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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교수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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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2일 상주 경천대에 들렸다가 "대명천지 숭정일월"을 보고 깜짝 놀라 이글을 썼다. 대세는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 가고 있는데 과거의 명나라만 생각하고 지는 해에 충성하고 있으니 나라가 곤경에 쳐했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오랑캐라 멸시했는데 그 값이 너무나 가혹했다, 과거에 얽메이지 말고 미래를 보고 나갈 때이다.
하늘을 향해 메아리치는 그 소리가 들리는가?
하늘이 스스로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었을까? 하늘을 받들어 명나라에 충성하라고 하는 걸까? 용마의 끝자락이 낙동강에 내려왔다.
[김정인 교수의 풍수칼럼]
대명천지(大明天地) 숭정일월(崇禎日月)
입력 2023.04.06 16:21
서경대 경영학과
[ 충청매일 ] 상주는 경주와 더불어 경상도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어 경상도라 하였다. 경상도는 좌로는 낙동정맥이 흐르고 우로는 백두대간이 지리산까지 내려가면서 동서 좌우의 정기와 물들을 낙동강으로 다 모은다. 상주는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낙동강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낙동강 700리의 시발지이다. 낙동강의 발원지는 강원도의 태백 황지연못이다. 하루에 5천 톤의 물이 솟아 강줄기를 이루며 안동, 예천을 거쳐 상주로 600리를 내려온다. 상주에서 속리산 천왕봉의 삼파수와 만나 거대한 강이 된다. 낙동강은 상주의 옛 지명인 상락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 하여 낙동강이라 이름 붙었다.
낙동강의 제1경은 상주의 경천대(敬天臺)라 한다. 경천대는 깎아지른 절벽과 노송으로 이루어진 절경이 빼어난 곳으로, 하늘이 스스로 만들었다 하여 자천대(自天臺)라고 불리던 곳이다. 그런데 자천대는 하늘을 떠받친다는 뜻을 담은 경천대(敬天臺)로 바뀌었다.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들판 주변의 산세는 낙동강 제1경이라 부르는 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강 건너 들판은 낙동강 물이 감싸고도는 하회마을과 유사했다. 여기에 동네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제방도 쌓아야 하고 방풍림도 조성되어야 하는데 그게 하회마을과 달랐다. 경천대가 있는 산의 형상은 용의 형상으로 산의 끝자락의 봉우리는 용마봉이요, 용마봉 자락이 낙동강에 담긴 곳을 용소라 불렀다.
경천대 정상 바위틈에는 수령 600년의 우담송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그 아래로 내려가니 바위에 대명천지(大明天地) 숭정일월(崇禎日月)이라는 글자가 암각되어 있었다. 하늘과 땅은 명나라의 것이요, 해와 달은 명나라 황제 숭정의 것이라는 의미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경천대 아래로 내려가니 무우정(舞雩亭)이 있다. 무우정은 우담 채득기(1604~1646) 선생이 1636년(선조 14) 병자호란을 예견하고 숭명의 의리를 지켜 은거하며 자연에 귀의하여 지은 정자다. 춤을 추며 비를 빈다는 뜻이 담겼다. 우담 채득기 선생은 경사 백가를 통달하였으며, 역학, 천문, 지리, 복서 등에 뛰어나고 대명 사상 의지와 곧은 절개의 상징으로 나라에 대한 충절이 곧은 학자로 존경받았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한족 주원장이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1368~1644)를 세워 15세기에는 아시아 최대 강국이었고, 만주족인 누르하치는 청나라(1616~1912)를 세워 나라를 확장하여 가던 때였다. 청나라는 걸출한 황제들이 계속 나와 18세기 내내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였고 찬란한 중국문화를 꽃피웠다. 음양오행 사상으로 보면 불을 상징하는 명(明)나라를 이기려면 물을 상징하는 청(淸)나라로 나라 이름을 바꾸었다. 당시 조선의 위정자와 학자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보지 못하고 청나라는 오랑캐라 멸시하고 오로지 명나라에 충성해야 한다는 대명 사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다시 경천대로 올라가 하늘(명나라)을 받들고 있다는 바위의 모습을 관찰하였다. 바위를 보니 하늘을 향해 메아리치는 산신령의 모습이다. 힘의 변화를 제대로 읽으라는 모습인데 그것을 듣지 못하고 대명 사상에만 빠졌으니 온갖 고난을 겪지 않았을까? 대명천지 숭정일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의 국력과 생각이 그것밖에 안 되었으니 누구를 탓하리오. 국력을 기르자.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바라볼 때이다.
충청매일 CCDN
김정인 교수의 풍수칼럼, 대명천지 숭정일윌
충청매일 2023년 4월 7일자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