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설악산 기슭에 자리한 이 곳 펜션에 머문지도 벌써 6일째로 접어들었다.
복잡했던 서울을 뒤로 하고 동쪽 끝으로 온 지금 내 주변은 대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공기...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다.
사방 신록이 우거지고 기암괴석 장중한 산들이 첩첩으로 늘어져있어 설악에 왔음을
실감케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해가 져버린 저녁 7시 40분이다.
베란다로 열려진 유리문을 통해 들어온 설악산은 이렇게 어둠이 깔리니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가까이 보이는 작은 산봉우리 꼭대기가 지금은 젖은 구름에 가려져있다.
마치 짙은 밤안개라도 깔려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땅거미를 꿰뚫고 들려오는 어느 집 멍멍이 소리..
간혹 들려오는 도로변 차가 지나가는 소리...
시간이 흐를수록 방안 공기가 점차 차가움을 더해가고 있다.
문을 닫을까.. 그러나 맑은 바람을 좀 더 느끼고 싶어 그대로 앉아있다.
베란다 밖에는 동화속 옛날 얘기와 어울릴듯한 노오란 이중 우산아래 밤색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이른 아침, 펜션 주인이 만들어놓은 커피 한 잔을 포치에서 마시며
내 창밖 테이블에 와앉아 먼 산 바라보며 코끝을 스치는 커피향을 음미하며 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 않은 그런 하루의 일과... 적어도 이 곳에 머무는 동안 내가 꿈을 꾸는
삶이다. 도시의 일손을 놓아버리고 전원에 묻혀 잠시라도 내 지난 흔적을 묻어버리고픈
마음... 마음의 여유... 도시의 때를 훌훌 털어내버리고 이 곳에서 폐속에 축적된 도시의
오염물들을 조금씩 조금씩 덜어내고 싶다.
해가 길어서일까 아직도 물체를 알아볼 정도의 빛은 충분히 남아있다.
오후에 도착한 옆방의 한 커플..
주중이라 어쩌면 이 펜션에 나 밖엔 없을거란 내 예감이 빗나간 하루다.
주말엔 방이 다 차서 제법 사람사는 맛이 느껴지던 이 곳..
한밤중 모두 모여 바베큐할 때의 웅성거림은 이미 저만치 흘러갔나보다.
오늘 해는 졌다. 그러나 내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게으른 오후, 나른했던 몸으로 오후를 보내버린 내 마음을 접고 이젠
원고 교정을 본격적으로 해나가야겠다.
한 잔의 커피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포치에 놓인 티 테이블...
아직도 뜨거운 커피가 남아있겠지...
2004년 6월 15일에..
첫댓글 작가의 글을 우리 화랑에서 가까이 대하게 되니,,,기분이 묘 ㅡㅡㅡㅡ합니다,,또 한번 설악산도 떠 올려지고요,,좋은 글 고맙고요,,짬 좀 자주 내 주시길 바랍니다, 건강 하시고요,,,^^**
이구, 말이 작가이지 아마추어나 같습니다. 아직은 제 몸에 맞지않는 옷을 엉성하게 줏어입은 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네요. 테니스님.. 아이디가 생소한 분이시지만 반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수빈님, 제가사는 오렌지카운티에 저의 친구들이 몇 있는데 그분들이 다 화랑에 나오십니다. 테니스님은 그분들중 한분이고요 화랑에선 꼬푸(꼬리글푸로)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테니스 Teaching Pro(USPTA)로 테니스를 가르치고 계시지요. 오늘은 이정도 하고예 차차 소개의 심도를 높히겟심다.
아, 그러시군요. 부럽네요. 전 한가지 운동이라도 잘 하는 분 보면 이젠 부럽더군요. 오래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건데요. 저도 몸이 완쾌되는 대로 수영이며 자전거, 인라인등 여가를 이용해 무조건 배우고 볼 작정입니다. 운동이라곤 별로 하는게 없다보니 무척 아쉽더군요.
이렇게도 되는 거네요,,전 설악산을 한번 더 떠올려 보려 다시 들렸더니,,,, ,,어쩐지 어제 제 귀가 가렵드라니,ㅎㅎㅎㅎ,이미 시애틀에 오신 분을 한국게실 때에 만난 이 기분, 4차원의 세계에서의 소통 같네요,,,,참 이상한 세상에 우린 살고있네요,,,제이 님은 소개를 잘 해주시죠,명예 초단 말씀입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