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동+벗꽃+빵
남천동빵꽃
http://naver.me/GGmQBssh
옥미당
수영구 수영로 402번길14
남천동22-14
롤링핀
수영구 황영대로 481번길48
남천1동 207
메트로아티정
수영구 남천동로 22번길21
시엘로과자점
수영구 남천동 14-12
브레드슈가
남천동로 5
남천동 12-18
무띠
남천동로 33
김영표과자점
남천동 148-9
비취A상가
홍옥당
남천동 3-58
친수영 이야깃길 24 / 남천동 빵집거리
기억의 `앙코'를 야금야금 빼 먹다
http://suyeong.go.kr/Uploadfile/webzine1/ZMLFGQWRVF570R74DF34.jpg
`옵스'는 부산 브랜드 빵집. 성장세가 대단하다. 1989년 동네빵집으로 개업해 2016년 현재 부산과 수도권,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등 모두 열 군데 매장을 직영한다. 수영구 망미동과 수영동에 대규모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옵스 본점 있는 곳이 수영구 남천동이다. 남천동 해변시장 건물 맞은편 옵스가 본점이다.
`빵천동'은 남천동 애칭이다. 빵집이 많아서 얻은 별명이다. 남천동에는 옵스를 비롯해 이름난 빵집이 수두룩하다. 가히 빵집 춘추전국 시대다. 토박이 빵집과 프랜차이즈, 최고급 빵집이 개성과 맛을 내세운다. 부산 제1호 제과기능장의 집이 있는 곳도 남천동이다. 한국 최초라고 장담은 못해도 부산 최초로 밀빵 아닌 쌀빵을 빚은 집이 있고 부산 최초로 아동시설이며 복지시설에 `희망의 빵'을 후원한 빵집이 있다. 프랑스 제빵사 빵집도 있다.
남천동 빵집은 하나같이 건강빵을 표방한다. 유기농과 천연발효, 유해 첨가물 미사용을 고집한다. 남천동 학원가에 드나드는 학생들 건강과 남천동 미식가 입맛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값은 다소 센 편이다. 그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물론 모둠빵 3개 이천 원 하는 빵집도 있다.
남천동 빵집거리는 남천동 해변 쪽 빵집을 둘러보는 여정이다. 도시철도 남천역과 금련산역 사이다. 한 시간 남짓 거리지만 이 집 저 집 빵집에 발목 잡혀 온종일 걸리는 사람은 왜 없을 것이며 평생 다니는 사람은 왜 없을 것인가. 빵집거리 출발은 남천역 3번 출구. 출구를 나오자마자 뒤에도 빵집이고 앞에도 빵집이고 도로 건너편에도 빵집이다. 말 그대로 빵천동이다.
뒤에 있는 빵집은 `김흥종 찰단팥빵.' 국산 찰보리로 만든 건강빵을 내세운다. 부산 제1호 제과기능장의 집이며 세계 제빵 월드컵에 한국대표로 최초 참가해 은메달을 땄다. 3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빵집은 `이지비아.' 갓 구워낸 빵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다. 도로 건너편은 호두과자 전문점 코코호도와 뚜레쥬르가 미식가를 유혹한다.
이지비아를 지나서 좌회전하면 본격적인 빵집거리가 시작된다. 우리 전통 빵이랄 수 있는 떡집 두어 군데를 지나면 모둠빵 3개를 `헐케' 파는 빵집을 지나면 파리바게뜨 삼거리. 좌회전하면 그 유명한 `남천할매떡볶이'가 나오고 그 옆에 보이는 빵집이 부산 첫 옵스다. 1989년 `삼익제과'로 문을 열었다. 남천동 대단지 아파트 브랜드를 딴 상호였다. 1994년 지금 상호로 바꾸었다.
옵스에서 좌회전하고 편의점 CU에서 우회전하면 보호수가 보인다. 남천동 당산목으로 400살 훌쩍 넘은 팽나무다. 길 한가운데 있어 통행이 불편은 하지만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모습은 장하다. 보호수를 앞에 둔 빵집은 `롤링 핀.' 마니아가 많은 빵집이다. 천연 발효빵을 내세운다. 롤링 핀을 지나 학원 건물에서 좌회전하면 팥빙수와 단팥죽으로 유명한 보성녹차가 나온다. 여름철에 대나무 댓바람과 등나무 그늘과 매미 울음이 서늘하다.
