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객관적인 박자, 주관적인 속도
걷기 연습으로 수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앞뒤로 걸을 때 발 바꾸는 게 어색하자, 박자와 속도에 대해 고찰했습니다.
걷기 연습을 할 때, 우리는 규칙적으로 걸으면서 몸 안에 박자를 새겨넣습니다.
박자는 객관적인 시간과 같아서 변하지 않습니다.
박자를 들으며 우리의 몸은 생체시계가 됩니다.
그렇지만 동작에 따라서 속도는 변합니다.
짧게 움직이거나 제자리에 설 때 충분히 느린 속도로 움직여야 규칙적인 박자에 맞게 됩니다.
이 사실을 유념하며 앞뒤 걷기 연습을 했습니다.
앞으로 두 걸음 걷고 제자리, 뒤로 두 걸음 걷고 제자리
앞으로 세 걸음 걷고 제자리, 뒤로 세 걸음 걷고 제자리
앞으로 네 걸음 걷고 제자리, 뒤로 네 걸음 걷고 제자리
앞으로 다섯 걸음 걷고 제자리, 뒤로 다섯 걸음 걷고 제자리
이 단순한 연습조차도 객관적인 박자를 주관적인 속도로 해석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2. 아브라소 : 어깨 위에 살짝 걸쳐진 옷처럼
오늘의 주제는 ‘아브라소에서 피봇을 만드는 법.’
그렇다면 먼저 좋은 아브라소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쌤들은 오늘도 기발한 연습으로 시작했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옷을 걸쳐주기…… @_@;;;
이 소꿉장난 같은 연습을 하며 아브라소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먼저 남자는 똑바로 섭니다.
옷을 맞출 때 멋진 옷을 만들기 위해서 당당한 자세를 만들듯이.
걸쳐진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로 서듯이.
그러면 여자는 남자의 어깨 위로 옷을 둘러줍니다.
옷의 어깨 부위가 남자의 어깨를 감싸고
소매는 아래로 늘어뜨리게.
그러면 옷은 따로 힘을 주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도
남자의 몸에 밀착되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남자의 자세가 무너지면 옷이 흘러내리겠죠?
몸 위에 살짝 걸쳐진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합니다.
이처럼 남자는 당당하게 서고
여자가 감싸듯 안겨오면
따뜻하게 맞이하듯이 안아줍니다.
걸을 때에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습니다.
3. 이등변삼각형 vs 직각삼각형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탱고를 출 때 남자와 여자가 서로 기대서 이등변삼각형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쌤들의 말처럼 하면, 남자는 바로 서 있고 여자가 기대오니 직각삼각형이 되는 것이 아닐까?
𝚲자라기보다 𝛬자에 더 가깝지 않나?
아마 쌤들도 이 질문을 엄청 많이 받아서 FAQ로 등록하고 싶을 겁니다. ㅎㅎ
쌤들이 직각삼각형처럼 가르치는 이유는 발전단계상의 문제입니다.
아직 몸쓰는 게 익숙치 않은 경우
몸을 기대다보면 긴장이 풀려서 축 늘어지듯이 기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대더라도 몸을 바로 세우며 기대야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하체는 아래로, 상체는 위로 보내라”는 원칙이 등장합니다.
쌤들의 경험상, 초기 단계에서는 몸을 바로 세우는 연습을 하며 직각삼각형의 대형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체형입니다.
사람에 따라 몸이 두꺼운(thick) 스타일도, 마른(skinny) 스타일도 있습니다.
저처럼 마른 스타일의 경우에는 기대듯이 서다보면 에너지가 안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OTL ㅠㅠ
당당하게 서있을 때 에너지가 생성되어 라에게 전달하며 리드하기 쉽다는 거죠.
“그래서 남자답게 서라는 건가요(So stand like a man)?”라고 제가 묻자
헝얏쌤은 말씀하셨습니다.
“탱고출 때만이 아니라 항상 그래야죠(Always. Not just tango).”
언제나 당당하게 사나이답게 우뚝 서기(Stand tall, stand proud)!
이렇게 탱고를 배우며 인생의 지혜로 깨달아갑니다.
4. 등 가운데의 점 : 움직이는가, 멈추는가?
이제 피벗의 원리를 배웁니다.
등 가운데에 점이 있다고 상상해봅니다.
이 점은 축이 움직일 때에만 움직입니다.
즉, 피벗을 할 때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초를 할 때에 이 점은 반은 서있고, 반은 움직입니다.
점이 중심축을 옮길 때 움직이고, 피벗을 할 때에는 서있는 거죠.
정신없이 계속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리더들이 오초를 마구 돌릴 때에는 이 사실을 잊고 점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더 나쁜 것은 어깨를 마구 흔들어대며 돌린다는 겁니다.
어깨는 점잖게 놔두고 상체의 디쏘를 써서 피벗을 리드하며 기다리고, 다시 걷기.
“탱고는 걷고 디쏘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던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오초의 피벗에서는 움직이지 않던 점이 움직일 때 히로가 됩니다.
2교시 ‘디소시에이션 – 히로’에서 이 부분을 더 상세히 배웠습니다.
ㄷ자 걷기에서 앞뒤 피벗으로 물결(∩+∪=∿)을 추가로 그리는 개인 연습을 했습니다.
가슴과 골반의 양 옆에 네 개의 점이
서두르지도 말고, 머뭇거리지도 말고(no rush, no hesitation)
느리고 아름다운 곡선(slow beautiful curve)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따라했습니다.
점의 경로가 깨지거나 머뭇거린다는 말은 몸 어디선가 경직이 일어났다는 뜻이니
여유롭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도록 노력합니다.
지난 시간의 오초 사까다에 이어서
이번 시간에는 히로 사까다를 배웠습니다.
결국 오초 사까다와 히로 사까다를 가르는 것도
등 가운데의 점이 가만히 있느냐, 움직이느냐의 차이였습니다.
탱고는 배우면 배울수록 미묘하고도 미묘해서
작지만 큰 차이를 깨달아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_+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사소한 것들을 바로 잡으며 크게 성장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