 우리 루비는 분명 사내자식이라니깐요. 붕가붕가를 못해서 그렇지 ㅠ.ㅠ
제가 ,, 요즘 ,,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건까요,,, 토이님아가사진밑엔 혜성님이라 쓰고 ,,루비에겐 공쥬라 하고,,, 큰일입니다....ㅠ.ㅠ
ㅋㅋ~나이먹는 증거예여~~ㅎㅎ
아 ~저도 루비가 왜 자꾸 공주라 연상이 될까요..ㅋㅋ 루비님 글 참 재밌어요. 글을 써보신 솜씨이신데... 마치 소설의 한부분 같아요.
예전에 중증장애인 친구를 위해 소설을 각색해서 써준적 있어요. 사회와 소통을 못해본 친구라서요. 하지만 제가 쓴건.. 다 야하게 각색해서 그 친구는 성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을 갖게 되었답니다. ㅋ
음...............그거...............저두 보구싶네요...................ㅡ.ㅡ;;
연재로 부탁드림 안될까요??~~ㅎㅎ/걍 하루하루 일기를 이곳에 쓰세요~~ 호두님께..루비엄마님 일기..칸 하나맹글어달라고 할까요???~~/루비는 엄마가 없을때 혼자있군요...여러모로 회사에서두 걱정이 되시겠어요,,,음~~회사에 탁아시설같은게 있잖아요,,,그런거 함 건의해보세요....^^;;
안그래도 집에 cctv를 달아보고 싶어요. 혼자 뭐하는지... 우리 회사에 탁아시설을 설치하는것보다 남북통일이 더 가능성이 있사옵니다~
음 회사에 강아지탁아시설이라...꿈만 같은 미래이지만 함 꿈꿔보자구요...
예전에 대전에 놀러갔을때,,어떤식당에 ..커다란 케이지가 여러게 있더라구요.....식사하는동안 돌봐주는것 같아서 인상적이였어요~~참!에버랜드에두 따로 보호하는곳이 있구요~~몇년전이였으니 물론 지금은 더 좋은 시설로 되어 있겠죠~~
캬~루비가 견생 짠빱이 있어그런가 혼자 의젓하게 집도 잘보고 괄약근의 강약을 조절하여 소리없는 방구로 엄마의 숙면을 유도하는 아주 속깊은 아들내미였군놔~ !
방구끼면 살짝 꼬리를 들어 냄새를 킁킁 맡는 저는 변태인듯 ㅋ
ㅎㅎㅎㅎㅎ저두 어제 컴앞에 앉아있는데...어디선가 뽀오옹~~~소리가나길래 넘 귀여워서 킁킁냄새맡았엉요 ㅎㅎㅎㅎㅎㅎㅎ 꼬맹이도 지 소리에 놀라 움짤~!!!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저만 방구 변태아니였군요~~~~~~냄새조차 구엽더라구요~~~ㅎㅎㅎ
저도 꼬리들고 방구꼈지..하고 냄새맡으면 ...무안한 표정...ㅋㅋㅋ
우리솜이는 지가 끼고 내궁둥이에 킁킁 대면서 뒤집어 씌우는 아주 교활한 개쉑낍니다.~
이런이런! 진정한 연기대상감이로군요! 우리 루비는 아직 그 레벨까지는 안되는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