보성녹차에서 계속 가면 사거리. 왼쪽에 모시떡 전문 카페가 있고 오른쪽에 족발 전문 낭만부엌이 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학원가다. 초중고 대상 학원이 건물 아래층에서 위층까지, 그리고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연이어 이어진다. 의료기 업체 맞은편 골목은 보석 같은 골목. 영롱한 빵집을 품는다. `옥미당'이다. 정원과 건축물이 반짝반짝 빛난다. 장맛은 뚝배기 맛이란 말이 맞는다면 빵 맛도 반짝반짝 빛나리라.
다음 여정은 골목을 되돌아 꽃집에서 우회전 하면 된다. 우회전 해서 가다가 휴대폰가게 사거리에서 또 우회전하면 남천동 또 다른 명품 빵집이 두 곳 나온다. 청소년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서원 맞은편 `about J'와 `메트르 아티정'이다. 2011년 개업한 about J는 수제 디저트와 `특별한 날' 케이크를 내세운다. 메트르 아티정은 프랑스 제과제빵 전문 베이커리. 제빵사가 프랑스인이다. 9월 중순 부산 현대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내건 직원모집 현수막과 바람에 펄럭이는 프랑스 삼색 국기가 호기롭다.
빵집거리는 메트르 아티정에서 하늘채 아파트 방향으로 이어진다. 아파트 방향으로 가면 새마을금고가 나오고 그 옆에 `시엘로 과자점'이 있다. `시엘로(cielo)는 스페인어로 하늘을 말한다'고 가게 통유리에 적혀 있다. 하늘채 아파트에 딱 맞는 상호다. 여기도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다. 시엘로에서 버스 다니는 대로 방향으로 가면 하이마트 못 미처 빵집 `브레드/슈가'가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번 빵을 굽는다. 남천동 여느 빵집이 그렇듯 여기도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다음 빵집은 무띠. 독일어다. 엄마란 뜻이라고 한다. 시엘로에서 우성보라아파트 쪽으로 가면 나오는 코오롱 하늘채 상가건물 모퉁이 카페다. 모름지기 카페는 모퉁이에 있어야 운치가 있지 싶다. 길모퉁이는 애잔하다. 뒷모습을 보이는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 이별하기 좋은 장소가 길모퉁이다. 모퉁이를 돌아서 영영 사라진 이 세상 모든 이별한 연인들아.
무띠 다음은 `카페 도츠.' 삼익 A상가 건물에 있다. 150년 전통을 가진 스페인 도넛 브랜드다. 선간판은 프랑스산 1년 미만 경질밀을 사용한다고 홍보한다. 벚꽃길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오면 오른쪽에 `김영표과자점'이 있다.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의 집'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광안리해수욕장 가는 길에 만나는 삼익 B상가 `순쌀빵'은 대통령 속을 편안케 한 빵집. 2002년 APEC 정상회담차 부산에 온 노무현 대통령은 밀가루 빵이 불편했단다. 그 대안이 국내산 쌀과 유기농 재료로 만든 여기 순쌀빵이었다고 한다. 부산 최초 쌀빵집이기도 하다.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테라스가 격조 높다.
`홍옥당.' 해변 중국집과 협진태양아파트 샛길에서 처음 만나는 단팥빵과 팥빙수 전문집이다. 붉은 팥을 홍옥으로 여기는 마음이 지극하다. 이어지는 소소명과와 사거리 좌회전 이대명가는 일본식 비스킷인 `센베이' 전문점. 이대(二代)명과는 `since 1954' 간판이 놀랍다. 소소명과 지나 사거리에서 버스 다니는 도로 쪽으로 꺾으면 파리바게뜨가 나온다.
도로 건너편 빵집은 `스위스제과점.' 오상도 대표는 삶이 입지전적이다. 배고파서 빵 공장에 취직했고 고생고생하며 어깨너머 기술을 배웠고 우여곡절을 거쳐 1983년 지금 자리에 빵집을 열었다. 배고픔을 알기에 배고픈 아동을 도왔고 그게 부산 최초 `희망의 빵'이 되었다. 그 공로로 2013년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다. 스위스제과점에서 직진하면 남천동 빵집거리 마지막 여정인 뚜레쥬르가 나온다. 우회전하면 금련산역이다.
빵을 탐하던 시절이 있었다. 빵이 밥보다 맛있던 시절이 있었다. 술을 마시게 되면서 입맛이 바뀌었고 빵에서 멀어졌다. 빵에는 오래전 지나간 시절의 기억이 `앙코'처럼 묻어 있다. 빵에 묻은 기억의 팥소를 야금야금 빼 먹으며 걷는 길, 거기가 남천동 빵집거리다.
동길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