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2구간 산행기
일자 : 2013. 2. 17 (일)
산행구간 : 2 구간 (가현고개 – 달기봉 – 구봉산 – 두창리고개 – 고당리 - 용인농업기술센터)
산행시간 : 09:40 – 17:00 (7시간 20분 : 점심시간 1시간 포함))
산행거리 : 약 15 km
참가자 : 15조남직, 27김호중, 송기훈, 이수룡, 29박성재, 오창환, 유한준, 윤대일 (이상 8 명)
출발 및 귀경
1) 동서울 – 죽산, 08:20분 버스 15조남직, 27김호중, 송기훈, 이수룡
2) 남부터미널 – 죽산, 08:10 버스 29박성재, 오창환, 유한준, 윤대일(용인 탑승)
3) 죽산 : 09:20 집결
4) 죽산 – 들머리(가현치) : 택시로 이동 (택시비 1만원)
5) 귀경 : 용인농업기술센터 – 용인 : 택시
용인 – 남부터미널 : 버스
봄의 서곡을 보며 (가현치 – 가현산 - 달기봉)
아침 9시 40분, 모두는 한남정맥 2구간의 첫걸음을 힘차게 떼어본다. 바로 눈앞의 낮은 봉우리 가현산(346m)까지는 살짝 치고 올라가는 길. 아직 군데군데 흰 눈이 있기는 하지만 겨우내 얼어붙은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내일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푸르스름한 봄기운이 몸으로 느껴진다. 부드럽게 밟히는 산길에서 올라오는 흙내음이 참 싱그럽기도 하다. 약 30분 정도를 올라 가현산을 밟고는 내쳐 걸어 달기봉으로 향한다.
양지쪽 들풀들이 봄맞이에 소리 없이 부산을 떨고 있는데 아직 해가 들지 않는 사면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아직도 소복하니 쌓여있다. 봄과 겨울의 앙상블이 이때 아니면 볼 수 없는 절묘한 그림을 보여준다.

들머리인 가현치에서. 오늘도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봄이 소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능선길을 걷는다. 송전탑이 있는 곳이 가현산이다.

춘래불사춘? 아직도 응달길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 27김호중

누가 성재를 크게 웃게 만들었을까?

달기봉 직전의 안부 비알길.
젊은 아낙의 가슴 (달기봉 - 구봉산)
가현산에서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막 내리막 두어 곳을 지나 약 1시간을 걸으니 달기봉이다. 달기봉은 부드러운 정맥 능선상에 수줍은 젊은 아낙의 동여맨 가슴처럼 봉긋하니 살짝 솟아오른 높이 415m의 야트막한 봉우리. 그 흔한 정상석 대신 누군가 정맥표지판에 달기봉이라 매직으로 써놓았다. 여기서 모두는 잠깐 숨을 고른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소담한 용인의 산야를 보며 참 평화롭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오늘 정맥대원들 중에는 유난히 선수급 골퍼들이 많다. 우리 동기 호중, 수룡은 싱글 골퍼에 가까운 수준이고 29기 골프회 회장을 지낸 창환의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만능 스포츠 매니아 성재나 대일도 모두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러니 골프장이 무수히 많이 산재한 이곳 용인 지역에 대하여는 모두 일가견이 있을 터, 급기야는 멀리 보이는 골프장이 무슨 CC다 아니다 논쟁이 벌어진다. 내가 슬쩍 싸움을 붙여 본다.
“이럴 경우 보통 내기를 하던데, 저녁내기 어때?? ”
“하하하~~”
아쉽게도 내기는 성사되지 못했고 우리는 다시 길을 재촉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돈도 많지. 곳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덕분에 산꾼은 크게 길 헤매일 일은 없다. - 달기봉 정상에서

밋밋한 능선 보다는 이렇게 적당한 오르막은 산행의 맛을 돋아 준다. 27김호중+29윤대일

27이수룡 : "이게 식스팩이여~!" 29오창환, 유한준 : "에구 남세시러워라~"

심심할만 하면 이렇게 바윗길도 나타나고...아무튼 재미있는 길이다.

능선의 눈길은 계속된다... (밥 안묵냐??)

에구 배고파~~

우선 고구마라도 묵자~! 고구마는 수룡의 특식. 수룡이 깎아주는 고구마는 꼭 알밤처럼 맛난다.
아홉 개의 봉우리 (구봉산 - 두창리고개)
그렇게 또 한 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은 구봉산(469m). 그리 길지 않은 능선상에 아홉 개의 봉우리가 솟았는데 그 중 제일 높은 봉우리가 구봉산(469m)이다. 구봉산은 오늘 지나야 할 길 중에 제일 높은 곳. 아홉 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 능선길이니 제법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그저 밋밋한 능선길 보다는 걷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는 길이다. 정상에는 널찍한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매끈한 돌로 정상석도 세워 놓았다. 시간이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점심시간도 되었고 장소도 그만이라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누군가는 아내가 싸준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꺼내고, 누구는 라면을 끓이고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그러나 조용히 식사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이빨로 먹고 사는 수룡의 이빨까기가 힘을 발휘한다. 소위 사자성어 개그.
“현월신목이 먼지 아러??”
“--------????” 뭔 뜻이지?
“현대백화점은 월욜이 휴일이고 신세계는 목욜이 쉬는 날이라는 겨~!”
“ㅋㅋㅋㅋㅋ 하하하하~”
“그럼, 양삼모사는?”
수룡이 또 다른 사자성어를 들이댄다. 그 심오한 사자성어를 범인이 어떻게 알겠는가.
“양평장은 삼일장이고 모란장은 사일장이라는 뜻이여~!”
“푸풋~!” 하마터면 입안의 라면이 튀어 나올 뻔 했다.
사방 툭 터진 산정에서의 즐거운 식사시간, 산은 높아야만 맛이 아니라 이렇게 경관 좋고 더불어
같이 하는 벗들이 있다면 그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구봉산 정상에서의 15조남직 선배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후배들에게 늘 커다란 귀감이 된다.

