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죽기 전 자신의 흔적을 치우는 데 드는 ‘가격’을 문의한 사람
‘너무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던 사람…
특수청소부가 마주한, 서로 다른 고독사의 얼굴들
‘고독사’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요즘. 하지만 관련한 공식 정의나 통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고독사 실태 조사와 예방 계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2020년 3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낯설진 않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도 않는, 막연한 사회 문제로 우리 주변을 떠도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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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자신의 흔적을 치우는 데 드는 ‘가격’을 문의한 사람
‘너무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던 사람…
특수청소부가 마주한, 서로 다른 고독사의 얼굴들
‘고독사’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요즘. 하지만 관련한 공식 정의나 통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고독사 실태 조사와 예방 계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2020년 3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낯설진 않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도 않는, 막연한 사회 문제로 우리 주변을 떠도는 이슈. 그래서일까, ‘고독사’ 하면 혼자 살던 고령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고 뒤늦게 발견된 모습만 천편일률적으로 떠올린다. 지금은 홀로 살지 않고 고령도 아닌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 동정할 만한 사건 정도로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 고독사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보면 고정관념이 점점 깨진다.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이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 피와 오물, 생전 일상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며 작가는 삶에 대해 사색한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가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탄생한 이유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덜어내고 정리하는 마음속 청소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직업적 아이러니로 생기는 죄책감을 글로 씻어내고 위로도 받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불길하고 음울하게 여겨 언급조차 꺼리게 되는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 이러한 진심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삶과 죽음을 사색해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라는 생각 속에 자신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다독여주었습니다.
_249~250페이지, 〈에필로그〉에서
외로운 죽음과 가난한 죽음
“대한민국은 건강한 사회일까?”
세밀하게 묘사된 현장 이야기를 읽다보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강’을 절로 고민하게 된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한 과학 기술, GDP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력. 하지만 이와 무관한 삶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우편함에 수북이 꽂힌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끊긴 지 오래된 수도와 전기 등. 작가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 적이 없다”며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고 한다. 가족, 친지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여도 채권자들만큼은 채무자의 건강을 악착같이 챙긴다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웃픈’ 감정이 든다.
나 같은 일을 하면서 유족이 시신 수습을 거부하는 상황을 보는 일은 별스럽지 않다. 진작 인연이 끊긴 가족과 생면부지의 먼 친척이 느닷없는 부음을 듣고는 “네, 제가 장례를 치르고 집을 정리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선뜻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혹시 빚을 떠안지 않을까’ 하며 빛의 속도로 재산 포기 각서를 쓴다.
_43페이지, 〈가난한 자의 죽음〉에서
그 밖에도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꽉 찬 집, 오줌이 든 페트병 수천 개로 가득한 집, 고양이 사체 여럿이 널브러진 집….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함께 산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터.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은 평범하게 사는 우리 모두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사회적 고립을 만든 것이 무엇인지, 그런 상황을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직업에 대한 진중한 태도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은 자의 일상은…
“특별한 일을 하시니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숭고한 일이잖아요” 기자, 드라마 작가, 박사, 행정기관 실무자 등. 다양한 사람이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를 기사, 드라마, 논문, 보고서 등에 담고자 찾아온다. 그리고 ‘특수청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흔히들 먼저 ‘힘든 점은 무엇인지’를 묻고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를 뒤따라 물어본다. 간혹 ‘귀신을 본 적은 없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인터뷰이도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담고 있다. 수없이 받은 질문에 대해 관련 에피소드로 제시되는 답변을 읽다보면 ‘직업 정신’ ‘일의 철학’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고된 일을 마친 뒤 작가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는 노력, 투철한 직업 정신 때문에 생긴 해프닝 등에선 작가의 따스한 휴머니즘도 느껴진다.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_139페이지, 〈특별한 직업〉에서
단단한 필력 역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생생한 현장을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아낼 수 있었던 데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글을 썼던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 직업을 대하는 태도까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읽어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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