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와 '빌어'/ 서울북부교육청장학사 류덕엽

최근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인들이 이렇게 인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저를 뽑아주신 유권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빌려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빌어'와 '빌려' 중 어떤 말을 써야 할까요?
먼저 '빌어'는 으뜸꼴이 '빌다'예요.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해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기원하다)'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하다'라는 뜻이죠. '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구걸하다, 빌어먹다)'는 뜻도 있어요.
한편 '빌려'는 으뜸꼴이 '빌리다'예요.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하다' 등의 뜻이 있어요. 당선인들은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하는 것이지요.
"많은 이가 훌륭한 기업인의 삶을 살다 간 구본무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명복을 빌어 주었다."
"기자는 유명 연예인의 말을 빌려 그 사건의 전말을 보도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엮었다." < 조선일보(2018.06.27.) ‘예쁜 말 바른 말(류덕엽·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관)’에서 옮겨 적음. (2018.06.28. 화룡이) >
첫댓글 으뜸꼴을 정확히 알면 바르게 쓸 수 있겠어요.
'빌려'의 으뜸꼴은 '빌리다'
'빌어'의 으뜸꼴은 '빌다'
늘 편하게 쓰던 말인데도 갑자기 헷갈려서 고민 할 때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쓰다'와 '써다'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좋은 질문 주셔서 제게도 공부가 되는군요.
제가 알기로는 '쓰다'와 '써다' 사이에는 서로 별다른 연관성은 없습니다. '글을 쓰는'과 '글을 써서'에서 보는 것처럼 '쓰'와 '써'의 차이 때문이라면 둘 다 그 으뜸꼴은 '쓰다'이며, 어간(語幹)은 '쓰'이지만, 일부 어미 변화에서 '-서'일 때처럼 보조어간(補助語幹) '어(ㅓ)'가 더해지면서 '으(ㅡ)'가 탈락되어 '글을 써서 나타낸다'에서 처럼 '써'가 됩니다. 이와 같은 어미 변화를 하는 낱말에 '끄다', '뜨다', '크다' 등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질문에 답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뜻에는 변화가 없고, 보조어간 'ㅓ'가 더해지면서 'ㅡ'가 탈락 된다는 뜻이죠.
예를 들면,
눈을 뜨다.
눈을 떠서 보니...
불을 끄다.
불을 꺼서 더 어둡다.
키가 크다.
키가 갑자기 커서 바지가 딸람해졌다.
자세히 설명해주신 덕분에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