나도 십여년 후에 선배님처럼 산에 댕길겨~ - 14년 후배 29박성재의 각오

각자 싸온 점심을 나누며...(호중이는 흰밥, 한준은 노란밥, 그리고 창환은 까만 밥을 ~^^)

"양삼모사가 뭐냐면 말야..." 이빨 뽑아 먹고 사는 수룡의 이빨까기는 끝이 없다~^^

구봉산 정상에서.
노병들의 행군 (두창리고개 – 용인농촌기술센터)
구봉산부터는 거의 내리막길. 정맥길과 318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절개지를 내려서면 그곳이 바로 두창리 고개. 이제 산길은 끝났다고 보아야 하고 이제부터 대부분의 정맥길은 마을이나 농장을 지나며 이어진다. 여러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몇 번씩이나 읽으며 검토를 했지만 과연 헤매지 않고 제 길을 찾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리라 미리 걱정을 했다. 길은 마을을 지나고 밭길을 지나고 또 동네 뒷동산을 넘나들며 꼬불꼬불 이어진다. 그러나 줄곧 선두를 맡은 한준은 한치의 착오도 없이 길을 잘도 찾아 대원들을 편안하게 이끌고 간다. 마치 몇 번이나 다녀본 길을 가는 사람처럼. 뒤 따르는 남직 형님은 감탄을 금치 못하신다.
“프로야, 프로~!”
맞다, 한준은 프로라 부를만하다. 산행기를 읽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어 고생을 했다는데 어쩌면 저리도 길을 정확히 짚어 내는지 놀랄 수 밖에 없다.
“이거, 오래 전 군대 때 행군 생각이 나네?”
문득, 호중이 시나브로 웃으며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수룡의 꼬드김에 넘어가 작년 12월 강화지맥부터 정맥종주를 시작한 동기 호중은 이제 종주 매니아가 되었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길을 잇고 이어 나가는 맛이 그만이란다. 내친김에 얼마 전, 스틱도 새로 장만하고 접이의자며 숟가락 물통 등등 종주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몽땅 새로 구입했다. 젊잖은 신사 호중이, 한남정맥을 완주하기를 바란다.
오후 5시, 우리는 오늘의 목표지점인 문수봉 들머리에 도착했다. 모두가 환한 웃음으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구봉산이 제일 높은 봉이니 이제 내리막 길의 연속이다.

멀리서 보는 대원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마지막 정자에서

드디어 두창리 고개를 만났다.

마을길로 들어 가는 입구. 이제부터 행군 시작~!

29오창환 : "이거 쓰러지는 거 아녀?"
광산 김씨 호중이, 비록 파는 다르지만 같은 조상이니 모자를 벗고 경건하게...연안 김씨 제단에서

그렇게 장시간의 행군 끝에 노병들은 오늘 임무를 완수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대화는 멈추지 않고 - 농업기술센터에서
후기
오래 전부터 용인의 양지에 터를 잡고 전원생활을 하는 대일이 오늘 산행에 모처럼 합류를 했다. 늘 조용하고 차분한 대일, 그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모네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기분을 느낀다. 귀농을 꿈꾸는 그의 계획을 들어서일까?
용인 터줏대감 대일의 제안으로 백암순대 대신에 용인의 청국장 식당에서 저녁을 들었다. 덕분에 모두들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에 대만족을 하였고 귀경길이 가까워진 것은 덤이었다. K~Rock~!
첫댓글 온 산을 전세낸 듯 한 형님들 만의 호젓한 산행이 사르락 사르락 도란도란 가벼운 숨소리까지,,
더하여 봄을 일으켜 세우는 듯 합니다.
아니 이런 현장감있고 감성이 풍부한 산행기는 처음봐요 송형! 소설한번쓰슈 호래비라그런가@#$%
고마우이~! 힘내서 에로판타지 소설이나 하나 써 뽈까나? ㅋㅋ
사진도 사진이지만 筆力이 굉장하시네요. 형님, 엄청난 내공을 한번 보여 주시네요.
한남2차 경비정산 : 회비 10,000원 x 8명 = 80,000원, (교통비는 개별 부담)
식대 96,000원, 전월잔고는 고대산 산행에서 사용.
현잔고 : - 16,000원 (다음 산행에서 정산 예정)