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ㅇ 인류는 지표면에 묶여 있었다.
탑을 세우고 산에 올라갈 수는 있었지만 하늘은 새와 천사와 신의 영역이었다.
1969년 7월20일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이것은 역사적 위업 정도가 아니라 진화적, 심지어 우주적 업적이었다.
지난 40억 년의 진화 기간동안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난 생물조차 없엇으며,
달에 발자국이나 축수 자국을 남긴 생물도 없었을 것이 확실하다.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인간은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중 약 99.99퍼센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미생물 말이다.
우리와 사오간 없어서 몰랐던 것은 아니다.
우리 몸속에는 수십조 마리의 단세포 생명체가 살고 있다.
이들은 무임승차자만은 아니다.
우리의 최고의 친구이자 가장 치명적인 적이기도 하다.
그중 일부는 우리 몸속에서 음식을 소화시켜주고 장을 청소해주지만,
다른 일부는 병과 전염병을일으킨다.
하지만 인간의 눈이 미생물을 처음 본 것은 1674년이 되어서였다.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집에서 만든 현미경으로 엿본 새계는 놀라웠다.
한 방울의 물 속에 미세한 존재들이 돌아다니는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후 3백년간 인류는 현미경으로 만 보이는 엄천난 숫자의 생물 종을 알게 되엇다.
이들이 일으키는 가장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대부분을 퇴치하는 데 어찌어찌 성공했으며,
미생물을 의료와 산업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박테리아를 조작해 약품을 만들고,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며, 기생충을 죽인다.
하지만 지난 5백년간 가장 눈에띄는 단 하나의 결정적 순간은 1945년 7월16일 오전 5시 29분 45초였다.
정확히 그때, 미국 과학자들은 앨러머고도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역사의 진로을 변화시킬 능력뿐 아니라
역사를 끝장낼 능력도 가지게 되었다.
우리를 앨러머고도로, 그리고 달로 이끈 역사적 과정이 과학혁명이다.
이 혁명 기간 동안 인류는 과학연구에 자원을 투자함으로써 막대한 새 힘을 얻엇다.
왜 그것이 혁명인었는가 하면, 약 1500년 이전까지 전 세계 인류는
자신에게 새로운 의학적, 군사적, 경제적힘을 얻을 능력이 있는지를 의심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와 부유한 후원자들이 교육과 학문에 자금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그 목적은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능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근세 이전의 전형적인 지ㅐ자는 사제와 철학자, 시인에게 돈을 주면서
이들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를 기대했지,
이들에게 새 의약품을 발견하거나 신무기를 발명하거나 경제성장을 촉진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지난 5세기 동안, 인류는 과학연구에 투자하면 스스로의 능력을 중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점차 믿게 되었다.
이것은 맹목적인 믿음은 아니었다. 경험적으로 반복해서 증명된 사실이었다.
증거가 쌓일수록 부자와 정부는 과학에 더 많은 자원을 기꺼이 투입하였다.
그런 투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달 위를 걷거나 미생물을 조작하거나 원자를 쪼갤 수 없었을 것이다.
가령 미국 정부는 지난 몇 십 년간 핵물리학 연구에 수십억 달러를 배정했다.
그 연구에서 만들어진 지식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게 해주었고,
발전소는 미국 산업들에게 싼값으로 전력을 공급했으며, 그 산업들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냈고,
미국 정부는 이 세금 중 일부를 핵물리학을 더 욱 깊이 연구할 자금으로 댔다.
▲ 과학혁명은 되먹임 고리다. 과학이 진보하려면 연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상호 강화에 의존한다.
자원을 제공하는 정치 경제적 제도가 없으면 과학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과학연구는 새로운 힘을 제공하는데, 이 힘은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는데도 쓰인다.
새 자원의 일부는 연구에 재투자된다.
왜 현대 인류는 자신에게 연구를 통해 새로운 힘을 획득할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
무엇이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연대를 구축했을까?
이 장에서는 현대 과학의 독특한속성을 살펴봄으로써 그 답의 일부를 제공할 것이다.
이후 두 장에서는 과학과 유럽 제국들과 자본주의 경제가 어떻게 동맹을 형성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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